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1장
원래 계획은 에피쿠로스의 쾌락 1~2장을 읽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에피쿠로스의 생애에서도 나눌 이야기가 풍성했다. 사실 그 사람이 남긴 말이나 사상은 그가 살아간 행동들, 그 삶이 족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생애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에피쿠로스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는 스토아주의자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이르는 길보다는 스토아의 금욕적 철학이 더 접근하기 쉽고 적용하기 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스토아철학자들이 에피쿠로스를 비방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좀 씁쓸했다. 사상투쟁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근본주의자들을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철학자들의 적대적 태도가 다른 이들을 뒷담하는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뒷담과 비방은 사피엔스라는 인간종의 보편성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들은 비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비판이라 여겼을수도 있지만 사생활을 들추고 약점을 파는 행위는 좀 비열한 것 같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또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얼마나 눈엣가시였을까?
에피쿠로스의 구체적인 삶에서 철학을 시작했다.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말한 점을 봐도 자기가 아는 것과 경험한 것으로부터 자신의 철학을 출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역은 쉽고 간단하다는데, 에피쿠로스도 쉽고 간단한 것으로부터 자신의 사상을 펼친 것은 아닐까? 그는 철학함에 있어서도 쉽고 간략함을 추구한 것 같다. 정원에서 자신의 사상을 나눌 때에도 에피쿠로스는 ‘일상적인 말’을 사용해서 설명하고, 표현도 명료했다. 남긴 유언도 구체적이다. 최근 김훈 작가의 죽음과 관련한 칼럼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다. 건실하고 씩씩하고 속이 꽉찬 유언을 남긴 지인의 아버지를 예로 들면서 생활의 구체성이 드러난 유언은 깊은 내공과 오래고 성실한 노동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피쿠로스도 함께 공부한 누구에게 얼마의 재산을 주고, 누구의 자식에게 지참금을 얼마를 주고 자신의 노예 중 누구에게 자유를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유언장이 이런 형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에피쿠로스의 삶은 혁명적이었다. 에피쿠로스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배치속에서 노예들과 철학을 하고 노예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은 지금 시대의 동물권이나 비인간종과 하는 삶을 언급하는 것에 비근하지 않을까? 성인 귀족 남자만을 사람으로 여겼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말이다.
나는 에피쿠로스가 재산을 공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자신은 정작 자신의 소유를 온전히 나누었지만 재산 공유는 옳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소유 욕망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공동체의 문제는 자기 것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욕망을 완전 배제한 공유재산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에피쿠로스는 재산 공유는 불신을 낳고 결국 친구가 사라진다고 보았기 때문에 공동소유를 반대했다. 금욕보다는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우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를 지향한 에피크로스는 단조롭게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사상은 끝까지 밀어 부쳤다. 진정한 쾌락, 어떤 욕망에도 흔들림 없는 진정한 평안, 아타락시아를 말이다. 그런 평온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 자체가 진정한 쾌락, 쾌의 감각과 느낌이 아닐까 싶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애가 넘치고 감사와 친절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행위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니 에피쿠로스의 사상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봐야할 것 같다. 공자의 배움이 즐거움과 연동되어있다면, 에피쿠로스의 배움은 무엇과 연동될까? 에피쿠로스의 생애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살펴볼 준비가 되었다.
에피쿠로스는 우리의 '감각'과 실재하는 것을 인식의 출발로 삼았지요. 뒤쪽을 읽다보니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게 쉽진 않네요. 원자와 허공과 무한을 정리하는 것이요. 그래서 재미있게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탐구하면서 ㅎㅎ 첫 시간에 나눈 많은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정리해주셔서 읽으면서 새록새록 생각이 났어요. 미연샘, 숨은 후기 장인 이셨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