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못읽은 부분을 읽고, 정리하다 보니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이번주는 2부 사람과 사람사이의 유대관계 부분을 읽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유대관계에서 블로크 혈연공동체부터 이야기를 합니다. 흔히 봉건제를 떠올리면 기사와 영주가 계약을 맺고 땅을 나눠주고, 충성을 바치는 뭔가 차가운 느낌의 인간관계를 떠올리는데요. 봉건제의 특징적 관계 이전에 있었던 그리고 봉건제라는 새로운 구조 안에서도 혈연관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블로크는 이야기합니다. 이 혈연관계의 특징은 ‘근친복수’인데, 저는 복수를 혈연집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국가나 법이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혈연 공동체가 나를 보호한다는 의미겠죠. 경제적인 도움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혈연공동체가 사라지면서 봉건제가 출연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으나, 블로크의 결론은 이와 다릅니다. 블로크는 봉건제의 인격적 보호와 종속의 관계가 강해지던 시기에는 혈연적 유대관계가 구속력을 가졌고, 봉건적 구조가 무너지거나 변형되는 몇 세기 동안에는 혈족의 연대성도 소멸해가는 전조를 보았습니다. 이 시대는 갖은 전쟁과 공권력이 없던 때라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집단이든 귀속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봉건시대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그림, 기사가 영주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며 선서하는 신종선서에 대해 나옵니다. 신종선서는 영주와 가신, 양자의 계약을 의미하는데 이 관계를 종속과 보호. 서로를 묶어두는 약속인 셈입니다. 가신은 영주에게 군사적 봉사를 합니다. 영주는 가신을 보호하며 이들에게 급여로 ‘은대지’를 줍니다. 이는 양쪽이 살아있을 때까지 지속되는 계약관계입니다. 둘 중 한명이 죽으면 군사적 봉사- 땅 지급이 사라지는 셈이죠.
앞의 신종선서가 무난하게 제도화 되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가신이 죽으면 봉토를 영주에게 반납해야 하는데, 남은 가족들의 생계수단이 흔들리게 됩니다. 이 가신의 아들이 어린아이라면, 미망인 혼자 있다면, 아니면 아들이 여려명이라면, 각양각색의 상황이 이 속에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봉토를 세습하는 조건으로 가족 중 장남(대부분의 경우)이 영주와 충성계약을 이어합니다. 신종선서가 세습적인 계약관계로 바뀌어 가는 지점입니다. 대를 이어 계약을 이어가면서 마음으로 주인에게 충성하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관계가 되기 힘든바, 가신들은 여러명의 영주에게 충성서약을 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저는 이 혼란한 관계를 보고 웃음이 나왔어요. 앞서 가신은 군사로서의 역할을 하는데요. 여러명에게 충성서약을 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군사로 출정하게 되었을 때 어디로 가야할지, 또 가신이 자신의 봉신을 거느린 경우- 자기와 자기 가신과 싸워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봉건사회의 계약관계는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이 제도도 각 나라마다 양상이 달랐는데요. 또 이 안에 여러 모순과 상황들이 잡동사니처럼 섞여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블로크의 글을 읽으며 역사책의 한 줄로 쓰인 어떤 말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한 양상을 띄고 있는지를 어지럽게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정샘의 많은 노고와 고민이 느껴지는 후기입니다ㅎㅎ
신종선서와 인적종속관계는 성문화되지도 않았고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고 게다가 의미가 덧붙여지고 변형되었기에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거 같습니다. 무 자르듯 정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 발동하게 되는....ㅎㅎㅎ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관계 맺는 것도 돌아볼 수 있는 거겠죠~
교과서에서는 중세 봉건시대의 특징으로 '영주와 기사'의 '쌍무적 계약관계'와 '장원'-'농노'를 꼽죠. 그런데 어쩌다 이들이 그러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 '쌍무적'이란 관계의 형식은 어떻게 성립하고 유지될 수 있었는지 등등은 설명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블로크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서술하는데요. 저는 내용도 재밌었지만 블로크가 우려하는 것, 너무나도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래서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애씀을 이해하려면 저희도 애를 써야 하지만, 블로크가 들인 것에 비하면 비교가 되진 않겠죠..!! 어쨌든, 블로크의 서술을 따라갈수록 중세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이런저런 어려움과 노력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남은 것도 재밌게 읽어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