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지 수번뇌를 배우고 저 중에 하나 정도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겠지 싶었지만 매일 20가지 수번뇌가 하나도 빠짐없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에 하나의 번뇌만이라도 제대로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번뇌인지도 모르고 번뇌가 일어나는 것에 휩쓸려 살아간다. 심지어 누가 직접적으로 번뇌에 빠져 있음을 알려 주어도 알지 못한다.
27살에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년 가까이 되었지만 해당 업무를 거의 할 줄 몰랐다. 납작 엎드려 배워도 모자랄 판인데 열심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목을 뻣뻣히 세우고 오만한 태도로 생활을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사수였던 대리님이 “부끄럽지도 않니?” 라는 말을 던졌다. 아무런 질문도 대답도 못했다. 그 말을 듣고 ‘맞아 하는 일도 없이 그리고 노력도 하지 않고 2년 가까이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야.’라고 생각은 했지만 참으로 부끄럽게 받아들이지는 않았고 반성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몇 개월 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나는 부끄러워서 그만두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나간다며 사직서를 내고 나왔다.(광(誑))
나의 행동이 남이 보기에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 그 대리님도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주셨을텐데 정작 자신은 말을 해줘도 자기의 태도를 알지 못하고, 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광(誑)의 태도를 취하며 회사를 나온 모습을 보며 자기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수번뇌가 광이라는 다른 수번뇌로 이어졌음이 보인다. 그때 그 대리님은 나로 인해 어떤 수번뇌를 겪으셨을는지...정지로 충고를 해주신 선업으로 행복하게 잘 지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