<현우경>에 관한 토론은 민호샘이 자세히 써 주신 것 같아 생략합니다. 저는 3교시 강의 부분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내용을 나름 파악하며 작성하느라 시간이 이토록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변명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 아무쪼록 몽골과 티베트 불교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몽골 제국의 위상
몽골의 현재 지리적 위치는 북서쪽으로는 러시아와 남동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동아시아의 내륙에 자리잡고 있다. 기후적으로는 여러 문명권 나라들의 위쪽에 있는데, 숲이라기엔 건조하고 사막이라고 하기엔 습한 스텝 지역이다. 고대로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가던 유목민들은 가축을 이끌고 함께 이동하며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같은 자연신을 모신다는 측면에서의 종족이었고, 순수한 피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강력한 힘으로 조금씩 자신들의 영토를 확보해 나갔다. 진시황이 이때부터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유목민인 북방 민족의 강력한 전투력 때문이었다. 중국인들은 그들을 흉노족이라고 불렀다.
한 대에, 흉노족의 분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비족이 동쪽에서 밀고 들어왔다. 또 다른 선비족의 분파인 튀르크족은 수와 당으로 통일되기 이전에 거대한 스텝의 서쪽에서부터 들어와 통합 혹은 정복을 이루었는데, 이들을 돌궐족이라고 부른다. 송 대에는 거란, 여진, 서하 등이 요, 금 등의 나라를 세웠고, 후에 여진은 거란을 몰아내었다. 이러한 북방 민족들은 힘의 관계와 영토의 점유 양상이 달라짐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며 이어져 오다가 어마어마한 대영토를 지닌 나라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몽골이다. 지금의 로마와 서유럽, 아라비아 반도 위 페르시아, 터키, 지중해 해안까지 뻗어나간,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다. 이로써 동서가 완전히 결합되어 무역을 통해 물자가 교류되며 사상이 통합되고 오가게 되었다.
거대한 영토를 하나의 시스템으로는 다스릴 수 없었기에 칭기스 칸은 땅을 나누어 자손들에게 하나씩 다스리게 하고(지도 참조), 후에 쿠빌라이 칸은 '몽골 울루스(대원 몽골 제국)'라고 이름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이라는 이름은 중국인들이 몽골을 오랑캐이자 침략자로 서술하는 관점에서의 명명이다. 이러한 연합체가 손자인 쿠빌라이 칸에게까지 이를 수 있었던 원인에는 그들의 막강한 전투력도 있겠으나, 거두어 들인 조공을 두 배로 다시 베푸는 등, 칭기스 칸의 인품이 무척 훌륭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국의 느슨한 통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력이 아닌 무언가가 요청되었는데, 몽골은 불교를 받아들임으로써 그 보편 원리 안에 지역마다 서로 다른 토착 자연 종교(샤머니즘)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피를 흘리는 싸움만으로 점철되지 않는 정복의 의미를 확장하는 차원이었다. 따라서 우리에게 몽골 제국은 모든 것의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몽골 제국과 티베트 불교와의 관계
티베트 불교에는 닝마파, 카규파, 샤카파, 겔룩파, 네 개의 분파가 있다. 이 중 몽골의 칭기스 칸(1161?~1227)이 티베트와 처음 접속하면서 우대했던 파는 샤카파이다. 몽골의 시조인 보돈차르에서 9번 째 가계가 에수헤 바타르인데, 그의 아들 중의 하나가 칸이 된 칭기스이다. 티베트의 불교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칭기스 칸은 티베트의 승려인 궁갸냠보를 초청하여 대승 불교를 받아들이고, 통합책으로 사원을 건설하고 논사들을 초빙했으며 역경 사업 등을 했다. 정보에 대한 접속이 빠르고, 그것이 훌륭하고 자신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포용하는 유연한 태도는 유목민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칭기스 칸의 손자인 고단과 쿠빌라이 칸은 몽골에서 불교가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중요한 인물들이다. 고단은 티베트 침략 후, 승려 샤카 판디타의 영적인 힘에 감화를 받아 그를 초빙하게 되었다. 샤카 판디타는 조카인 팍파 걀첸과 동행했다. 고단은 그들로부터 종교적인 가르침을 배우고 샤카 판디타를 티베트 중부 총독으로 임명했다. 팍파는 샤카 판디타 사후에도 몽골에 계속 남아서, 나중에 쿠빌라이 칸의 스승이 된다. 이때부터 몽골은 정치체의 중심으로서 칸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라마를 칸의 스승이며 교리의 왕으로 동등하게 대우하며 두 가지를 제도적으로 통합하게 된다. 이 당시 팍파의 중요한 업적은 문자(파파스)를 발명한 것이다.
