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간에 뇌산소과괘(雷山小過卦), 수화기제괘(水火旣濟卦),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 3개를 읽으면, 드디어 주역 64괘를 다 읽게 되네요! 일단 이 추상 덩어리 텍스트에 밑줄을 그은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짝) 우리에게 과연 어떤 괘가 남았을지는 각자의 평전에서 나타나겠죠? 음...
다음 시간에는 소과괘, 기제괘, 미제괘를 읽습니다. 어떤 괘를 쓸지는 조별로 나눠주시고요. 다음 시간에는 각자의 평전 개요가 있어야 합니다. 주제와 개요, 어떤 괘들을 쓸 것인가에 대한 결과물이 있어야 해요. 간식은 영주쌤과 희수쌤께 부탁드릴게요! 그럼 (64괘의)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괘 내용은 삼풍쌤께서 정리해주셨으니, 저는 간단하게 낙천(樂天)의 새로운 용법에 대해서만 정리할게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흔히 ‘낙천적’이란 말을 낙관적(樂觀的)이란 말과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죠.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좋은 면을 보거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주로 ‘낙천적’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주역적으로 ‘낙천’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계사전 상 4장의 “樂天知命 故不憂” 문장에서 ‘낙천’이 나오는데요. 이미 채운쌤께서 여러 번 지적하셨듯이, 이때 ‘낙천’이란 의미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필연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편안함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낙천적’이란 “모든 건 잘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갖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상황이 다른 모든 상황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언젠가 상황이 반전될 것임을 기다릴 줄 아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다림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안 좋은 상황도 하나의 변곡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채운쌤은 이게 자신의 평전을 쓸 때 꼭 유념해야 할 지점이라고 하셨죠.
우리는 대체로 우리 자신의 삶을 회상할 때 ‘후회’합니다. 후회하는 이유는 그때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사고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는 주역에서 말하는 ‘낙천’에 이를 수 없습니다. 어떤 사건들은 우리의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그런 사건들이 임박해도 의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대요. 주역은 바로 그러한 역량을 훈련하는 매우 유용한 텍스트입니다. 왜냐하면 주역은 애초에 인간이 겪지 않을 도리를 상정하지 않을뿐더러 이미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풍수환괘(風水渙卦)도 ‘흩어짐’, ‘응집력의 저하’라는 점에서 ‘공동체의 위기’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의 시기에 제대로 ‘환’하지 않으면, 그 이후가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채운쌤은 이를 호황을 회상하듯 그 당시의 애니메이션을 재소환되는 일본 문화로 설명해주셨죠. 제대로 ‘환’하지 않으면 간신히 현상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게 될 수밖에 없고, ‘창의적’(혹은 창조적?)이라 할 만한 것이 나올 수 없습니다. 비슷하게 산풍고괘(山風蠱卦)도 있고, 택수곤괘(澤水困卦), 수산건괘(水山蹇卦) 등 우리가 흔히 나쁘다고 여기는 상황을 주역은 대체로 괘사에 형(亨)을 붙이며 시작합니다. 평전을 쓰기 전에 무엇이 우리가 따라야 할 ‘낙천’인지, 각자의 삶에서 '낙천적 태도'가 필요한 지점이 어디 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주의 사진은 두 개의 트렌치 코트입니다. 멋은 '깃'에서 오는 거죠!
산책은 두 조로 나뉘었는데요. 저는 이번 포토제닉이 속해 있는 성균관 쪽으로 향하는 팀에 합류했습니다.
황리 선사께서는 매주 밀회를 가진 정옥쌤을 두고, 파트너 이천 선생을 선택하셨군요.
그리고 바쁘게 쫓아가는 정옥쌤의 걸음! 아, 가을 바람은 왜 이리 시린가!
넵. 다음 시간에 만나요~!
매주 조연인 듯 주연으로 등장하는 황리샘~~ ㅎ
문제적 인물이시군요 .
이 밀회의 끝은 어디인가? 어찌되든 뭐 어쩌겠어요.
흘러가는대로 감을 아는 게 낙천인 것을요 ㅎ ….
아깝! 나도 트렌치코트 밟히도록 많은데 이렇게 패션대결 이어질 줄 알았으면 입고 올 걸 그랬군효!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꾸안꾸패션의 선두주자 빠리지앵(지옥) 황리님은 못 당하죠.
가을 바람 아무리 시려도 (심지어 요즘 갱년기) 패션을 위해선 반팔도 마다 않는 패션천재! '어차피 패션왕은 황리' 아니겠어요.ㅋㅋㅋ
농담 그만하고... 진짜 세 괘만 남겨 놓고 마지막 과제를 하려니 감회가 새롭네요.
매주 못하겠다 하면서 괘를 해석해서 글을 쓰고 매주 공부하러 또 갈 수 있었던 것은 주역을 읽으면서 매번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바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편협한 태도인가를 매 괘마다 전방향에서 일깨워주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하도 들으니 이제 쪼금 '낙천'이 어떤 것인지 알듯도 하고 그러네요. 그치만 지금은 (또 내일 가려면) 숙제를 하러 가야겠죠?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