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의식상태들의 다수성에 관하여(97~135)
<의식 상태들의 다수성에 관하여 : 지속의 관념>이라는 제목의 2장은 의식상태들의 다수성이 외부 사물의 공간적, 수적 다수성과는 다른, 상호 침투하며 서로로부터 구별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조직화되는 질적 다수성임을 밝히면서 지속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핵심부입니다. 1장 "강도와 다수성"에서 우리는 심리상태들의 강도를 더와 덜이라는 양적 개념으로 표상 합니다. 강도의 관념은 따라서 두 흐름의 접합점에 위치 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외연적 크기의 관념'을 밖에서 가져오며, 다른 하나는 의식의 심연에서 '내적인 다수성의 상'을 찾으러 가서 표면으로 가지고 나옵니다. 2장에서는 후자, 즉 '내적인 다수성의 상'이 어디서 성립하는지, 즉 그것이 수의 상과 혼용되는지 아니면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질문으로 제기합니다. (94쪽)
수적 다수성과 공간
"수는 일반적으로 단위들의 집합, 또는 좀 더 정확히 말해서 하나와 여럿의 종합으로 정의된다. 왜냐하면 모든 수는 정신의 단순한 직관에 의해 표상되고 하나의 이름이 주어지므로 하나의 수이지만, 그러한 단일성은 합계의 단일성이며, 그것은 개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다수의 부분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98쪽)
단위로서 수는 집합, 다수성을 포함합니다. 즉 수의 단일성은 이미 다수성을 내포하는 단일성입니다. 우리가 1이라는 숫자를 떠올릴 때 1이라는 단일성은 이미 1이라는 단위들이 무한히 나뉠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것은 곧 단위가 셀 수 있고 나뉠 수 있는 연장적임을 뜻합니다. 수 또는 단위가 단일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 정신에 기인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단일성은 그것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없앨수 있지만 일단 완성된 상태에서 생각하면 객관화되어 무한 분할이 가능해집니다. 한 무리의 양을 세면서 오십마리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서로 구별되며 목동은 그들을 쉽게 알아볼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이 그 때 개별적인 차이는 무시하고 그들의 공통적 기능만을 고려하자고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그 양떼들 각각을 차례로 그리고 따로따로 떠올리면 내가 관여하는것은 오직 한마리의 양입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양떼들의 수가 증가하려면 계속되는상들을 붙잡고 그것들을 내가 관념으로 떠올리는 새로운 각각의 단위들과 병치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병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공간 위에서지, 순수 지속(시간)속이 아닙니다. 게다가 물질적 대상들을 세는 모든 조작은 그 대상들의 동시적인 표상을 내포하며, 그 사실 자체로 그것들을 공간 속에 놓는 것입니다. 이처럼 50이라는 수는 단위들의 집합이지만, 그 단위들은 모두 동질적이며, 동시에 동일한 공간 위에서 장소만을 달리하며 병치됩니다. 여기서 '동질적인 공간'이란 인간이 지성에 의해 나누고 구분하고 추상하는 것으로 개념화 시키는 공간입니다. 베르그손은 "공간이란 정신이 수를 구성하는 질료이며, 정신이 그것을 위치시키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결국 수의 관념에는 항상 공간의 관념이 들어갑니다.