중국의 명 대에는 알탄 칸과 관련하여 겔룩파의 불교가 몽골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불교의 개혁자였던 총카파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승단을 개혁하고 1490년에 겔룩파 사원인 간덴 사원을 설립했다. 그의 제자인 겐뒨 둡은 초대 달라이 라마로 추대되었다. 1571년에 알탄 칸은 몽골 동부를 제패하고 서쪽의 오이라트 족을 점유하면서 큰 영토를 차지하게 되며, 몽골 최초의 상설 도시인 코코호탄을 건설했다. 그리고 첸리시 보살(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툴쿠(스승)인 소남갸초의 소문을 듣고 초청, 이때부터 갸초(대양이라는 뜻)를 몽골어로 번역한 '달라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3대 달라이 라마를 모셔오고 겔룩파를 위시한 불교가 몽골에 퍼져나가게 되면서, 티베트 불교는 중앙아시아의 불교로 성장하게 되었다. 급기야 4대 달라이 라마가 몽골에서 환생하게 되는데, 알탄 칸의 증손자인 왼텐 갸초이다. 그는 1601년에 몽골을 떠나 라사로 가게 되고, 초대 펜첸 라마(겔룩파의 스승)로부터 가르침을 받게 된다. 달라이 라마의 계보가 자연스럽게 몽골로 이어진 이러한 점은 몽골과 티베트의 관계가 깊이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근대화의 선두에서 13대 달라이 라마인 툽텐 갸초에서 현 14대 달라이 라마로 이어지게 되고, 몽골은 원 멸망 후 청의 지배를 받지만, 몽골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북쪽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리고 17세기에 법왕인 자나바자르의 통치 속에서 여러 가지 부침을 겪게 된다.
자나바자르는 몽골의 달라이 라마(젭툰담빠 호툭투 1세)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처럼 통치와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법왕이었다. 자나바자르는 티베트 할하의 잠발린 법왕과 티베트 승려들로부터 계를 받고, 1650년에 티베트로 가서 5대 달라이 라마였던 롭쌍 갸초의 제자가 되었다. 1653년에 귀국한 후에는 조각가, 화가, 건축가로서 사원을 짓고 조각상, 탕카(탱화) 등의 많은 작품을 남겨 '몽골의 미켈란젤로'로도 불린다. 이러한 역사는 몽골이 이미 북방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도 티베트와의 관계가 중단된 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러시아가 남하하고 옹정제 때에 청이 아래에서 올라오면서 러시아와 청 사이에 캬흐타 조약(1727)이 맺어지고 외몽골과 내몽골의 경계가 생긴다. 중국의 신해혁명(1911) 후에 몽골이 독립을 선언하고, 복드 칸을 중심으로 복드 칸국이 설립되었다. 복드 칸은 중국의 몽골 침입에 저항하여 독립을 위해 힘쓰는 과정에서 13대 달라이 라마와 연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1924년에 복드 칸이 사망한 후에 몽골이 소련(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되면서 몽골과 불교의 전통은 잠시 단절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몽골의 역사는 티베트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불교의 역사와도 나란히 그 명맥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14대 달라이 라마는 몽골의 10대 달라이 라마를 공표했다고 한다.
지난주 수업 들을 땐 정리가 잘 안됐는데 후기 읽으니 연대기가 이제사 눈에 들어오네요
후기 쓰는 게 은근 힘이 부치죠^^:: 고생하셨슴돠~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요^^
지난 수업에 못 가서 후기 기둘렸는데 ~ 와우 몽골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쫙 정리해주셨네요. 헷갈릴 때마다 참고하겠습니다^^
샘. 불상사를 막았네요. 후기 기다리다 목 빠지기 직전이었음. 이리 고군분투하고 있을줄. 짐작이야 했지만. ㅎㅎ. 아무쪼록 몽골과 티베트 불교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몽골에 불교도가 많다는 것도, 몽골과 티베트가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다 뜻밖이네요. 이번에 티베트 불교 공부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중국 중심으로 역사를 배워왔는지 알게 됐어요. 그게 단순히 역사 이해에만 그치는 것도 아닐 테고.
오, 일목요연한 정리 감사합니다. 샘부터 숙지하고 올리시느랴 공부 많이 되셨겠어요^^
이렇게 서로 만나 공부하는 인연이 대단하지요!
어디가서 이런 책들을 읽고 토론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