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입체적으로 접속시켜보는 ‘불교+철학’ 수업의 일 년 간 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12월 6일 에세이만이 남아있는데요. 저희는 뭐가 되었든 삼법인 ‘고’, ‘무상’, ‘무아’ 중 하나를 골라서 끄적여 온 글들을 가지고 모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구두로만 얘기 나누었던 샘들 먼저 시작해서 한명 한명 써온 것을 읽고 문제의식과 주제를 잡아보았는데요. 오랜만에 하던 글 작업과 코멘트여서인지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각자의 문제들을 향한 진심어린 코멘트들이 오갔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쪼개서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강의 시간이 시작되었는데, 강의라기보다는 회담이 펼쳐졌습니다.
채운샘은 책상을 가까이 놓고 마주 앉으셨고, 저희는 올 한해 혹은 지난 몇 해 동안의 불교공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에세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한명씩 돌아가며 간단히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불교팀에 대한 생각을 포함한 채운샘 자신의 현재적인 고민과 흔들림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샘께서도 여전히 수행이 무엇인지, 고통(특히 행고)가 무엇인지,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거듭거듭 바꿔가고 계신다고요. 그리고 둘러앉은 모든 분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나에게 불교 공부는 무엇인지, 또한 수행이나 행동이 무엇인지. 저희는 1년에서 n년, 자신에게 불교 및 불교를 배우는 장이 어떠했는지를 나누었습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도, 현재의 동기나 의욕도 상이했습니다. 학문적으로 더 파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분들도 계셨고, 이제는 종교적 체험으로서 불교를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고, 어떤 방식으로든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터놓고 나눈 적이 없어서 제게는 무척 흥미롭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저도 잘 모를 동인에 이끌려 불교를 앞으로 쭉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과, 그때 열정적으로 피(침)튀기며 매주 공통과제를 열의를 다해 코멘트하던 분위기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무상하게도(?) 지금은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가 되었지요. 저로서는 스스로에게도 전반적 분위기에도 아쉬움이 남지만, 그 느슨함은 각자에게 다른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그래서 중요한 건 에세이의 주제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구두로 이야기나누기도 했던 저 주제 그대로입니다. 1) “나에게 불교 공부는 무엇인가?” 2) “수행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여기에는 공부가 무엇인지, 또 불교가 무엇인지, 어떤 힘이 되어왔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포괄적인 질문들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량은 자유입니다. 이미 진도가 나가셨거나 이와 연결이 되시는 분들은 무상, 무아, 공이라는 전 주제로 계속 써 주셔도 됩니다. 채운샘은 수유너머시절부터 공동체에 불교반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하십니다. 규문에서도 불교세미나는 제 기억으로도 5년 이상은 지속되어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여정의 막바지네요. 길었던 불교세미나의 마무리 정리가 될 에세이를 쓰기. 왠지 마음이 묘합니다. 마지막 시간 간식은 각자 조금씩 준비하는 것으로 하고요, 후기도 소감들을 이어 붙여서 만드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12월 6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