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군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또다시 오듯이’ 지난 학기 때 지나갔던 후기쓰기가 또다시 돌아왔군요. 자아! 풍악을 울리며 신명나는 ㅠ.ㅠ 후기쓰기를 해봅니다~ 얼쑤~!
괘사, 단전, 상전은 전체 대의를 보여주니 이것을 중심으로 셋팅 후 구체적 자리마다 그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는 효사를 읽으라는 당부와 함께 시작하셨습니다.
번외편: 좋은 문장이란: 風行水上 - 인위적인 것 없이 자연스러운. 마치 바람이 불어 물 위에 만들어 지는 물결과 같은 문장을 좋은 문장이라 한다.
풍수환: 잘 깨지는 지혜. (Deconstruction 탈구축-해체의 궤)
저는 해체라는 말이 늘 무섭다는 생각을 하였는데요. (공동체에서 ‘해체‘만큼 무서운게 없으니깐요!) 오늘 선생님의 강의에서 ‘해체는 뭉쳐있는걸 잘 푼다’라는 말씀에 그리고 환괘를 읽으며 해체를 다시 만난 기분이였습니다.
주역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때 무마하려거나 막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다가오는 변화를 어찌 잘 맞아들일수 있을지를 이야기해 주는 지혜를 갖추고 있습니다. 닥쳐올 것은 늘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오기에 이런 주역의 지혜는 참 고맙습니다. 사주명리를 공부하면서도 이런 면에 묘하게 위안을 얻었는데요. 대운이나 세운에 따라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건 제가 잘/잘못하거거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 기운이 강하게 몰려올 때는 개인의 행동으로 어찌 할 수가 없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그 변화를 잘 읽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입니다. 안좋은 때를 하나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과 좋은 때를 계속 간직하고 싶은 미련이 우리를 미적거리게 하고 마침내는 깨질 때까지 깨진 후에 놓아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깊게 와닿았습니다.
換괘는 응집하지 않고 흩어지려고 할 때를 나타내는 괘입니다. 해체를 말하니 나쁜 괘인거 같은데, 나쁜 것과 함께 내포되어 있는 좋은 점도 함께 이야기해 주는 주역은 매력있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이번 환괘에서도 역시 주역답게 어찌하면 안깨어질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떻게 확실하게 흩어지는가, 어떻게 확실하게 깨어지고, 어떻게 분배시켜야 하는가 그래서 마침내는 어떻게 다시 확실하게 모일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줍니다.
과거의 영광을 잊어버리지 못해 끊임없이 재생하고 있는,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예로 드시며 30년째 5살인 신짱구 이야기와 25년째 해독되지 못하고 있는 명탐정 코난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효사의 설명에 들어가셨는데요.
六三 渙 其躬 (육삼 환기궁) - 자신을 흐트려뜨리는 것,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집, 습관 등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六四 渙 其群 (육사 환기군) - 群은 당, 무리를 만드는 것.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요. 어려울 때 강하게 모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으쌰으쌰해서 전체를 위해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들어가있는 무리를 중심으로 일을 도모하면서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마음에 뭉쳐지는 무리라고 하셨습니다. 조직이 너무 방대해지면 서로 의사소통이 끊어지고... 그러면서 이런 무리지어짐이 일어나고 모여서 뒷담화나 하는... 그렇다면 이런 조직은 해체될 때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요. 흩어져야 다시 새롭게 모일 수 있다고 하나.. 공동체를 사는 저로서는 제일 무서워하는 일입니다. 저희 맑은샘학교도 한번의 이런 헤쳐모여가 일어나 지금의 맑은샘 학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九五 渙 王居 (육오 환왕거) - 왕거는 왕의 권력, 부를 말하는 것으로 구오에서는 임금이 재물을 모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흩어지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물을 흩어버리면 사람이 모아진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아무래도 공부를 하는 입장이니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해서 지식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삼십대에 지식을 넓게 왕성하게 섭취하였으면 그것을 깊게 공부해서 열매 맺고 꽃 피워서 씨앗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 혜원쌤과 규창쌤, 건화쌤, 민호쌤, 정옥쌤 화이팅! (슬쩍 백스텝으로 도망가려다가 저도 이번 학기 에세이를 우찌우찌 마무리는 해보겠습니다.)
