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떨며(입) 법구경(법) 읽는 자들(자) 세미나
법구경 이야기 첫 번째 수다
공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공력이 들어갑니다. 세미나의 큰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주 텍스트와 함께 읽을 텍스트를 정하고, 모집 공고를 올리고 나서 공부 나눌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마음을 모으는 일까지를 포함해서 말이죠. 특히 튜터가 있는 경우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애씀은 말할 것도 없지요. 법구경을 읽기로 했던 <마음과 양생> 프로그램은 불교의 모든 경전을 완독하신 불교팀 선생님들이 튜터가 되어 회향하는 것이기도 해서 선생님들의 공력이 많이 들어갔지요. 지난 겨울부터 자체 세미나를 하며 공들여 준비하시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불교 공부와 인연이 닿기를 바라던 저는 개강을 매우 고대하였습니다. 간절한 심정으로 인스타그램에 홍보도 하면서 애를 썼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지, 마음이 모이지 않아서인지 결국 프로그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불교선생님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던 입장에서 애쓰신 불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과 프로그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죄송함을 전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법구경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내었던 연구원에게 읽어보기라도 하자 제안 하였습니다. 또 한편 이렇게 읽으며 기운을 모으고 있어야 다음에 프로그램이 다시 열릴 기회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법구경 읽고 수다 떨기 프로그램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불교의 초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지만, 자기가 선 곳에서 바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스피노자의 말에 힘을 얻어 그냥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인연담과 게송을 소개하는 정도로, 읽고 나눈 이야기를 아주 간단히 공유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기 전 책머리에 길게 나온 해제를 통해 법구경이라는 텍스트에 대해 약간의 소개를 받았어요. 법구경은 가장 오래된 초기 경전이라고 합니다. 423 게송으로 되어 있으며, 남방 상좌부 불교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경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로 전해지는 인연담을 통해 붓다의 일대기와 초기 불교의 모습까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이기도 하구요. 담마파타라고 들어만 봤는데, 이 귀한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붓다의 말씀을 통해 올바른 삶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바르게 사는 것인지 삶의 지침서를 받아 든 느낌입니다.
첫 시간은 첫 게송과 인연담을 돌아가며 강독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첫 대면한 이야기는 ‘눈이 멀 때까지 수행을 멈추지 않은 마하빨라 이야기’입니다. 이 첫 인연담의 게송을 볼까요?
모든 것은 마음이 앞서가고
마음이 이끌어가고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괴로움이 저절로 따르리라.
수레바퀴가 황소발굽을 따르듯이.
이 게송이 실린 1장은 ‘대구’ 라는 큰 제목이 붙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통해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첫 게송에서 보듯이 ‘두 마음’이 댓구를 이루고 있네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 마하빨라는 나이 들어 출가한 자신이 교학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기는 어럽다고 생각해 수행을 통해 아라한이 되겠다는 념을 세웁니다. 다른 수행승들이 걷고 앉고 서고 눕는 네 가지 자세로 수행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마하빨라는 편안한 감각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수행 중 ‘눕지 않는다’는 계율을 세웁니다. 그러던 중 눈병이 났고, 의사는 누워서 넣으면 한 번에 딱 나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줍니다. 마하빨라는 자신이 스스로 세운 계율을 어길 수 없어 앉아서 약을 넣게 되고, 결국엔 눈이 멀어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마하빨라는 잠시 누워 안약을 넣으면 될 텐데 왜 눈이 멀기를 선택한 것일까요? 저희가 나눈 얘기는 마하빨라에게는 계율을 지키며 수행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눈을 낫게 하기 위해 잠시 누울 수 있다고 타협했다면 그에게 아라한이 되겠다는 염원은 가장 절실한 것이 아닌 것이겠죠. 눕는 그 순간은 눈을 고치는 것이 가장 절실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마하빨라에게 눈을 고치는 것과 깨달음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보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수행에 무게를 부여한 것이지요. 할 일을 앞에 놓고도 이래서 저래서... 하지 못할 이유가 수만 가지 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태도네요. 또 몸도 편하고, 눈도 좋아지고, 깨달음도 얻을 수 있는 그런 만능의 길은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마하빨라는 눈이 완전히 멀어버리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고 말합니다. 수행을 잘 하기 위해 눈을 고치고자 했는데, 눈이 먼 후에는 마음이 이끌어가는 것을 따르며 수행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행의 온 마음을 낸 마하빨라에게 왜 눈이 머는 질병이 찾아온 걸까요? 법구경은 그 이유를 과거생에서 찾습니다. 과거생에 의사였던 마하빨라는 나쁜 마음을 먹고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환자의 눈을 멀게 했던 것이죠. 과거생에 그는, 눈을 고쳐주면 자신과 아들 딸까지 모두 그의 노예가 되겠다 약속한 환자의 눈을 고쳐줍니다. 그런데 시력을 되찾자 그 환자는 마음이 달라졌고,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화가 난 과거의 마하빨라는 연고를 발라 다시 여자의 눈을 멀게 했던 것이죠. ‘수레바퀴가 황소발굽 뒤를 따라다니듯 악업이 따라 다닌다’, 법구경에서는 가르칩니다. 마하빨라는 스스로 눈이 머는 것을 택함으로써 업장소멸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저희를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도 눈이 먼 존재들이기에 알지 못해 저지르는 악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먹고 마음으로 저지르는 일은 악업의 차이가 다르고 거기서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두 경우 개인적 번뇌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어서 일 겁니다.
처음 읽고 나선 모두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벙벙해 했는데, 한두 마디 꺼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어요. 이렇게 법구경을 읽으며 수다를 떨어보려고 합니다. 알아서도 아니고, 잘 읽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마음을 모으는 것으로 읽어보려 합니다~~
또 한편 이렇게 읽으며 기운을 모으고 있어야 다음에 프로그램이 다시 열릴 기회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법구경 읽고 수다 떨기 프로그램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기가 감동적이네요!
입법자 팀 화이팅!
혼자 읽었으면 그냥 휙 넘어갔을 것 같은 마하빨라 이야기를 함께 읽으니 뭔가 더 남는 게 있었습니다. 어떤 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요… ㅎㅎ 다음시간도 기대 됩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읽는 프로그램이 열리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무지무지 아쉽게 느껴지다니... 여전히 저는 눈 멀었기 때문이겠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