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주역읽기 2-7 (6.18) 후기 및 공지
지난 주 산행으로 한층 마음이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요. 다음 모임과 산행이 줄줄이 계획되고 있는 걸 보면요. 이번에 함께 못하신 선생님들 편하신 시간에 함께해요. 회식에만 오셔도 대환영이구요. 주역 읽기는 2학기 들어 두 괘씩을 묶어 집중하고, 채운샘의 강의도 있어 조금씩 해석이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 쪽글의 문제 제기도 좀 더 세밀해지는 것 같구요. 매주 샘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 근데 에세이가 점점 다가오고 있네요. 이제 준비할 시간이 3주 정도 남았구요. 주역 읽고 과제도 하고 에세이 준비까지 좀 버겁지만, 에세이를 쓰는 건 괘를 가지고 이리저리 궁리하는 재미를 주는 것 같더라구요. 남은 3주 잘 준비해 보아요. 에세이 일정 및 공지 먼저 공유 합니다.
▶ 에세이 일정
*7주차(6/18) - 서론과 개요쓰기 : 어떤 문제를/ 왜/ 어떤 괘를 통해/ 보려고 하는가? 이 3가지가 서론에서 분명히 드러나면 되겠죠.
*8주차(6/25) – 본론 쓰기 (채운샘 강의 주)
*9주차(7/2) – 초고 쓰기
▶ 읽을 괘 : 산수몽괘, 산뢰이괘
▶ 간식 : 정옥, 규창
이번 주에는 택화혁(澤火革) 괘와 화풍정(火風鼎) 괘를 읽었는데요, 변화를 중심으로 묶인 괘이죠. 어떤 토론들이 이루어졌는지 각 조 후기를 통해 보겠습니다.
정랑조
택화혁(澤火革) 괘는 혁명의 시기를 말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못(물)과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이 만나서, 침투하고, 다퉈서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시기입니다. 마치, 물이 끓어서 수증기가 되고, 불이 꺼져서 재가 되듯이 말이죠! 저희 조에서는 혁(革) 괘의 괘사에 나오는 이일내부(已日乃孚) = 하루가 지나야 비로소 믿는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눴습니다. 우선, 여기서 ‘기다림’(已日)과 ‘믿음’(孚)이 키워드라고 정리됐습니다. 계절의 변화도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그리고 인간에게로 전해지듯이, 큰 변화가 백성에게 미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합당함’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 라고 했을 때, 백성의 믿음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라톤은 ‘철인통치’를 주장하면서, 대중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역>에서는 왜 백성의 믿음을 개혁의 ‘합당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주역>에서는 모든 존재가 덕(德) 또는 인식 역량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기에 개혁이 합당하면, 천지가 통(通)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화풍정(火風鼎) 괘는 혁명 이후 구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기입니다. 정(鼎)은 솥의 모형입니다. 솥이 새로운 음식물을 불로 익히는 용도로 쓰이는 것처럼,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법,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시기입니다. 저희는 정(鼎) 괘에서 팽임(烹飪) = 삶고 익히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정(鼎)의 시기에는 무엇을 삶고 익히는가? 혁(革) 괘에서는 백성의 믿음(信)이 중요했다면, 정(鼎) 괘에서는 성현(聖賢)을 기르는 것(烹飪)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문제들일수록 사안이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성현(聖賢)들의 눈과 귀가 필요합니다. 그들과 함께해야지만 총명(聰明)하게 이 시기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저희 조에서는 성현(聖賢)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고민을 나눠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들은 지금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규창조
<주역>은 그 자체로 변화[易]를 말하는데, 그중에서 변혁을 말하는 혁괘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 변화일까? 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가 변화라는 것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훨씬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64개의 변화의 양상 중 혁괘는 기존의 질서가 뒤집어지는 시기이고, 정괘는 다시 그 마음을 모으고 집약시키는 시간으로 각각 다른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가죽을 뜻하는 혁(革)과 세발솥을 뜻하는 정(鼎)의 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혁(革)이 변혁의 상징일 수 있는 이유는, 무두질이 그만큼 인류 문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설명. 반면 세발솥은 기존의 가장 고급진 기술을 집약하고 사람들의 협력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력과 사회 형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마음을 모으고 익힌다는 뜻의 정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인간 기술력의 혁신과 변화가 과연 '자연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주역>에서 말하는 인간 윤리와 자연의 변화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사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옥조
혁명이라고 하면 하루아침에 천하가 뒤짚어지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서양적 revolution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그럴텐데, 혁괘에서 혁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중요하다. ‘하루가 지나야 믿게 된다’(己日乃孚) 거나 ‘원형이정’의 시공간성을 강조하는 것, 혁(革)이라는 글자도 짐승의 가죽을 무두질하면 전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걸 본 뜬 것으로 무두질하는 그 시간을 포함하는 것이 혁명이라고 한다. 사시의 변화처럼 혁도 흐름이다.
또 혁괘는 물과 불의 관계성으로도 볼 수 있다. 물과 불은 서로 상극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관계이다.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증발시켜 버린다. 그러나 혁(변화)는 서로를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아니다. “서로 합하여 쓰임이 되어 서로 해치지 않게 하면 이는 물건을 변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하면 혁은 변화를 전제하지, 완승이나 소멸, 퇴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혁명의 시기에 얼굴만 살짝 바꾸는 소인이라 하더라도 변화를 전제로 함께 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孚’ 역시 반드시 타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늘에 따르는 것과 사람에 응하는 것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상을 중심으로 괘를 정한 것이 수풍정괘와 화풍정괘인데 鼎괘의 세발솥은 권력의 상징이다. 혁괘와 연결해서 읽자면 혁명 이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의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우임금이 만들었다는 九鼎은 구주(九州)에 내려진 통치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후 이 솥은 통치자들의 정통성을 보증했다. 물과 불이 직접 만나면 서로를 꺼버리는데 솥을 거치게 되면 불은 물을 끓여 음식을 삶아내게 만든다. 솥은 그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는 통치성으로 상징된다.
수풍정 괘와 비교하여 더불어 먹여 살리는 공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鼎괘는 井괘와 더불어 위로 나오는 것을 쓰임으로 삼으니, 뚜껑을 덮지 않고 함께 나누는 덕을 가지는데, 두 괘 모두 상효가 원길(井)하고 대길(鼎)하다. 우물을 통해, 음식물을 통해 사람들을 구제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상효에 가서 뚜껑을 덮어버려 흉하게 되는 풍괘와는 다르다는 점. 정괘를 꼭 혁명과 연결하지 않고 수풍정괘와 더불어 ‘노년의 도’로 읽어도 좋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