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역알못’ 세계사 세미나가 시작됐네요!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기쁘게 공부하게 됐습니다. 저와 같이 ‘역알못’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니 뭔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제게 필요했던 공부가 또 누군가에게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드니 참 기분이 좋네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함께 세계의 역사적 맥락을 몸에 익히고, 다른 공부의 장에서 배운 것들을 재미나게 활용해보아요-! 이 공부가 어떤 우연한 마주침을 일으키고 시너지를 불러올지 기대해 봅니다.
세미나에 참석해주신 선생님들이 우선 남경태 선생님의 <종횡무진 서양사>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하여, 저도 덩달아 즐거웠는데요. 확실히, 남경태 선생님이 역사를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이번에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을 큰 틀에서 구분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요. 동양 문명(중국 문명)은 한 마디로 ‘중심이 변하지 않은 문명’이라면, 서양 문명은 ‘끊임없이 중심이 이동하는 유목적 문명’이라는 겁니다. 중국 문명은 황허 중류의 중원에서 발생해 지리적 중심이 고정되고, 지역적으로 꾸준히 넓히는 작업을 했지만 중심이 이동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서양의 문명은 역동적입니다. 오리엔트 지역(소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서양 문명의 씨앗이 탄생하고, 그리스와 로마에서 서양 문명의 뿌리와 줄기가 생겨나고, 유럽대륙 전체에서 꽃을 피우는 등등의 중심이 계속 변하는 역사를 보여줍니다. 하나의 지역적 중심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의 차이가 역사를 어떤 식으로 끌고가게 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이번에 세미나를 하면서 그리스의 독특한 정치 체제, ‘폴리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스의 폴리스는 초기에 독특하게도 여러 도시의 귀족들이 서로 뭉쳐 ‘집단 방위 체제’를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은 춘추전국시대(기원전 8세기 ~ 기원전 3세기)를 지나고 있었는데요.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은 제후국들 간에 치열한 다툼의 역사였습니다. 남경태 선생님은 이 두 차이를 ‘중심’의 유무로 해석합니다. 고대 중국은 이미 ‘천자 사상’이 확립됐고, ‘주나라의 왕실’이라는 권위의 중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분열의 시대에 언제나 ‘통일’을 욕망했습니다. 반면에 그리스의 폴리스들은 애초부터 ‘중심’도 없었고, 그래서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나라가 분열되어 있으면, 당연히 통일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왜 꼭 강력한 통일 국가를 지향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토론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지형적인 차이로 발생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척박한 땅과 비옥한 땅의 차이가 중심을 욕망하고, 욕망하지 않는 것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결핍과 척박함이 이후에 번영과 발전의 계기가 되는 ‘반전’을 많이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배당한 나라가 그 계기로 국력을 키워서 번영을 이루고, 비옥하지 않은 땅이라서 농사보다 해상 무역이 발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승승장구하던 나라도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인해 순식간에 몰락하는 경우도 역사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보다 보면 좋고/나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이 정말 몰락이 나쁘고, 번영이 좋은 건가? 긴-시간을 두고 보면 이 세상에 좋고/나쁨이란 게 있는가? 남경태 선생님은 그리스의 ‘철학’이 생겨나는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그리스 땅에 특별히 천재들이 많이 태어났기 때문에 철학이 탄생한 게 아니라 ‘강력한 전제군주’가 없었고, ‘강력한 유일신앙’이 없었다는 조건 덕분이라고 말이죠. 하나의 중심으로 흡수되는 힘이 없으니, 사람들은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역사는 저희에게 진보와 발전, 좋음과 나쁨,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하게 합니다. 이번주에는 헬레니즘 시대까지 읽었고, 이제 로마로 갑니다! 로마에는 또 어떤 역사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네요~
@ 다음주 과제 공지 입니다.
1) <종횡무진 서양사 1> 3부 뿌리2 + 4부 줄기 15장, 16장까지 읽어옵니다.
2) 각자의 방식으로 연표 노트를 정리하고 카톡방에 공유합니다.
3) 읽은 범위 내에서 지도 하나를 선택하여 직접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