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장에서 7장까지의 세미나에서는 1848년 혁명 이후 잦은 분쟁과 국지적인 전쟁으로 다이나믹하게 변동하는 세계와 만났습니다. 국내외의 정치적 변화와 경제적 토대의 비약적인 발전 가운데 온건/급진 자유주의, 부르조아/노동자, 지주/농민층 등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더라도 공화정이든 수복된 왕정이든 정부가 무시할 수 없는 대중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연이은 혁명과정에서 대중들은 제한적이나마 참정권을 얻어냈고, 노동계급은 ‘제 1인터내셔널’ 이라는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유대관계 속에서 프롤레타리아의 국제적 단결을 호소하고 대중정당으로 조직될 정도로 힘을 갖췄으나 아직은 자유주의자들 지배하에 과학과 이성을 토대삼아 진보의 방향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유럽의 근대가 종횡으로 급박하게 변화하는 것은 5대 열강(영국,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의 영토확장 야심과 오스만제국의 해체, 이탈리아와 독일의 통일, 비유럽지역인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미국 남북전쟁, 파라과이 전쟁 등, 자본주의 팽창과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전과의 차이점은 선교사를 뒤따라 서양의 총포가 들어갔다면 이번에는 철도, 항만 등 교통과 통신의 신속성과 대량생산된 무기, 폭약 등, 근대적 기술에 의한 대량전쟁 형태로 행해졌다는 것입니다. 국제정세는 대자본과 우월한 기술력을 갖춘 자본주의적 공업 강대국 중심의 세계경제로 형성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뒤늦은 국가들은 서유럽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동화되든지, 완강히 저항하다가 식민지화되든지 각국의 구체적인 상황은 다 달랐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번 세미나의 주요 논점은,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민족, 국민, 국가의 형성이지요. 왜 전쟁은 지긋지긋하게도 계속되는 것인가? 아직도 분쟁과 전쟁이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상황이나, 우크라이나전쟁의 연원을 따져가면, 19세기 영토확장과정에서 발생한 독특한 역사적 현상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흡수, 동화정책이라는 폭력적 내셔널리즘은 실질적으로는 대항 내셔널리즘을 자연스럽게 형성시키는 역설을 증명하고 있고요.
이전까지는 도시국가 형태나 부족의 형태로 고유의 문화를 이루며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살아왔던 것과 달리 ‘일관된 영토에서 공통의 문화와 역사,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 논리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국민성’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국가통치술로 형성됩니다. 국민국가는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이념에 자립할 수 있는 경제, 기술, 국가조직, 군사력 등에 매진하고 국민교육으로 사회적 가치를 사상 무장합니다. 우리 근대화에서 국민교육헌장, 새마을 운동, 충효정신, 등 동일한 민족의식으로 국민을 개조하고 국가주도의 경제개발과정으로 성장과 발전을 추동했던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형성된 보편적 존재로서 동일성인 민족, 혹은 국민이라는 허구가 애국심으로 그토록 무수한 경쟁과 참혹한 전쟁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개인들을 희생시켰다니 허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리석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은 8장에서 12장까지입니다. 뒤늦은 진보의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패배하지 않고 발 빠르게 승리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는지, 유럽 자본주의를 전복하고자 했던 또 다른 근대의식인 사회주의운동과 파리코뮌 등의 과정과 그 결과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연결되는지 토지, 인구, 노동상황 등의 변화가 이어집니다. 1848혁명 이후의 시간들이 정말 혼란과 광란의 용광로처럼 흥미진진하네요. 다음 시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발제는 8-10장 정랑선생님, 11~12장 소현샘. 간식도 함께 맡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민족 개념, 국민 개념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19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놀랐습니다.
이 시대에 ‘민족’이라는 개념과 ‘국민 국가’라는 개념이 왜 필요했던 걸까요?
‘국민 국가’를 형성하는 데에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 같습니다.
국민을 교육하고,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고, 도시화를 하는 등등 자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토대를 형성하는 느낌이 듭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허구가 왜 요청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막연히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철저하게 통치되기 위해 분할되거나 통합되었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그리고 이 허구에 맞서기 위해 똑같이 '대항 민족주의'를 구성해야 했다는 돌아보면 도대체 이 연쇄의 출구는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