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뜨거운 관심과 참여 속에 순항 중인 논어 수업입니다. 오늘은 매니저 혜원샘의 외유로 바지반장이 수업 후기 대신하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못다 한 학이(學而)편 14-16장과 위정(爲政)편 1-15장까지 기억에 남는 두 부분만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好學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먹음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거처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에 민첩하고 말을 삼가며, 도가 있는 이에게 찾아가서<옳고 그름을>질정한다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
학이편은 제목대로 배움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데요. 그 중 ‘배움을 좋아하는 것(好學)’것에 대한 공자님의 공자님의 생각이 14장에 나옵니다. 즉, 배움을 좋아하게 되면 오히려 필요 이상의 물질적인 탐욕을 구하지 않게 되고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고, 늘 자신이 배움을 구할 사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이렇게 하는 것이 배움을 좋아하는 태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공자님이 공부를 좋아하고 계속하는 이유가 현재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와는 상당히 상반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 하고 싶은 것이 다른 사람보다 잘 먹고 잘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으스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뭔가 남보다 똑똑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의 말은 잘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이유가 공부를 통해서 뭔가를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공부는 언제나 남과 비교해서 더 잘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공부는 이런 이유들이 이루어지면 바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취직을 하면 교과서나 전공책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싹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는 데요. 이것만 보아도 우리는 공부나 지식이 마치 물질이나 돈이 쌓이는 것처럼 한 번 소유하면 끝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님은 배움이나 공부를 이런 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계속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끊임없이 선을 실천하기 위해서 계속 배움을 구하게 되고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부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번 갈고 연마해야 하는 ‘절차탁마(切磋琢磨)’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라면 배움은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적극적이고 기쁘게 여기게 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가 공부를 괴롭고 하기 싫다고 여기는 것에는 공부를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가는 방편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뭔가 다른 것을 얻고 싶은 구린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법치 vs. 덕치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 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법과 형벌로 다스리고 통제하면, (백성들이) 형벌은 피하게 되나 부끄러워함이 없다. (그러나) 덕과 예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함이 있고, 선에 이른다.)
위의 내용은 <위정>편 3장으로 공자님이 정치에 대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자님은 기본적으로 법과 형벌은 최소한으로 하고 덕과 예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법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을 법이나 형벌로 통제하거나 못하게 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백성들이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우선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은 받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보고, 자신이 한 잘못을 뉘우치거나 부끄러워할 줄 모르게 되기 때문이죠.
채운샘은 이것을 ‘법치의 함정’이라고 하셨는데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아무리 법망을 촘촘하게 한다 해도 그것을 피하는 구멍도 함께 촘촘하게 생기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법망을 피했으므로 자신의 잘못은 돌이키지 않게 되고, 다시 법망은 촘촘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관계망 속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스스로 돌이키고 부끄러워할 줄 알게 해야만 진정으로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보았는데요. 이런 자발적인 깨달음을 중요시하고 최소한의 법과 형벌을 사용하는 것을 덕치라고 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모든 것을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자신의 양심이나 떳떳함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모습들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기를 보니 안드로메다로 보냈던 괘들을 다시 찾아와야 할거 같네요ㅠ. 바지스님께서 탄핵말씀을 하셨을때 귀를 닫았는데...그건 공자님의 호학과는 완전 대비되는 태도네요..성찰하게 해준 바지반장님께 감사드립니다..자리 유지를 위한 절차탁마가 중요한거 같습니다... 자격검증을 기꺼이 받도록 하겠습니다ㅠ
재방(후기)이 본방 못지않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