베르그손은 수의 다수성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 " 하나는 직접적으로 수를 형성하는 물질적 대상들의 다수성과 필연적으로 공간이 개입하는 어떤 상징적 표상의 매개없이는 수의 모습을 띨 수 없을 의식적 사실들의 다수성이 그것이다." (123쪽)
베르그손은 물질의 불가입성을 논의하는데 그것이 수와 더불어 나타나는 공간의 특성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공간의 특성과 심리적 상태들의 상호 침투성은 대립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물질의 불가입성을 설정하는 것은 단적으로 수개념과 공간 개념의 유대를 인정하는 것이며, 물질보다는 속성을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정, 감각, 관념등 서로가 서로를 침투하며, 그 각각이 나름대로 영혼 전체를 차지하는 모든 것들을 세고 있습니다. 가령 종소리를 들을 때 세는 것이 전자이며 이 때는 그것들을 동질적 장소에 놓아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종소리가 주는 질적인 인상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후자는 종소리와 감정 관념등이 상호 침투하기 때문에 종소리가 공간 속에서 구별되는 위치를 차지하는 동질적 단위들, 따라서 더 이상 서로를 침투하지 않는 단위들로 표상된다는 조건 아래서만 셀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가입성은 수와 동시에 나타납니다. 즉 곧바로 수로 번역될 수 잇는 연장적 사물과(물질적 대상들의 다수성), 우선 공간에서의 상징적 표상을 내포하는 의식적 사실(의식적 사실들의 다수성) 사이의 구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간을 공간과 다르지만 공간처럼 동질적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만약 의식의 상태들이 전개되는 동질적 장소라면, 그 사실 자체에 의해 그것이 단번에 주어지며, 단번에 계기하지 않는것이 될 것입니다. 공간 속의 사물들은 불가입적이며 상호 외재적이지만 의식의 사실들은 상호 침투적이며 하나 속에 전체가 있습니다. 따라서 동질적 장소로 생각된 시간은 진정한 시간이 아니라, 순수 의식의 영역에 공간 관념이 침투한 사생아적 관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간적 사유에 사로잡힌 우리는 그 각 상태들을 서로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옆에 병치시키고, 계기를 연속적인 선으로 표상합니다. 결국 지속을 연장에, 시간을 공간에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베르그손은 수의 주관성과 객관성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의 단일성과 생각된 후 사물로 확립되는 단일성을 구별해야 한다. 그것은 형성 중인 수와 일단 형성된 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일성은 그것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없애 버릴 수 없으며, 수도 그것을 구성하는 동안에는 불연속적이다. 그러나 수는 완성된 상태에서 생각하자마자 객관화되며, 바로 그렇기 대문에 그때 그것이 무한 분할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는 완전히 충족하게 알려진 것을 주관적이라 부르며, 항상 증가하는 수의 새로운 인상들이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관념을 대체할 수 있을 방식으로 알려진 것을 객관적이라 부른다는 것에 주목하자.(107쪽)
의식의 주관적 상태는 그 구성성분을 구별하자마자 바로 그 사실 자체에 의해 변질됩니다. 그 상태 자체가 바로 우리 자신에 속하며, 우리 자신에 종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체는 우리 밖에 있기 때문에, 즉 객관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아무리 쪼개도 그것의 외관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객관성이라는 특성 자체는 우리 마음대로 분해하고, 그러한 분해를 현재의 마음 속에서 그리고 있을지라도 외관이 전혀 변하지 않으며 즉 현실적으로 분할이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객관적인 것에 있어서 <현재적으로> 분할을 그리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분할이 실현된다는 것의 구별입니다. 후자는 물체가 실제로 쪼개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이 가해질 때에만 일어납니다.(주 18, 108쪽)
토론할 때 많은 분들이 '주관적인 것'을 마음 속에서 분할을 그리고 있는 '질'로 설명하시고, '객관적인 것'을 분할되는 '양'으로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동안의 형성중인(주관적)수를 잠재적 수로, 생각한 후의 형성된(객관적) 수를 현실화 된 수로 설명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저도 쓰고보니 아직도 알송달쏭입니다.
근 3년 만에 쓰는 후기 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후기를 쓸 때도 증언부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세미나를 함께 하시는 분들 중에는 기억과 물질, 창조적 진화론을 다 읽으신 분들, 아예 베르그손을 처음 접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처음이 아니신 분들은 후기의 저작으로 가기 위해 베르그손이 어떻게 포석을 깔고 얼마나 친절하게 우리를 설득하는지에 매료당합니다. 베르그손이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쓴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그리는 작품의 윤곽을 잡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윤곽을 잡지 못하고 두리뭉실하게라도 따라가면 어떻습니까? 여러분과 내가 구별되지 않고 전체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상호 침투하기를 바랄뿐입니다.
맞습니다! 두루뭉술하게라도 따라가면 되는 거죠^^! 각자의 지속 속에서 함께하며 서로 상호 침투하고 변해가는 시간, 즐겁습니다ㅎㅎ
어제 나눴던 주제들을 정리해주셔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수성과 단일성, 불가입성과 상호 침투성, 시간과 공간... 베르그손이 '장인 정신'으로 '빌드업' 해나가고 있는 '지속'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들인데, 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풍성하게 이해하게 되었어요. 담 시간도 기대되네요!
주관과 객관은 저도 무척 알쏭달쏭합니다 @_@ 하지만 역시 상호침투는 좋죠!! 3년만의 후기라는 말씀에 괜히 감동..!!
'다수성'이라는 말의 여러 결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베르그손의 장인정신에 감격하게 됩니다.
셀 수 있다고 여겨지는 다수에는 반드시 공간 개념이 도입된다는 것 정도까지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센다는 개념이 없는 다수, 의식상태들이 갖는 질적 다양성은 어떻게 소개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