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세미나 시즌1 두 번째 시간에는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를 끝까지 읽고 만났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디지털 인프라 중에서 5G, 로봇, 해저 케이블 등의 물질적 요소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5G 라는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5G로 인하여 데이터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공급이 수요를 낳고 신기술이 소비를 부추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 컴퓨터와 사물들이 인간의 간섭 없이 자기들끼리 소통하고 데이터의 생산이 인간의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게 되면서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무선’이라고 생각해온 인터넷 환경은 철저히 유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 물질적 선을 구성하는 광케이블은 바다 밑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깔려있고 대륙과 대륙을 가로질러 지금도 계속 깔리고 있지만, 우리의 시야 밖으로 치워지면서 디지털은 비물질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환상이 만들어져온 것 같습니다.
세미나는 반장 민호샘이 제안해주신 방식으로 작성해온 메모를 한 분씩 읽으며 진행하였어요. 모두가 인상깊은 챕터와 문장을 뽑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왔습니다. 채운샘이 내주신 미션도 있었는데요, 지금 나에게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는 어떠하고 그 임계점은 어느 정도인지,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공생-공존의 연결은 어떻게 가능할지,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도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키워드로 ‘예측 불가능성’을 꼽았어요. 디지털 산업의 팽창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고 신기술로 인한 생태 비용을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우리의 윤리적 실천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민호샘이 관련 학과를 나오셔서 ‘환경영향평가’와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일’의 어려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진 주체들 간에 합의를 이뤄내는 일’의 곤란함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주셨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는 것 보다는 책을 읽고 달라진 나의 감각을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채운샘의 제안으로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각자의 일상을 공유해보았습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소비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싶어서 제가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 데이터 용량과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를 수치로 적어보았어요. 샘 한 분께서(은동샘이셨나요?ㅋ) 저의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고 놀라시길래, 음 제가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몇 달 전부터 ‘데이터 요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ㅎㅎ 작년부터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 대중 교통을 타거나 길 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잡히더라도 너무 느리고...)는 가입한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금새 데이터가 바닥 나더라고요. 이렇게 해명을 해보아도 저 역시 공급이 낳은 수요, 속도에 중독된 사용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동영상을 보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데 끊기면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요ㅋㅋ 하지만 이런 타이밍에 생-기 세미나에 접속하여 스스로를 점검할 기회를 갖고, 샘들과 좋은 책을 읽고, 실천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만남이 비록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관계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공생-공존의 연결이고, 디지털 기술에 완전히 포획되지 않으면서 어떤 틈새를 발견하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전유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샘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한솔샘은 ‘지랄총량의법칙’과 같이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는 것도 총량이 정해져 있을까? 라는 재밌는 질문을 던져주셨고, 은동샘은 사시는 곳의 화력발전소 홍보 멘트 “행복한 삶을 창조하는 에너지... 가슴 뛰게 하는 아름다운 사랑...오늘을 넘어 더 큰 세상을 열어가는 에너지...”를 보고 도대체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은 뭘까 의문을 제기해주셨고, 인영샘은 책에 나오는 보만씨의 사라진 강의 사례로부터 파렴치한 인간중심주의를 보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보은샘은 개인이나 단체가 컴퓨터나 폰을 사용할 때 데이터를 관리하기보다는 무조건 저장하고 보는 습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적어주셨고, 민호샘은 발제문에서 우리의 허영심과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기업의 그린 워싱 전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채운샘께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일본의 한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뭘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다가 주변에 남아 있는 종이를 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함께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뭘 하면 좋을지 도저히 모르겠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 책은 <육식의 성정치>라는 책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물질적 조건을 교묘하게 은폐하여 디지털의 탈물질화를 조장했다면, 육식주의는 무엇을 은폐하고 있을까요?
생-기 세미나 두 번째 시즌에서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나요!
경덕샘. 후기 잘 읽었어요. 제가 뭔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참 좋습니다.
경덕샘 말처럼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 현실 앞에서 저희는 자주 무기력에 빠지겠죠…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부여잡고 누워있진 말자. 빨래를 하든, 나가서 풀을 뽑든 하자! 냉소적인 사람이 되진 말자! 고 ‘다짐’을 하긴 했습니다만…
디지털과 무선, 탈물질화로 친환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철저히 유선과 물질에 기반에 한다 는 것.. 적잖은 충격을 주는 책이였습니다. 회의 말미에.. 경덕샘께서 어떤 정치적 실천을 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모습에 공감이 되었고,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허에서 종이를 줍는 심정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된다는 채운샘의 말씀에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불규칙적으로 하던 낭송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또 잠자리에 들기 바로 전에 짧게라도 규칙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말이지요. ^^
354쪽 [주,14]에 따르면 이 광대한 해저 케이블에 군사 혹은 정보 차원의 비공식적 해저 케이블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라고 합니다. 수명이 25년밖에 되지 않으니, 앞으로 폐기되는 해저 케이블에 비례해 새 데이터센터도 계속 늘어가고 떠나버린 우리의 강은 절대 돌아오지 못하겠죠.
이 책을 읽기 전, 저에게 이 디지털 환경은 무형의 '빠르고, 간소화된, 무료 서비스' 였을 뿐이었죠. 좀 더 간단히, 좀 더 빠르게, 좀 더 싼 비용으로 제가 누린 디지털 세계란... 쇼핑, 넷플 ,유투브,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 지구 물질과 에너지 고갈과 폐기물과 노동 착취와 생물의 다양성 소멸 등의 비용을 계산한다면 o(TヘTo) 완전 날강도가 된 기분이라 마이 부끄럽네요!!!!
저도 경덕샘처럼 세미나에서 팀원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데이터 요요 현상은 왜 오는가? 무제한 구글 포토를 이용할 수 있는 구글 폰이 왜 두 개나 필요했을까? 안 쓰는 앱을 지워도 또 새로운 앱을 깔게 되는... 우리에게 '국자 받침대'가 필요할까? 라는 질문에 이르렀죠. 이런 질문을 아예 하지 않고 그냥 쫓기듯이 소비자로 살아왔더라고요. 가시적 유선에서 해방되는 것이 대단한 혁신도 해방도 아니었음을... 그것들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이, 해방이고 능동적인 자유는 아닐까. 우리가 앞으로 이 기술과 맺는 관계 그리고 작은 물건 하나와의 관계에서도 숙고하게 될 것 같습니다. 수동적이고 즉각적 반응하게 만드는 이 감각들을 거부해 나아가자!
그래서 채운샘께서 '우리 각자 임계점을 생각해 보자' 라고 했던 과제가 왜 필요했는지 끝나고 나니 더 생각하게 되네요.━━( ̄ー ̄*|||━━
경덕샘 말씀처럼 이 기술이 은폐하고 있던 민낯을 마주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과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일상에서 변화,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등)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와 함께 성숙할 씨앗 하나를 얻은 기분이라 세미나에 참여한 팀원으로 '생-기 세미나' 강추합니다.
다음 세미나에서 씩씩해진 모습으로 만납시다~~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으니까요~~ 아자, 힘냅시다!!! (〃 ̄︶ ̄)人( ̄︶ ̄〃)
정신없이 지내다가 이제야 댓글을 남겨요!
저희의 좌충우돌 세미나를 이렇게 조곤조곤 정리해주시니 무척 감사드립니다!!
데이터 요요에도 깊이 공감하고요!
인영샘의 2차 후기처럼, 지금의 저희에게 해방의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우리가 가장 깊이 연루된 디지털 서비스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혼자만 느끼던 '불편함'을 생-기 세미나에서 공유하고 언어화하는 작업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