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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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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도 끝이 보입니다. 다음 주면 《지성교정론》도 다 읽고, 다시 그 다음 주면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아마 약간의 퇴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공식적으로 절차탁마S도 마무리를 짓겠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 파이팅!
다음 주에도 줌으로 진행합니다. 《지성교정론》은 나머지 다 읽어 오시면 되고, 2시 이후에는 채운쌤께서 《선악의 저편》 정리 강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의 숙제로 스피노자와 니체의 윤리를 간단하게 비교하는 게 있습니다. 이번 강의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써 오시면 됩니다.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그리고 제 제안이지만, 숙제방에 올리면 서로의 글에 대해 코멘트를 달아주는 건 어떨까요? 아무래도 미리 완성하지 않고, 코멘트를 받고 수정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불안하단 말이죠. 달려야겠어요!
간단하게 수업 때 인상적이었던 내용 약간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지성교정론》은 미완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석자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다른데요. 김은주 선생님께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를 정리해주셨죠. 사유의 미성숙 때문에 보는 견해(미니니)와 문제의식의 전환으로 보는 견해(마트롱). 미니니는 스피노자가 《지성교정론》을 완성하고자 했지만 《에티카》 집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완성하지 못했다고 보는 반면, 마트롱은 《지성교정론》의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에티카》로 넘어갔다고 보죠. 마트롱에 따르면 《지성교정론》은 미완의 저작이지만,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에티카》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유의 미성숙이라 할 수 없습니다.
방법상에서 보면 《지성교정론》은 《에티카》만큼이나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참된 관념을 거짓된 관념, 허구적 관념, 의심스러운 관념과 혼동하지 않도록 정신을 제어하는 것을 강조하지만(50절), 좋은 것을 알아도 나쁜 것을 행하고야 마는 역설은 알 수 없습니다. 정서의 이성화·이성의 정서화, 정서를 제어하고 지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공동체에서의 삶 등은 《에티카》에서 다뤄집니다. 하지만 윤리의 출발점으로서 주체가 아닌 인식함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지성교정론》과 《에티카》는 동등합니다.
스피노자는 베이컨, 데카르트 등 이전 철학자들로부터 인식론을 배웠지만, 지성을 교정하는 방법이 사유의 외부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릅니다. 스피노자에게 참된 관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끊임없는 인식함 속에서 참된 관념으로 이행될 때만 ‘참된 관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입증됩니다. 지난 토론 중 《에티카》의 ‘증명’이 스피노자가 참된 관념을 획득하기 위한 사유 실험이 일어나는 영역이라는 얘기가 있었죠. 다시 보니, 스피노자가 괜히 여러 정리들을 연결하면서 참됨과 거짓됨, 모순을 증명하고 있었던 게 아니더라고요. 그 과정들이 스피노자에게는 참된 관념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들이었습니다. 갑자기 저희가 글을 쓰는 작업도 참된 관념을 획득하기 위한 사유 실험이자 방법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