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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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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그러하듯이, 씨앗의 껍질이 터지며 싹이 나듯이, 알이 깨지며 유충이 얼굴을 내밀듯이, 양수가 터지고 나서 자궁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아기가 바깥 세계를 향하여 조금씩 산도를 밀고 나오듯이, 우리가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파열의 과정, 즉 분해의 과정 속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 속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것도 분해 과정을 우회하거나 딴 짓을 하다 보니 생겨나는 것, 즉 분해 과정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 제대로 말하자면, 분할되고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을 일러 태어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즉 우리는 덧셈과 곱셈이라기보다는 뺄셈이며 나눗셈인 그런 세계를 살아가는 게 아닌가."(후지하라 다쓰시, <분해의 철학>, 박성관 옮김, 사월의 책, 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