수택절: 기쁜 마음으로 험을 향해 나아간다.
저는 이 해석을 들으면서 왜인지 수택절이 멋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험을 향해 나아가다니. 짱 멋져! 라는 품위라고는 없는 감탄사를 내뱉어봅니다. 저희 조의 정아쌤은 느낌표까지 찍으셨다는 괘사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節은 亨하니 苦節은 不可貞이니라. 고절은 절대 하지마!라는 이 문장에 저도 정아쌤처럼 별표를 찐하게 그려넣었습니다.
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던 저로서는 절節이 금욕과 억압이 아니라는 수택절과의 만남은 신선했습니다. (주역의 해석은 늘 신박합니다.) 욕망(수)은 흘러가고, 억압되지 않으며,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분산적인 힘이 있다면, 그 욕망이 흘러가는 일정한 관계망은 분산하는 것을 응집, 수렴하는 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늘 타자와 함께 합니다. 타자 없이는 인식도, 느낌도, 무얼 얻을 수도 없습니다. 욕망은 타자 없이는 인식되지 않으며 언제나 타자와의 관계망 속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관계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그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방법으로 나의 욕망이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조율할 수 있는건 뭘까, 관계망에서 어떻게 접속하여 나의 욕망을 발산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의 힘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으니 (욕망대로 다 한다고 기쁠 것인가!) 이 두가지 에너지의 힘을 일정하게 텐션을 유지하며 기쁨을 향해/느낄 수 있게 하느냐. 스피노자는 나만 기쁘고 남들은 불행하다면 그 기쁨은 짜다며 타인과 늘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본성이 있기에 남들이 같이 기뻐해야 그 기쁨이 더 크게 기뻐진다고 합니다. 상전에 있는 制數度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制가 마름질하다, 재단하다라는 뜻이며, 나의 분산적 욕망을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잘 재단할 것인가. 뭔가에 의해서 형식이 주어졌을때 욕망도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자기가 좋은 걸로 가려는 우리의 욕망이 진짜 나의 내면으로의 기쁨이 되려면,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그걸 어떤 관계 속에서 잘 매듭지어야 하는 것을 잘 생각할 것. 기쁨의 핵심은 타자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절하지 마라! 나의 욕망을 잘 재단해라. 나는 나의 기쁨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의 욕망을 어떻게 재단할 것인가!
12시에 먹는 야식이 어떻게 맛있을 수가 있냐는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제자들의 마음속 야유를 크게 들으신 선생님은 급하게 세네카의 만족은 채운다가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명언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재단이 잘 되었을 때, 공자님의 잘 재단된 삶에서 느껴지는 品格. 품격의 품이 節하고 같다하시며 자신이 가진 재주, 욕망 (원재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조직화(節)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셨습니다. 예술가인 임영희쌤께도 당부말씀 해주셨구요 (명심하라 임영희!)
安節과 甘節 중에 감절에 함께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하다는 코멘트도 남겨주셨습니다.
오상 - 仁 (木: 발산적, 경계 없음) / 義 (金: 딱 잘라制) / 禮 (火: 문명, 문화) / 知 (水: 통찰력) / 信 (土: 가운데 중앙 -중부괘, 나머지 4개(인의예지)를 할 수 있는건 ‘믿음’이 있기에 가능 ===> 이렇게 인간의 윤리를 끌어오는 장 자체가 자연. 자연과 인위를 구분할 수 없어.
