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탁Q 문사철 2학기 1주차(4/15) 공지
단테 <신곡>과 뜨겁게 만났던 1학기가 끝났습니다. 1년 읽어야 하는 소설들의 분량 배분 때문에 다른 팀들에 비해 조금 빠르게 한 시즌이 끝났네요. 의미가 함축된 시 형식의 낯선 언어와 역사적 맥락이 중첩된 신곡의 한 곡 한 곡이 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더듬거리며 읽고 토론하다 보니, 어느덧 신곡의 언어들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 좀 감이 오는가 싶은데 끝나버린 느낌입니다. 전 이번에 <신곡>을 아우어바흐의 해설과 함께 읽게 돼 더욱 좋았습니다. 유대인으로 모국인 독일을 떠나 이스탄불로 망명한 그의 디아스포라적 삶이 <신곡>을 쓴 단테의 삶과도, 또 영적 여정을 나선 텍스트 속 단테와도 공명해서인지 담담하고 명징하게 재독되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참고할만한 해석서가 풍부하지 않아 부득이 원작에 충실한 독해를 하였다는 부분이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해 아우어바흐처럼 글쓰고 싶다는 말을 달고 있었어요. 이 책이 신곡을 이해하고, 에세이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지팡이가 되어 주었죠.
에세이 모두 7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글이 어땠는가를 떠나 샘들이 모두 자기 질문과 문제의식을 들고 풀어보려 애썼다는 점이 함께 공부한 기쁨을 느끼게 했어요. 몇 가지 질문만 보면, 단테는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듣고자 하고 보고자 합니다. 지옥의 있는 사람도 내버리지 않고 예외 없이 같은 태도를 보입니다.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도 왜 귀 기울여야 하는지, 현재적 질문을 할 수 있었어요. 또 다른 질문은 우리의 믿음에 대한 것인데요, 사람들이 딱히 종교가 없어도 자신이 믿는 것들이 있지요.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면서, 믿음을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테가 신을 믿는다고 하는 것은 어떤 윤리를 도출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었죠. 또 다른 글에서는, 중세에 탄생한 연옥을 마음의 문제와 연결했는데요, 인간이 겪는 고통이나 기쁨은 모두 마음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죠. 그런데 저승이 천국이나 지옥만 있다면 이미 결정되어 있어 오히려 마음을 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연옥에서는 대도가 가능해 타자를 위해 마음을 낼 수 있고, 정화되어 천국으로 들어가고자 스스로 마음을 내고 이행이 가능하게 되지요. 지금 우리는 마음을 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사는 것 아닐까, 라는 질문이 있었죠.
이런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고 보태어보는 과정이 에세이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꽤 즐거웠습니다. 참고로 호정샘의 에세이가 “이 에세이를 보라” 코너에 올라가 있고요, 일취월장샘이라고 불러야 할 은옥샘이 장원이 되어 크게 한 턱을 쏘셨습니다. 잘 안 풀어진 건 아직 세 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다른 텍스트를 읽으며 좀 더 숙성시켜 보도록 하고요, 우린 에세이 끝나 일주일 방학을 맞이했다는 걸 즐기는 걸로요.
2학기에는 앙투안 갈랑 본의 <천일야화>를 읽습니다. 흔히 ‘아라비안 나이트’라고 알고 있죠. 아라비안나이트는 아무래도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심상이 많이 드러납니다. 동양에 대한 신비함과 비문명에 대한 비하가 공존하는 식으로요. 이 이야기는 앙투안 갈랑이 “천일야화” 즉 천 하룻밤의 이야기로 재명명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천은 아라비아에서는 무한을 의미하고, 그 무한에 플러스 원(1)을 함으로써 “무한의 반복”이라는 의미가 이 명명에 들어가게 되지요. 아라비안 나이트, 아랍의 밤의 이야기라는 멋없는 직역에 비하면 아주 많은 상상력을 촉발합니다. 무한은 무엇이며, 왜 무한을 요청하는가? 천일야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보르헤스도 ‘문학이란 영원한 과정이다’라고 말하는데요, 문학이 우리에겐 바로 삶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무궁한 이야기의 세계에 어떤 것이 펼쳐지고 있을지 두 번째 학기도 설레고 있습니다. <천일야화>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누구든 문사철 노크해주세요. 지금 시즌2 추가모집 중입니다~~^^
*** 첫 시간 공지입니다.
* <천일야화> 1권을 읽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 중심으로 씨앗 문장을 고릅니다. 문장을 뽑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일요일 밤 12시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 <이슬람 문화> 1장 읽어옵니다.
* 후기는 은옥샘, 1주차 간식은 해민샘
**2학기 읽기 진도표입니다. 2학기 간식과 후기는 톡방에 공유할께요
<신곡>과는 많이 다를 <천일야화>, 서양의 중세와는 많이 다를 동양의 중세는 어떤 모습일지, 엄청 기대됩니다! 무궁한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또 무엇과 만나고 무엇이 될까요? 이번 학기도 즐겁게 읽어보아요~~
지난 에세이에서 정옥샘이 1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다고 은옥샘이 에세이 후기에 써놓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정옥샘. ㅋㅋ 분발하는 학인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절차탁마 시즌 2가 내일부터 시작이네요. 1학기 난희샘에 이어 새로운 멤버로 경원샘이 함께 하시는 '천일야화'와 이슬람의 세계, 2학기엔 어떤 즐거움이 펼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