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지아(진실을 말하기, 솔직하게 말하기)
우리는 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일까요? 사실 매일 일요일 아침 강의를 듣기는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요.(^^) 단순히 고대의 철학자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서일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듣다가보면 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주 강의가 그랬답니다. (마침 후기를 쓰는 기회도 주어지고요) 헬레니즘 시대 견유학파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디오게네스는 고대 도시에 있던 아고라(광장)에서 노숙과 걸식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게 일상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알렉산드로스 왕과의 유명한 일화외 그의 철학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 견유학파의 철학(디오게네스)에 끌린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푸코인데요. 푸코는 이 견유학파의 철학에 주목하여 말년에 죽기전까지 자신의 철학적 주제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견유학파의 어떤 철학적 관점이 푸코의 관심을 끈 것일까요? 푸코의 저서(미발표)에서 “진리의 살아 있는 스캔들로서의 생존 형식”, “진리의 스캔들 속에 있는 삶의 형식으로서의 견유학파”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리(믿음, 선악, 법, 도덕..)를 따라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그런 진리에 대해 별 의심을 안하죠. 사실 충실하게 산다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생각대로 안 되는 게 많듯이. 어떤 진리가 있어 그것을 옳다고 여기며 따르며 사는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해 진리를 계속 되묻는 것으로서 “실존 형식”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럴 때 자신에게 확신을 주었던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겠죠. 이런 것이 “진리의 스캔들”이라 할 수 있고, 삶의 양식을 구성해가는 실존형식이라는 점에서 푸코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런 실존 형식은 삶을 통해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기존의 관습, 습관과 싸워야 하고, 혼자서는 할수 없기에 결사(공동체)가 필요하죠. 여기서 우리는 ‘삶을 통한 증명’을 한다는 게 뭘까요? 푸코가 견유학파의 철학에서 중요하게 끌어낸 개념이 있는데, “상처 내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가진, 진실을 말하는”, 즉 ‘파레지아’인데요. 이건 죽음을 내거는 거와 같은 것라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푸코는 <담론과 진실>에서 디온이 쓴 네 번째 이야기, 알렉산드로스왕과 디오게네스가 만난 이야기를 ‘파레지아’의 예로 들고 있어요. 두 사람은 ‘진실을 말하기 게임’을 했다고 하는데요. 비록 걸식을 하는 처지이지만,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 앞에서 그가 위대한 왕임에도 그의 존재감에 태연작약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알렉산드로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여 분노가 올라오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었어도 칼을 뽑아 죽이지 않았고, 진실을 말하기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드로스는 “파레지아”를 행할 용기가 있었고, 자신에게 무례한 디오게네스와 이야기를 할 만큼 용감한 자였던 것이죠. “비겁한 자들은 대화에서 환심을 사려고 하는 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용감한 자는 진실을 중시하는 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라고 한 것처럼요.
그래서 진실을 말하는 것에는 반드시 용기가 있어야 하는거죠. 우리는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할뿐 아니라, 말을 할 용기와 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거죠. 디오게네스는 자신의 목숨을 낼 걸 정도로 용기 있었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했기에 알렉산드로스와 파레지아 게임을 할수 있었던 것이죠. 용감한 자는 용감한 자를 알아보는 것일까요. 우리의 일상에서 “파레지아”가 어떻게 가능할까요? 거짓없이 무조건 솔직히 말하는 걸까요? 먼저 자기 자신에 솔직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기도 해요. 여기에 가까운 모습은 부처님 아닐까요! 대중과 공동체에서 함께 걸식과 수행, 법문을 나누셨죠. 좁게는 함께 공부를 하는 학인들과의 장에서도 “파레지아”를 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가 용감한 자라면요!
그래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 철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요. 미셸 세르의 글을 소개합니다. (일요철학을 듣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요^^) 꼼꼼히 읽어 보시기를....
