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Seminar Board
이번 시간에 읽은 괘는 수뢰둔과 지화명이괘입니다. 두 괘 모두 어려움, 그중에서도 어두운 때를 말합니다. 명이는 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빛이 손상을 입은' 어두운 때입니다. 그리고 둔괘는 단전에서 '초매'라 하여 역시 혼란스러운 어두운 때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둘 다 어둠이라 표현했지만, 서로 다른 배치 속에 있기에 어두움의 양상도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태초의 혼돈
둔괘는 소성괘 감(坎)을 포함한 험괘 중 하나입니다. 감괘가 포함되면, 그 괘는 보통 감이라는 험함을 넘어서는 방법을 강구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둔괘의 경우 험난함을 상징하는 감이 움직임을 뜻하는 진과 만나 혼란스러우면서도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입니다. 단전에서는 둔괘를 '초매'의 때라고 했는데요, 이 초매는 어둠이라기보다는 태초의 혼돈,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때를 말하죠. <주역>을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서괘전에 따르면 둔괘는 처음에 있습니다. 중천건, 중지곤이라는 양과 음, <주역>의 기본원리를 소개한 다음, 그것이 뒤섞이기 시작하는 둔괘로 이 모든 것이 시작하는 것이죠.
이때 둔괘에서 감괘의 험함은 혼란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어서 혼란스럽지만, 그렇게 섞이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공영달은 둔괘의 괘사를 해석하며 험난한 다음에야 크게 형통하고 바름을 지킴이 이로운 단계까지 간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둔괘가 처음으로 음양이 사귀면서 아직 갈피를 못 잡는 것일뿐 그 힘이 뻗어나갈 것은 분명하다는 것을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그리고 그 계기는 험난함이죠. 단전에서는 이를 "험난한 가운데 움직인다[動乎險中]"라고 표현합니다. 험난함은 둔괘의 방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조형하는 계기이자 역량을 배양하는 때라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건 제후[侯]를 세워 혼란 속에 질서를 세우는 것이고요. 제후는 일종의 조력자, 백성에게는 중심을 잡아주는 군주를 뜻합니다. 혼란스러운 때는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심이란 나와 상대의 사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둔괘의 효사는 이를 혼인상대[婚媾]로 표현하며 자기 짝을 기다리고 구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결국 혼돈을 정리하는 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가운데 형성되는 질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