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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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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힘
영아
어려서부터 종교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기독교적인 환경에 이끌려서 자랐기에, 성당을 다니시는 엄마를 따라 성인이 되어 세례를 받았다. 온가족이 축하해주셨던 기억이 있을만큼 성당에 입교하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큰 행사였다. 성당의 기도 모임인 레지오에 가입하여 열심히도 다녔다. 그때 내가 하루하루를 경탄과 축복 속에 머물렀음은 곳곳에 적힌 내 글들에 남아있고, 그 때의 감정은 여전히 나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러던 어느날 ‘사상의 자유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성당에 가지 않게 되었다. 믿음이 컸지만, 사람들을 옭아매는 종교에 대해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종교가 주입하는 선악의 기준이 매우 폭력적이고, 도저히 참을 수 없게 타자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을 다룬 책들과 영상들을 읽게 되면서, 성당은 멀어져갔다. 그러면서도 성당에서 했던 기도의 시간들과 오고가면서 묵주기도를 했던 순간들이 나를 풍요롭게 했음은 알고 있다. 하느님께 기도하는 듯했지만,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의 노고와 기도임에 감사하며, 그 공간의 경건함과 위로를 느낌은 정말 내 삶에 멋진 선물들을 많이 주었다.
기도는 원래 자신의 사상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 영혼의 고양을 아예 알지 못하거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고요함과 엄숙함이 요구되는 성스러운 장소나 인생의 모든 중요한 상황에서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경우 적어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크고 작은 모든 종교의 창시자들은 지혜를 발휘하여, 손과 발과 눈이 항상 동일한 고정된 자세를 취하게 하고, 기억력을 발휘하여 입술이 오랫동안 기계적인 일을 하도록 하는 기도의 형식을 사람들에게 명했던 것이다!….종교가 이런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눈, 손, 발, 그리고 신체의 모든 기관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이를 통해 이 사람들은 잠시 동안이나마 더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게 되고 인간에 더 가깝게 되는 것이다! (즐거운 학문, p204~205)
그런 종교생활과 더불어 돌에게 기도하거나 나무에게 말을 걸거나 땅이 숨쉬고 있음을 감각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다. 나는 창조하는 신을 좋아하고, 선악의 기준을 제시하며 징벌하는 신을 선호하지 않는다. 만물에 기운이 담겨있고, 만물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기호에 가까운 일이다.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믿게 된 것도 그런 나의 기호를 정당화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결과에 가깝다. 나는 기도하는 순간들에 치유되고 돌아보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 다시 성당에 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걷는 순간, 동작하는 매 순간을 기도의 몸짓으로 체득할 수 있다면, 내 삶은 더 많은 축복과 감사로 넘쳐날 것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