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의 삶을 살라 : 이탁오와 읽는 <논어> 16주차 계씨편 후기
논어공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강독 신청할 때 ‘생애 첫 논어’ 라 했더니, ‘대체 그동안 어떤 생을 살아오신 겁니까?’ 했던 댓글이 잊혀지질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뭐한다고 그동안 나이 오십이 넘도록 논어도 읽지 않은 걸까요?
이번 주는 계씨편 입니다. 무려 41장에 달하는 위령공 편을 읽다가 14장으로 이루어진 계씨편을 만나니, 우선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쉬어갈 수 있게 해주셔서. 그런데....
맥 빠지게 1장은 또 너무 기네요. 13장도 길고요. 그래도 읽어야겠죠.
1~3장은 공자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장으로 채운샘 왈, ‘명실상부’에 대한 얘기라고 합니다. 특히 1장은 명분에 어긋난 전쟁을 반대하며 세 번에 걸쳐 염유를 나무라는 공자의 화법이 이탁오의 말처럼 진정 신묘 했습니다. ‘지금 빼앗지 않으면 후세에 분명히 자손들의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염유의 말에, 공자는 말합니다.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으면 문덕(文德)을 닦아 그들을 오게 하라고. 그리하여 왔다면 편히 살게 해주어야 한다고. 그런데
자로와 염구, 너희는 계씨를 돕고 있으면서,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복종 시키지도 못하고, 그들을 오게 할 수도 없으며, 나라가 나눠지고 인심이 흩어지는데도 지키지 못하면서 나라 안에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며, 계손씨의 근심거리가 전유에 있지 않지 않고, 나라 안에서 생길까 걱정된다며 자로와 염구를 꾸짖습니다.
4장은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에 대한 말씀입니다. 정직하고, 신실하고, 견문이 넓은 이를 벗 하는 건 유익하고, 꾸미기만 좋아하고 아첨하길 좋아하고 말만 많은 이를 벗 하면 해롭답니다. 여기에 이탁오는 덧붙입니다. 꾸미는 것을 정직하다 하고, 아첨하는 것을 신실 하다 하며 말만 잘하는 것을 견문이 넓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데, 이들을 어찌할 것이냐고.
저 또한 느낍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정직”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빌리 조엘의 <Honesty> 가 생각나네요.
조엘도 그랬죠. ‘다정함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정직함을 찾는 건 비현실적이라 말할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당신에게 바라는 건 예쁜 얼굴이 아니라, 정직함’ 이라고 말이죠. 어려워도 정직하게 살아야겠습니다.
6장은 군자를 모실 때의 세 가지 허물에 대한 말씀입니다. 말할 차례가 되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을 ‘조급함’이라 하고, 말할 차례가 되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을 ‘숨김’이라 하며, 군자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을 ‘눈먼 장님’이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제 얘기가 같습니다. 허물을 벗어야 할 텐데.
9장은 ‘아는 자’에 대한 네 가지 등급입니다. 우선 1등급 “生而知之者” 나면서 부터 도리를 아는 자, 2등급은 “學而知之者” 배워서 아는 자, 3등급은 “困而學之” 곤란함을 만나서 배우는 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4등급은“困而不學, 民斯爲下矣.” 곤란함을 만났는데도 배우지 않는 자로, 이는 가장 하등한 백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등급까지 매겨 가며 “호학”을 강조하다니, 어쨌든 배워야겠습니다.
13장은 자식과 거리를 둔 공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으로,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자식의 공부는 남에게 맡기는 것이라는 유가의 원칙에 공감하며, “시를 배웠느냐?”, “예를 배웠느냐?” 딱 이 정도만 해야겠습니다.
이상 짧아서 좋았던 <계씨편> 이었습니다.
후기의 내용을 정리하면, '허물을 벗고', '시와 예를 배우자!'가 될까요? 에베레스트 등산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을 목표로 삼으시다니..! 이제 <논어>를 읽기 시작했다는 게 믿겨 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발심이네요! 이 발심이 끝까지 가도록 앞으로도 도와드리겠습니다. ^^
저도 <계씨> 편 9장에서는 곤란함을 만났는데도 배우지 않는 것(困而不學)을 경계하는 공자님의 말씀에 뜨끔했네요! 곤란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배움으로 변환하는 지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13장에서 아들을 대하는 공자님의 모습이 그려져서 재밌었습니다. 자식과 거리를 두고, 한 번씩 시와 예를 배웠는지 무심하게 묻는 공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