“철학은 예술 또는 과학의 전문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공간, 시간, 역사와 인식, 방법들과 증명들 등이라는 문제들에 대하여 탐구하고 답변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제기해오고 철학 외에 다른 데서는 대답을 얻지 못하던 단순하고, 피할 수 없고, 근본적인 질문들, 예를 들어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죽음이란? 폭력이란, 육체란, 피부란, 감각이란, 집이란, 길이란? 바다란, 하늘이란, 나무들이란, 가난이란? 정원들이란, 화산들이란, 돌들이란, 경계표들이란, 옷들이란? 짐승들이란,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관계란, 노동과 휴식이란, 병이란? 땅이란, 도시들이란, 법이란, 정의란, 지구란? 강들이란, 산이란, 사랑이란, 젊음이란, 교육이란? 타자들이란, 망명이란, 노쇠란, 우정이란, 도덕이란, 그리고 선의란, 그리고 특히 악, 그칠 줄 모르는 악이란? 등의 질문을 탐구하고 그에 대해 답변하는 것입니다.”(미셸 세르)
아리스토텔레스는 외면 당하고 말았군요 ㅋㅋㅋ 견유주의의 매력이 그만큼 엄청났던 거겠죠? 저도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로스 사이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자존심을 살살 긁기만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진실 말하기 게임이라니. ㅋㅋ 확실히 이런 식의 앎이 형성되는 과정 혹은 배움과 가르침이 일어나는 상황은 누군가의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지금 우리와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의 말하기가 어떤 반향을 가져올 것인지, 상대방과의 어떤 관계 변형을 일으킬지를 기꺼이 마주하고 감당하는 건 듣기만 해도 매우 멋있게 느껴졌어요. 다만 '선'을 부여잡는 MZ세대라 그런지 이걸 실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뭔가, 그렇습니다. 후... 그래도 채운쌤 말씀대로 공부를 계속하려면 진실 말하기를 외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후기를 둘러싼 진실 말하기 게임으로 초대하겠습니다! ㅋㅋ
제1의 지혜를 추구하신 덕분에 재미가 좀 없으시고 ㅋ 수니샘한테 외면당하고 ㅋ 저는 규참샘 댓글 첫 문장에 빵~ 터지고. 결정적으로 지난 시간 채운샘 강의 앞부분이 어찌나 풍성하고 재미지던지요. 알렉산드로스와 디오게네스 일화는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푸코의 언어로 들으니 넘 새로웠어요. 또 채운샘이 디오게네스의 대사를 어찌나 맛깔나게 말씀하시던지요. 줌수업이었지만, '디오게네스에게 매료되었어,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칼집에 손을 대기도 했어...' (긴장감 고조) '쫄보나 칼 차고 다니거든? 그래, 죽여라, 죽여... 그러면 앞으로 너에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걸?' d=====( ̄▽ ̄*)b 채운샘의 목소리로 구현된 그날의 디오게네스는 저에게 마치 '도나텔로의 다비드' 같았다고 할까요... ㅋㅋㅋ
여튼 꿀잼 관전평이었습니다~~
규문에 와서 과제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자, '솔직하게 쓰면 돼, 그게 좋은 글이야' 라는 말을 들었죠. 그게 파레시아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복습하면서, 스스로와 파레시아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스스로에게 성처낼 용기가 없는 거죠. 그렇담 내가 누구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나? 오늘 하루를 돌아봐도 상대에게 내 감정을 숨기고, 뭔가를 얻거나 조율하려고 했던 무수한 말들은 안과 겉이 다르다는. ⊙﹏⊙∥그렇다면 세미나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나?
채운샘의 '혁괘'와 'revolution' 풀이처럼 삶의 방향의 변환, 뒤섞임 다 좋은 말씀이죠. 자기 존재를 '구성되면서, 구성하는 존재로 이해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삶' 이렇게 멋진 말을 듣는다고 제 삶이 그리 되지 않듯, 앎과 실천은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네요. 그래서 파레시아를 배웠지만, 저는 아직은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배우고 무지를 깨닫고, 용기없음을 마주하고(>人<;)인간 개조 급으로 거듭나서, 그렇게 말하고 행하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앎을 사는 거겠죠...
그래서 성인은 드러나는 것이 진리이고, 전부인 삶이고, 드러나는 것이 가르침인 삶이라는. 그러니 성인들의 말씀을 듣기만 하지 말고, 그 말씀대로 살아보라는 채운샘의 말씀이 콕!
(스승님이 주신 것을 내팽개치지 말고, 지적 양심에 잘 품고요~) 제자들 모두 함께 근본적인 질문부터 솔직하게~ 으쌰으쌰~ 싸워봅시다!!! (*≧︶≦))( ̄▽ ̄* )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