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철학하는 일요일’에서는 맹자님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맹자를 잘 몰라도 한 번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을 들어보셨을텐데요, 바로 그 맹자입니다. 다른 철학자들에게는 없는 이 맹자 어머니 스토리는 사실 공식기록에는 없다고 합니다. ‘유향’(열녀전)이라는 책의 모범적인 어머니를 기록한 ’모의전‘에 나오는 이야기죠. 저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보다 같이 기록되어 있다고 알려진 ’맹모단기지교‘도 재미있었습니다. 유학 중이던 맹자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오자 맹모가 짜고 있던 베를 옆에 있던 칼로 끊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학문을 그만두면 생계를 위해 베를 짜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은 자식의 교육열을 보여주는 모성이데올로기로 근거가 없는 소설적인 이야기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맹자 어머니가 맹자에게 특별했던 이유에서인지, 맹자에게도 어머니가 특별한 존재였다고 합니다. 맹자는 어머니의 장례를 후하게 치뤘으며 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는데, 당시 이런 맹자의 모습이 모성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그러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채운쌤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맹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맹자는 이름은 ’맹가‘, 추나라 사람이며 유세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상반기에 그리스철학을 배우면서 플라톤과 같은 소피스트들을 만났습니다.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쳐주고 정치지망생을 교육시키는 사람들이었죠. 맹자도 동양의 소피스트와 비슷합니다. 이 유세가들이 소피스트와는 다른 점은 정치에 직접 나가기도 한 점입니다. 하지만 맹자는 제후들에게 인기가 없고 선택받지도 못했습니다. 당시는 군사 전략에 능통한 사람들, 법가들이 먹혔던 시절, 즉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合縱)과 연횡(連橫)에 온 힘을 쏟고 있었으며, 남을 공격하고 정벌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여겼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맹자는 ’요순(堯舜)과 삼대(三代:하은주)의 덕정(德政)‘을 논하고 있으니, 제후들에게는 맹자의 말들은 시급한 문제도 아닌 것 같고, 그들의 뜻에도 부합하지 않았던 거죠. 이후 맹자는 유세하는 것을 그만두고 물러나 제자들과 함께 공자의 뜻을 전하며 '맹자'를 서술하게 됩니다.
맹자의 텍스트는 7편 34,685자입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묵자와는 달리 유명한 구절이 많고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풍부한 비유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죠. 근본적인 데서 짚어가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네요. 맹자 철학은 ’정치학‘에 방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본성론, 욕망에 관한 생각, 마음에 관한 것들이 포진되어 있는데, 정치학의 핵심은 '공생공락', 즉 함께 살아가면서 함께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자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본성론을 배웠습니다.
맹자의 본성론 : 인간에 대한 낙관적 전망, 性善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에게 이로움을 먼저 생각합니다. 모든 근원에 이익을 앞세우는 마음이 있지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슬쩍 뒤로 빠지기도 하고 남들을 비평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맹자는 이 ’이로움이란 진실로 어지러운 것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어지러움, 싸움의 시작은 사리, 사욕때문이라는 거죠. 맹자가 부정하는 것은 사적인 이익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욕망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스스로의 욕망에 갇혀 다른 사람의 욕망은 보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는 거죠. 다른 사람의 욕망을 함께 고려하면서 어떻게 펼칠 것인가가 바로 맹자의 본성론의 출발점입니다.
맹자의 본성론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맹자는 인간은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우리 모두의 내면의 역량은 동일하다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이미 그 자체, 잠재적으로 역량이 충분히 주어져 있다는 거죠. 원래는 없고 부족한데 노력하면 채워지고 얻어지는게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을 들으면서 좀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면서도 항상 머리가 나쁜 것 같고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더 노력해야 할 것 같고 이런 마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나의 존재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긍정하면서 한번 더 생각해봅니다. 저는 스피노자와 베르그손, 불교를 공부하지 않아서 완전히 이해는 못했지만,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신을 내재하고 있다는 스피노자와 우리 모두에게는 불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불교, 우리는 이미 우주라는 베르그손이 이 맹자의 본성론과 닮아 있다고 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맹자의 본성론은 1) 보편적 도덕감정 :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 2) 세계를 믿고 자신을 믿을 용기 : 호연지기(浩然之氣) , 3) 인간의 내재적 역량 : 良知(내재적 인식 역량)와 良能(내재적 행위 역량)으로 정리됩니다.