아아.. 등줄기가 다시 아파오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가야합니다. 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중부괘로 넘어갑니다.. 등아~ 견뎌~
풍택중부: 만물을 살리는 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까지 살리는 괘라는 코멘트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욱선사의 중부를 감응이라는 해석을 탁월한 해석이라고 하셨습니다. 괘사에 나오는 中孚 豚魚吉 (돼지나 물고기까지 믿게하면 길)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실성’, ‘성실성’에 대한 개념 되집어 보기를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성은 기독교에서의 신 앞에서 내 자신의 마음이 진실해야 한다는 기독교적 셋팅이 가득한 개념으로 서양에서의 진실은 일절의 거짓이 없는 것, 내 내면 안에 신(천사)도 있고 악마도 있는데 (니체의 뚱뚱한 내면, 프로이트의 에고) 악이 없는 것. 그러나 내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나만 아는 것, 은밀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서양의 진실성인데 반해 주역(동양)에서 말하는 진실성은 힘으로 발산되는 것이라는 설명 해주셨습니다. 표정, 행위, 말 등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진실성이 결국에는 남에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고 하셨습니다. 공자님의 행위를 보면서 감화 받았기에 공자님의 진실성이 드러난다고 하시며 괘사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그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 자체가 물고기와 돼지에게까지 (미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이렇게 괘사에서는 미물을, 대상전에서는 가장 소외된 자들, 옥에 갇힌 자들에게까지(議獄하면 緩死) 미치게 됩니다.
중부괘에서 말하는 ‘비움’은 부처님은 공을 깨달았기에, 즉 분별하는 마음이 없기에 가능하셨으며 공자식으로 말한다면 천명을 깨달았기에 비움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글렀군요). 영명무착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영은 심신을 아우르는 의미가 강하며, 영명은 인식능력 그래서 영명무착은 환한 인식능력으로 집착이 없음을 말한다 하셨습니다. 중심을 비운다는 것은 중심이 없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심이 없는 이는 외부에 쉽게 휩쓸리게 되는데, 자기 이해관계에 빠른 사람일수록 외부에 쉽게 휩쓸릴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중심을 비운다는 것은 현자들이 듣고 나서 가장 맞는 방식으로 이야기 해 주는 것, 신화나 옛이야기에 나오는 할머니 요정들, 노인 현자들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것이 그 예라고 하셨습니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노년에 대한 이미지, 지혜가 쌓이는 만큼 비워지는 것, 지혜가 쌓이지 못하면 아무한테도 자기가 삶에서 깨달은 것을 나눌 수 없다는 말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도 마음은 꽉 차있다는 마지막 말씀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습니다.
자아.. 마침내 다 적어냈습니다. 와~와~ 고양이가 와서 같이 놀자고 꼬시는 것도 꾸욱 참으며, 딸랑구한테 집안일도 떠넘기고 열심히 적은 서삼풍, 이만 누워서 등줄기 좀 펴야겠습니다. 흐미흐미흐미~ 녹아내린다냥~
음..상큼 발랄한 후기에 어제 들었던 강의 내용이 춤을 추네요! 관계성을 사유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역답게 어제 배운 3괘 역시 괘 나름의 방식대로 가르침을 주네요~^^ 개인적으로 중부괘가 무시무시한 괘다라고 평하신 채운샘의 말씀이 무시무시 했습니다 ㅋㅋ 머가 무시무시 한걸까요? 돼지라서 그런가?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도 호진쌤 처럼 이렇게 늘 친절한 답글 달고 싶다. 중부괘가 무시무시하다는것이 필기는 되어있는데 저도 뭔가 모르게 무시무시해서 그 코멘트는 빼버렸어요. 헤헤~ 같이 돼지해요, 호진쌤. 홍홍~
삼풍샘 삶의 속도와 재기발랄, 공부 욕심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와그르 하고 달려드는 느낌입니드. 아주 머릿 속에서 증발하기 전에 올려주셔서, 좀 더 오래 붙어 있지 않을까 싶네요 ㅎ 근데, 실수하신 거!!! 공부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왜 연구실 상주 멤버 4인 뿐이냐는 거. 샘은? 저는? 주역 학인들 모두는?? ㅋㅋ 반성하셔야합니다! 많이 많이~~!!! ㅋ
나두 고생각이 들었는데 차마... 반성하세요!!! 파리스 지옥 선사 황리 튜터님은 내년에 어떤 능동적인 공부를 하실지 두근두근!!
와아~ 와아~ 걸렸다~ 딱 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성합니다!
내년에 주말 하루종일 말고, 주중 세미나 하면 저도 주역공부 계속할 수 있어요!! 하게 해주세요~ 황리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