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라이라마, 깨달음을 말하다>를 공부하며 든 두가지 생각
-베풀겠다는 마음 그 자체인 보시
이날의 수업은 먼길을 떠나 달라이라마 존자를 친견하고 돌아온 윤지샘이 선물과 이야기를 보시하는데서 시작했다. 고된 길이었지만, 기쁨이 피로감보다는 컸다고 한다, 마음이 냉랭한 사람도 몸이 아픈 사람도 한 번의 만남으로 치유한 존자님의 힘에 대해 들으면서 모두들 '보시'를 떠올렸다고 한다. 마침 이날 읽은 [달라이라마 깨달음을 말하다] 11장에서도 보시를 강조하는것 같았다. 높은단계에 이른 수행자에게는 육바라밀행과 사섭법의 실천이 제시된다. 이때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육바라밀도, 다른 이들을 성숙하게 하는 사섭법도 모두 재시, 법시, 무외시를 베푸는 보시 수행에서 시작된다. 보시는 나와 남 모두를 성숙케하는, 중생의 원을 채워주는 여의주이며, 가지고 있는 모든 것과 선업까지 중생에게 주겠다는, '베풀겠다는 마음' 그 자체라고 한다.
-정진의 목적과 힘이 되는 인욕
육바라밀중 세번째가 인욕이다. 인욕에는 남이 나를 해치는 것에 화를 내지 않는 '해침에 흔들리지 않는 인욕', 해치는 이를 스승이나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분으로 여기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욕', '법에 대해 확신하는 인욕'의 세가지 수행이 있다. 인욕, 인내의 수행은 모든 수행에 크나큰 자산이며 특히 자애심과 연민같은 대승의 자질을 일으키는데 깊이 관련있다고 14대 달라이라마는 말씀하신다.(303페이지) 처음 인욕에 대해 알게 되었을때 일방적인 인내로만 여겨져 그다지 내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인욕의 수행이 그 다음 단계인 '정진'의 힘과 목적이 된다고 한다. 명료하게 알지 못한 정진은 큰 진보가 없지만, 타인의 해침이나 고통에 대한 인욕수행으로 힘과 목적이 부여되면,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배움과 꺠달음을 상현달처럼 증장시킬 것이라고 한다.
달라이라마는 나를 해친 적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셨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통해 배움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하셨다. 존자님 자신도 중국 침공이후 받아온 온갖 모욕과 고통을 믿을 수 없는 인내와 자애로 수행해오신 바 있다. 온갖 피해와 고통에 대한 인내가 결국에는 큰 배움이 되어 수행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무엇보다 존자님 자신의 삶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힘들 또한 존자님에게 윤지샘이 친견을 통해 직접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힘을 주는 보시를 하실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크고 작은 피해와 고통들 또한 그렇게 변화될 수 있는것 아닐까. 울림이 크게 남는 대목이었다.
2.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블랙홀 특이점에 대한 새로운 이해
상대성이론은 중력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중력붕괴를 통해 블랙홀이 생성된 것을 밝혔다. 그리고 블랙홀 특이점이 우주의 붕괴 지점이라면 우주의 시작, 빅뱅도 특이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블랙홀 특이점에서 모든 물리법칙이 붕괴되어 버리고, 상대성이론 또한 예외가 없다면 우리는 빅뱅 이전에 대해선 아무런 힌트를 가질 수 없게 되고 신에 의한 창조 따위의 가능성을 상정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블랙홀에서 입자가 방출되어 생기게 된다는 호킹복사는 블랙홀 특이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해준 셈이다. 블랙홀에 대한 양자역학적 접근을 통해 양자얽힘현상이 호킹복사를 낳게 한 것임을 밝힘으로써, 우주의 역사에 대한 양자역학적 접근과 상대성이론을 접목시킬 가능성이 보이게 된 것이다. 블랙홀 특이점에서 모든 물질이 흡수되면서 종말을 맞는게 아니라, 흡수와 동시에 방출이 일어나면서 종말이 아닌 일종이 변형을 통한 새로운 시작이 되는것 아닐까.
-우주의 시작
그렇다면 우주의 시작과 운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주시작의 아주 짧은 초창기에 대해서는 밝혀졌으나 그 이후 전개과정속에서 우주가 형태와 온도면에서 균일한 데다가 팽창임계점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인플레이션 우주 이론은 우주 초창기에 매우 뜨거운 온도에서 냉각과정을 거쳐 급팽창했다는 것으로, 풍선효과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의 균일성을 설명해 줄 수 있었다. 현재의 적절한 우주의 조건을 설명하고자 했던 인류원리도 우주의 전개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여전히 사용되는 이론이다.
-우주의 시작과 운명-양자중력이론과 무경계우주
호킹박사는 우주의 전개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연결해 보려한다. 양자역학에서 파인만의 역사총합이론을 우주시공에 적용한다. 이를 유클리드 시공을 활용해 표현하는데, 빅뱅 이전까지의 시공이 하나의 좌표속에 나타나야 하므로 허시간을 활용한다. 그 결과 우주 시공은 지구표면과 같은 타원형으로 표현되는데, 북극점과 같은 곳에서 시작되어 팽창하다가 적도를 최정점으로 남극에 다다를때까지 축소하는 형태라 한다. 북극이나 남극에는 특이점이라고 부를만한 시작점과 종말지점도 없고, 계속해서 순환한다. 여기에는 어떤 신의 개입 여지가 없고, 자체의 힘으로 순환된다고 한다.
우리는 빅뱅 특이점에서 시작되어 종말까지 이어지는 실시간을 살고 있다 생각하지만, 호킹은 허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더 기본적일 수 있다고 한다. 단일한 특이점에서 시작되고 선형적으로 전개되다가 역시 단일한 특이점에서 종말하는 실시간 개념은 상대성이론에서 이미 폐기된 절대시간과 비슷한 개념 아닐까? 그렇다면 우주 시공은 절대자나 절대 시공이 없이 자체의 힘으로 순환을 거듭하고 있고, 단일한 모형이 있는게 아니라 어떤 인연조건에서의 작용들을 통해 구성되는 것 아닐까. 우주시공에 유일한 진리라는게 있다면, 그것이 항상하지 않다는 것 아닐까. 너무 어려운 텍스트였고, 단 하나의 이론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동안의 우리의 시야의 한계를 넘어보려 애쓰는 시간이기도 했다. 호킹은 자신의 이론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고, 우주의 시작과 운명에 대한 이론은 입증이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요한것은 어떤 진리 자체가 아니라, 입증 불가능함을 알고 있고, 그것이 유용한 질문이 아님을 알면서도 우리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그 과정 자체가 아니었을까.
허시간과 무경계이론은 정말 어지러웠습니다. 그래도 2017년까지 개정된 텍스트라고 하니, 저희가 나름대로 첨단(?) 과학 안에서 헤매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 이상한 위안이 드네요 ㅎㅎ 다음 주에 시간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동안 읽은 부분들이 또 새롭게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