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텍토스와 함께 아침을 열고 있는 저희는 이제 두 번째 책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3권인데요. 꾸밈에 대한 일침으로 시작해서 일상의 정념 훈련에 대한 자세하고 유쾌한 예시들이 등장합니다.
좀 더 읽는 맛이 돈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사실 이번 주 월요일 저희는 길고 긴 옮긴이 해제를 읽고 간단한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에픽테토스 강의>는 그의 제자 아리아노스의 기록이라는 건 얼추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인 교리 강의'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질의 응답'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에픽테토스의 학교가 당시의 활기찬 항구도시 니코폴리스(아드리아 해 연안)에 있었고,
평균 연령 18세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개념에 대한 토론에서는 역시나 '프로하이레시스'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뤘습니다.
주로 '의지'라고 번역되지만, 이 용어는 충동이나 욕구부터 판단, 이성까지 폭넓은 정신작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프로하이레시스는 능동적 의미와 수동적 의미를 모두 갖는 독특한 심리 활동입니다. 또한 선택과 관련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마음'인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더 디테일하게는 아비달마론에서 말하는 '심왕'에 해당하는 마음 작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변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항시 이성의 행위라는 범주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낭송에서 만날 때마다 더 주목해서 살펴보아야 할 개념인 듯합니다.
또한 벌써 반 이상을 읽고 보니, 저희는 개념 정리 및 텍스트에 대한 감상을 공유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월 수 낭송 금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당장 이번 주에도 그렇게 해보았구요.
다음 주부터는, 어떤 구절을 왜 필사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의 짧은 필사를 공유드립니다!
1장 꾸밈에 관하여
또 각각은 본성에서 다르기에 그것들 각각이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가? 그가 동의했다.(28쪽)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떤가? 역시 인간이 갖춘 탁월함(덕)이 아닐까? 그렇다면 젊은이여, 만일 네 편에서 아름다워지기를 원한다면, 인간을 특징짓는 탁월함을 성취하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29쪽)
젊은이여, 너는 누구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가? 먼저, 네가 누구인지 알고, 그런 다음 너 자신을 꾸며 보도록 하라. 너는 한 인간이다. 즉 이성적인 방식으로 인상들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죽어야만 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인상들을 이성적으로 사용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연 본성에 일치해서 그것들을 완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가 가진 우월한 점은 무엇인가? (...)
네가 가진 인성적인 요소. 그것이 너에게서 우월한 것이다. 그것을 꾸미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너의 머리카락은 이것을 다듬는 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도록 맡기는 것이다.(33~34쪽)
너는 살도 머리카락도 아니다. 오히려 의지이다. 만일 네가 가진 의지가 아름다우면, 그때 너 자신은 아름답게 될 것이다.(37쪽)
2장 도덕적 진보를 바라는 사람이 무엇을 훈련해야만 하는지와 가장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하여
이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긴급한 것은 감정(pathos)에 관련된 영역이다. 왜냐하면 감정이 생기는 것은 욕구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혹은 회피하지만 거기에 빠져 버리는 경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불안, 혼란, 불운, 불행을 초래하고, 슬픔과 탄식과 시기심을 일으켜 다른 사람에게 시기와 부러움을 안겨주는 것이며, 그러한 감정 때문에 이성에 귀를 기울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40쪽)
거기에 있던 다른 누군가가 말하길,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거 아냐. 그 친구의 말 따위는 들을 가치가 없어, 그가 뭘 알아? 아주 초보라서 그 주제의 첫 번째 기초만 알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한다면, 너는 꼭지가 돈 나머지, 창백해져서, 금세 쇳소리를 내며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위대한 철학자임을 그에게 보여 주겠다!’ 바로 그 행동으로부터,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되네!(42쪽)
인간은 돌이나 나무 조각처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판단이 어떠한지를 보여 줄 때 비로소 그 사람을 한 인간으로서 무엇인지를 나타낸 것이다.(42쪽)
하지만 네 배가 이미 가라앉고 있는데, 나에게 와서 돛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냐!(44쪽)
3장 좋은 사람이 다루어야만 하는 대상(재료)이 되는 것은 무엇이며, 특히 무엇을 목적으로 훈련해야만 하는가
덕이 있고(아름답고) 좋은 사람의 대상(재료)이 되는 것은 자신의 지도적 중심 부분이며, 의사나 레슬링 훈련가의 대상은 인간의 몸이고, 농부의 대상은 밭이다. 또한 덕이 있고 좋은 사람의 임무는 인상을 자연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혼의 본질은 진리에 동의하고, 거짓된 것을 부정하며, 불분명한 것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며, 마찬가지로 좋음에 대해서는 욕구하며, 나쁨에 대해서는 회피하며, 좋음도 나쁨도 아닌 것에 대해서는 욕구하지도 회피하지도 않는 것이다.(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