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하)>를 읽기 시작했네요! 아직 제겐 톰슨이 익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톰슨의 논의를 따라가면서 읽어나가는 게 참 어렵고 괴롭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톰슨의 치밀한 전개 과정 속에서 그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기도 합니다. 톰슨이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역사가들은 “성공한 사람들” 즉, 주요한 인물들 몇 몇만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톰슨은 그러한 역사 서술에 질문을 제기합니다. 왜 “가망없는 일, 패배한 자의 주장, 그리고 패배자들 자신”은 잊혀지게 되는지를 말이죠. 특히 이번 주에 읽은 부분에서는 역사에서 전혀 주목 받지 못하고 소외됐던 인물들의 역사를 촘촘하고 조심스럽게 재구성해가는 톰슨의 모습에 뭉클하는 기분을 느꼈는데요. 톰슨의 세밀한 시선을 따라가는 게 어렵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다시 최대한 쫓아가보겠습니다.
1797년 영국의 분위기는 ‘피트 정권’의 탄압으로 온 나라가 짓눌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개혁파(자꼬뱅)들은 모두 지하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개혁파(자꼬뱅)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요. 그것은 1802년 나뽈레옹이 종신통령과 세습 황제로서 제위를 수락한 사건입니다. 프랑스의 개혁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영국의 개혁파들은 나뽈레옹의 그러한 행보에 타격을 받습니다. 게다가 1803년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으로 인해서 영국 내에는 ‘애국적 감정’이 부활하고, 그로 인해 자꼬뱅주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시에 자꼬뱅주의는 쇠락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급진주의’의 불꽃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급진주의’의 새로운 바람이 일렁이는데, 그것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나뽈레옹의 독재자라서 적이라면, 영국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람들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언론을 매수하고 정부의 온갖 영향력을 자기 권력을 떠받치기 위해 사용했던 피트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코벳’은 전제정에 대해서는 국외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것과도 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버뎃’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그는 역량있는 개혁파는 아니었지만 일반대중이 지지하는 대변자였습니다. ‘독립’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며 새로운 방식의 선거를 주도합니다. 그래서 결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선거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냅니다. 이때의 선거 경험이 중요한 것은 이전에 부와 토지에 대한 이해관계와 동의어였던 ‘독립’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됐다는 점입니다. ‘독립‘ 개념은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후원, 뇌물, 복종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했고, 웨스터민스터 위원회는 이를 조직하고 실천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위원회’는 해체되지 않고 수년간 전후 개혁조직의 전형으로 남습니다. 웨스트민스터는 민중의 승리를 자신의 것이라고 느겼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운동은 이후에 평민적 운동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장에서 펼쳐질 것 같네요. 그러면서 우선, 톰슨은 북부의 ‘불법적 운동’으로 넘어갑니다.
톰슨이 ‘웨스트민스터 위원회’를 통해 급진주의의 ‘합법적 전통’을 주목했다면, 다음 장에서는 ‘비합법적인 전통’을 주목하려고 합니다. 1800년과 1801년, 잉글랜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동이 발생합니다. 이 당시의 폭동은 조직적이고, 상당한 규모로 펼쳐졌는데요. 이러한 폭동이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비밀결사'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삐라가 은밀히 배포하고,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무기를 소유하고 단원들을 훈련시키는 비밀 결사가 말이죠. 그들의 이름은 '검은 램프단'입니다. '검은 램프단' 이후 1811년에도 새로운 '지하조직'의 움직임이 드러나는데요. 그들은 폭력적 공업투쟁의 형태, 즉 ‘러다이트 운동’으로 나타납니다. 톰슨은 이들 '비합법적인 전통'을 역사적으로 기술하기 어려움을 말하는데, 당시 노동자들이 사료를 남기지 않고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며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스파이와 정보원을 총 동원하여 '지하조직'을 탄압했고, 탄압과 압제가 강할수록 이들 또한 비밀을 엄격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톰슨은 '사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사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재판에서 '비밀'을 엄격하게 유지하기 위해 '단호한 거부'를 하는 헨슨의 태도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네요. 다음주에는 또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10주차(5월 3일) 발제는 경혜샘, 간식은 경혜샘과 현정샘, 후기는 장청샘입니다.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하)>는 14장 끝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톰슨의 글은 일견 동일해보이는 어떤 사건을 각각의 주체들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세밀하게 그 차이점을 드러내면서 의의를 밝히는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요. 합법적인 개혁이라 할 수 있는 선거가 지역마다 다른 양상으로 수행되었다는 것을 분석한 점도 그렇고, 내외적 동향을 꼭 한번씩 짚어주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는 노팅엄, 요크셔, 랭카셔는 북부공업밀집지역인데요. 이 세 지역이 어떻게 같고 다르게 러다이트운동이 이루어졌던가, 이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던 이야기가 저쪽에서 다시 쫙~연결되면서 이해가 되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다르게 보겠다고하면서도 또 똑같은 방식으로 '이것은, 그래서 ~이다.' 일방적인 정의를 내리고 도식화하고 있을지 모를 습관을 돌이켜보게 하네요. 다음시간에 깊이 얘기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