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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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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읽은 괘는 수천수(水天需)와 뇌지예(雷地豫)였습니다. 수괘는 '기다림'이라는 의미의 괘이고 예괘는 '열광'이라는 의미의 괘입니다. 둘 다 기쁨을 말하는 괘입니다. 수괘는 기다리는 가운데 음식연락(飮食宴樂)의 기쁨을, 예괘는 이제 막 일어나는 변화의 준동이 느껴질 때의 열광적인 기쁨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림, 배양과 연구의 기회
사실 기쁨을 말한다고 할 때, 수천수괘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수괘는 감이라는 험한 어려움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려움을 해치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기다려야 하는 상태이죠. 우리는 기다림 하면 어쩐지 버리는 시간,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시간 정도로 취급하지요. 하지만 수괘는 그런 기다림의 이미지를 다르게 가져갑니다. 수(需)괘의 상괘는 험함을 상징하는 감인데, 하괘는 강건한 건괘입니다. 건괘는 종일건건,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이 할 일을 이어나갑니다. 수괘의 경우 험함을 앞두고 기다리는 때를 맞았을 때, 거기에 동요하거나 허탈함을 느끼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죠. 수괘의 대상전은 이를 음식연락이라고 했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은 일상의 일입니다. 기다림의 때에, 우리는 그 핑계로 가끔 일상을 놓아버리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예외적이고 어쩌면 쓸모없는 시간 취급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주역에 의하면 기다림이란 먹고 마시는 일을 통해 일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을 성숙시키는 때이기도 합니다. 기다릴 때도 결과를 얻을 때도 그 일은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고 말이죠. 또 수괘의 독특함은 기다릴 때 연락 하라고 권한다는 것입니다. 연회를 열어 즐기는 일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다림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고립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얻어 남들이 가는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어쩐지 즐기거나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것 같은 고립의 시간. 하지만 수괘는 기다릴 때야말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즐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다림이란 일이 막힌다고 손놓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이죠. 그럴려면 혼자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연락은 파티이기도 하지만^^ 세미나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건괘의 생명력을 본받은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광의 때를 노려라!
예(豫)괘는 양효가 단 하나뿐인 괘입니다. 바로 구사효입니다. 상괘는 진(震), 떨쳐 일어나는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사효가 여섯효 중에서는 외괘를 시작하는 자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가장 돋보이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괘는 이런 구사횽의 드러남에 열광하며 따르는 모습입니다. 예괘의 하괘는 순음인 곤(坤)괘로, 구사효의 등장에 호응하고 따릅니다. 이런 점에서 예괘는 혁명의 시기로 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준동하며 변하고, 그에 모두가 호응하는 시기,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때인 것이죠.
괘사는 이럴 때 군사를 움직이고 제후를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利建侯行師]. 어떻게 보면 가차 없는 괘사입니다. 기쁨의 여운에 젖어 있을 시간 따위 없고, 이때 할 수 있는 개혁을 모두 '진행시켜!!'야 합니다. 이 때를 놓치면 신선한 생동감은 낡은 것이 되고 하나로 모아진 마음은 흩어지고 말 테니까요. 실제로 역사를 보면 토지를 일제히 몰수해 균등 분배한다든가 파격적인 인재를 등용한다든가 하는 건 혁명이나 건국 초기에나 가능했습니다. 그 어수선하면서도 모두가 복종하는 시기를 예의 때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점에서 <주역>에는 혁명의 유토피아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 예괘는 열광의 시기를 잘 이용해서 이 한데 모인 기운이 흩어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니까요. 기쁨이면서도 예방의 때이기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