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전성과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를 이런 처지에 빠뜨린 자들을 탓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그러는 것이 유용해 보이고, 나 또한 그렇게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 이상한 신세계에 주목하고, 상상력을 펼쳐 이 세계의 윤곽을 감지해야 한다. 이때 버섯이 도움을 준다. 폭탄 맞은 풍경 속에서도 기꺼이 나타나고자 하는 송이버섯 덕택에 이제 우리는 함께 사는 집인 이 폐허를 탐색할 수 있다.(애나 칭, <세계 끝의 버섯>, 26쪽)
도대체 버섯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웅웅, 어딜 둘러보더라도 더없는 메스꺼움과 무기력을 마주할 때 버섯이 건네는 말이 있다고 애나 칭은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건강'과 관련됩니다. 버섯이 말해주는, 정확히는 냄새로서 나타내 보이는 이야기는 중층적이고 다운율적인 것입니다. 송이버섯은 생태적 균형이 교란된 숲에서만 자랍니다. 송이버섯의 향기는 대부분의 서양인들에게 역겨움을 주지만 일본인에게는 더없는 향기를 줍니다. 송이버섯의 채집인들은 자본주의 경제학에 잡히지 않지만 고용되지 않은 채 그들의 공존과 생활 양식을 조직해냅니다. 송이버섯의 다양성은 오염 위에서 오염과 더불어 이루어집니다. 송이버섯은 자립적으로 확장될 수 없으며 의존하고 변형하고 변형하면서 상리공생할 뿐입니다.
애나 칭은 송이버섯의 존재론과 그것을 둘러싼 실존들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버섯이 자라나고 있는 망가진 땅이, 버섯과 함께 다른 의미와 뉘앙스를 풍기게 됨을 주목합니다. "버섯을 통해 내 감각을 되살아난다. 꽃처럼 소란스러운 색깔이나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다. 버섯은 불현듯 나타나, 다행히도 내가 그곳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러면 불확정성의 공포 속에서도 아직 즐거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21쪽)
저는 이 책으로부터, 단순히 생태문제 뿐 아니라 제가 고민하는 무기력의 문제까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왜인지, 외관상 구체적인 버섯 이야기 같은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절실한 질문 속에서 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함께 손때 묻혀 읽으면서, 버섯이 보여주고 애나 칭이 받아 적은 살아가기의 기예들을 함께 배워가고 싶어집니다!!
첫 번째 시간(10.10)에는 1부 '남은 것은 무엇인가?'(~107쪽)까지 읽고 메모를 적어옵니다.
구체적인 질문은 곧 채운샘께서 전해주실 예정입니다. 꼼꼼히 따라가며 읽어보아요!
그럼 화요일 저녁 7시, 규문에서 만나요!
도대체 인간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포스트 휴머니즘을 지난 여름에 슬쩍 들여다보고 버섯이 세계의 희망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말씀에 혹하며 생기 세미나를 이어가는데요. 왜 생기인가?를 계속 곱씹으며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주마다가 아니라 일주일마다 만나뵙게 될 수 있어 설레면서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네요.. 우선 10월은 저녁약속은 제끼기!! 후쿠시마 오염수 2차방류 소식을 들으며 버섯이야기에 살짝 기대어 봅니다.. 화요일 저녁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