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시경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공자의 편집으로 탄생한 시경에 대한 채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가 왜 시를,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경은 풍, 아, 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민간의 가요인 ‘풍’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래를 왜 ‘풍(風)’이라고 했는지에 대해 바람은 어디든지 들어가고 모든 곳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소통과 조화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소리 또한 바람에 실려 빠르게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노래(소리)를 ‘풍’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공자는 시 300편을 엄선하여 시경을 엮었는데 시는 다양한 효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는 감정을 일으키는데 이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고, 시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통속을 관찰할 수 있으며, 각종 초목과 동물의 이름을 아는 것까지 다양한 효용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럼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유가에서는 무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정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백성들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보듬는 정치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시를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공자와 공자의 아들 일화에서도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할 말이 없다’고 하며 시를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는 위선이나 허세같은 사특함이 없고 진실한 생각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사무사(思無邪)) 시를 공부하면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으며, 시를 통해 인격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시에 드러난 생각들은 모두 진실한 것인데 좋은 글쓰기의 방법 역시 이 진실함을 담는 것이라고 채운 선생님도 강조하셨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든 시를 향유하는 사람이든 거짓된 마음과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시를 읽어야 하는데 이는 시가 인간의 본성(성(誠))의 발현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인간이 타고는 성정(만물과 공감할 수 있는 성정)을 유지하게 해주는데 이러한 성정이 자연과 감응하여 그 뜻을 읊으면 그것이 바로 시라고 합니다. 공감의 폭이 매우 넓은 사람이 성인이고, 백성의 마음을 살펴 그들에게 공감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통치자의 덕이라고 합니다. 함께 설명해 주신 스피노자의 정치론을 들으니 정치에서 사람의 마음(정서)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학기 개학 후 첫 시간에 고전시가 수업을 했는데 ‘얘들아 시를 왜 배워야할까?’라는 질문을 하며 공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저도 학생들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바탕을 만드는 시간이 되도록 2학기 문학 수업과 규문 수업에 마음을 다해야겠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이 '시'와 맺는 관계가 지금 우리가 여러 문학 장르 중 하나인 '시'와 맺는 관계와 다른 게 가장 놀라운 지점이었죠! 인간 본성을 훈련하는 것에서부터 정치적 소양을 기르는 데까지. 이 정도면 거의 만능 치트키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요. 아마 그래서 공자님이 '시'를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보는 것과 같다고 엄하게(?) 말씀하신 거겠죠? ㅋㅋ 지금 우리는 고대 중국인들처럼 시를 읽을 수는 없지만, 철학할 수는 있죠! 앞으로도 저희의 철학 공부를 본성을 훈련하고 정치적 소양을 기르는 과정으로 만들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