먼저 보편적 도덕감정 :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인데 “사람들 누구에게나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누군가가 갑자기 어린아이가 우물 안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본다면 모두가 놀라고 두려워하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출척측은지심怵惕惻隱之心)입니다. 바로 무의식에서 마음이 움직이는데, 정동이 건드려지는 마음입니다.
저는 “性相近 習相遠”(<논어> 양화)가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자연적’ 덕(역량)이 있는데요.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특권, 즉 하늘이 인간에게 준 벼슬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모두는 (천작天爵)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仁義禮智. 인간의 도리(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란 거죠. 자신에게 내재한 이 역량을 확충(擴充)하는 것. 자신의 본성에 다가갈 수 있는 선물같은 순간을 잘 풀어가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이 주는 최고의 벼슬이 대통령인데, 우리는 이미 하늘이 준 벼슬인 ‘인의예지’를 갖고 있다는 채운샘의 말씀이 참 재밌었습니다.
2) 세계를 믿고 자신을 믿을 용기 :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내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 내가 나를 초과할 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나에게 만물이 갖춰져 있고 우주 변화에 응하면서 내가 아닌 것들로 인해 열리는 것, 말할 수 없는 환희에 도달하는 기쁨이죠. 우리는 자기를 믿지 않으니 발걸음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호연지기의 반대로 마음이 굶주린 상태, 바로 무기력한 상태입니다. 무기력은 용기가 없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세계를, 나를 믿지 않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항상 돈을 벌어야 하고 종교와 권력과 부모와 지위만을 믿고 살죠. 자신의 본성을 믿을 용기, 이 호연지기의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굶주리게 되고 무기력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지금 저의 가족중에 특히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좀 이야기를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3) 인간의 내재적 역량 : 良知(내재적 인식 역량)와 良能(내재적 행위 역량)입니다. 인간은 이미 본래적으로 내재한 인식능력과 행위 역량이 있다고 합니다. 담주 일요일날 뵙겠습니다.
아주 빠르게 정리해서 올려주셨군요! 확실히 맹자의 말은 화려한 것 같아요.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 이어지죠. 그런데 그 내용을 지금 우리가 들어보면, 으음... 하고 약간 망설여지는 지점이 좀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모든 이의 본성은 동일하고 성인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잠재하고 있다는 부분이 그랬습니다. 이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당시의 계급사회의 관념과도 부딪칠 수 있는 혁명적 사고인 것 같은데요. 다르게 보면, '왜 너는 성인이 되려고 하지 않느냐!'라는 질타도 느껴집니다. ㅋㅋ 성인 되기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시도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죠. 맹자를 읽으면서도 뜨끔뜨끔했는데,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도 뜨끔뜨끔했습니다요.
저도 강의를 들으면서 무기력에 빠져있는 제 모습에 뜨끔뜨끔해서 얼굴을 똑바로 들 수가 없었드랬죠.. (줌에서는 똑바로 들고 있었습니다만.. 쩝~) 저는 확실히 인간의 내재적 본성을 믿지 못했던 게 분명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본성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에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시 교란된 사회에서 뭐는 옳고 뭐는 그른지를 늘 가르면서 내 잣대에 맞춰 세계를 재단했던 것이죠. 본성을 믿지 못한다면 곧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고 이것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마음이 굶주린 제가 호연지기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뭐라도 해보는 용기, 사람을 믿는 마음, 겸허해질 수 있는 열린 자세... 온통 좋은 말같지만 하루하루 나를 무기력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거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세미나 빠지지 않기도 있습니다.. 푸하하하하하~~~ 굳은 마음이 필요하지요.. 이번주 맹자는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음 맹자도 열린 자세로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잘 정리해 주신 승연쌤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