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8월 중순입니다. 저는 무더위가 조금 수그러들어서 살 것 같습니다.
2주차 1교시 때는 빈쌤의 기본 문형 정리와 함께 문장을 익혔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한자를 배우지 않았던 저에게 한문은 참 생소한데요. 예전에 논어 강의들을 때는 한자사전을 검색하며 글자를 찾아도 '이게 어떻게 이렇게 문장이 해석되지?'에서 막혔습니다. 이번에는 빈쌤의 친절한 정리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익히니 재미있었습니다.
2교시 때는 위정편에 대한 채운 쌤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채운쌤께서는 위정편은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묶어주셨어요. 우선 정치에 관한 것으로 1, 3, 19, 20, 21장이 있고, 배움에 관한 11, 15, 16, 17, 18장이 있습니다. 군자에 관한 내용으로는 12,13,14장이 있고, 효에 대한 5, 6,7,8장으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 중 위정편에서 가장 중요한 장을 꼽자면 4장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공자님의 삶을 간결하고 또렷하게 표현한 자서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공자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주관을 확립하였으며 마흔 살에는 세상사에 흔들림이 없었고 쉰 살에는 천명을 알았다. 나이 예순 살에는 귀로 들어오는 말 중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으며, 일흔 살에 이르자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세상의 올바른 이치를 넘어서는 짓은 하지 않게 되었다."
맨 첫구절은 공자님께서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뜻을 의도로 생각한는 경우가 많은데요. 志는 마음의 지향성으로 욕망과 의도가 함께 포함된 것으로, 평생 好學하신 공자님의 삶의 방향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서른에는 立했다고 하시는데 立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자신의 삶을 정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을 정립할 때 중요한 것은 관계성 속에서 정립하는 것인데요. 채운쌤께서는 상하 좌우의 관계성을 알고 자신이 어떤 현실의 관계속에서 사는지를 알아야 立 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시면서 立과 禮가 함게 연결된다고 하셨습니다. 공자님은 자신의 주관성을 확립하는 서른이 지나 마흔이 되면 不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不惑은 흔들림이 없는 것을 뜻하는데,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삶의 길을 자기가 가겠다는 마음 자세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50세 知天命. 60세 耳順, 일흔에 從心所欲, 不踰矩를 묶어서 말씀해주셨어요. 앞의 불혹까지는 사람들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그 길을 흔들림없이 살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天命은 우주적 원리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이해한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존재를 우주 만물의 존재 원리에 근거해서 알고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알 때 귀가 순해지는 예순살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귀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분별심이 사라지는 것으로 모든 존재를 이해하기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 마음 가는데로 살아도 세상의 올바른 이치를 넘어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矩는 자, 법도를 나타내는 글자로 이 문장에서는 하늘의 원리 자연의 원리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자연의 원리와 어긋나지 않는 삶은 어떤 삶일까요? 채운쌤께서는 내가 원하는 것, 살아가는 것이 다른 모든 것들의 삶을 함께 욕망하면서 함께 살아간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 구절을 이탁오는 心訣이라고 평했는데요.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삶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요. 몇년 전 대학원을 갈까?고민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대학원 공부가 하고 싶었기 보다 직장을 쉬고 싶어서, 학위가 있으면 나중에 쓸 때가 있지 않을까.. 하며 시험을 쳐서 가볼까 고민을 했거든요. 이게 흔들리는 모습이겠죠. 강의를 들으면서 저는 저의 삶의 지향성(志)가 무엇인지 고민을 깊게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별 생각없이 주위에서 학위가 필요하다거나, 이렇게 살아야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았나 싶어요. 志-立이 되어야 不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흔을 앞둔 지금 이 구절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탁오의 말처럼 4장은 몸과 마음에 새겨서 제 삶에서 흔들릴 때마다 삶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 공자님의 年譜입니다.
위정편 4장은 정말 좋은 문장 같습니다! 공자 싸부님의 삶이 간단명료하면서도 묵직하고 깊게 정리되어 있어 좋습니다. 이탁오 싸부님의 말처럼 4장을 마음 속 비결로 간직하고, 삶의 이정표로 삼아보아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