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9주차 공지 >
▶ 2학기 에세이 준비: 초고 작성하고 숙제방에 올리기
▶ 읽을 괘 : 지택림괘, 풍지관괘
▶ 간식 : 경순, 정랑샘
주역에 동서양철학을 붙여보면서 ‘종횡무진’ 사유의 깊이와 폭을 확장해보자는 원대한 포부로 시작한 주역호가 벌써 절반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유가 확장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각각을 쪼개서 해도 버거운 내용과 일정을 세 겹으로 압축해서 매주 소화하려니 무리가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또 나름 이 리듬에 익숙해지기도 한 듯하고, 무엇보다 공부에서 생기는 다양한 번뇌들과 소화가 안 된 공부지만 샘들과 함께 나누고 하니 역경(병)들도 그럭저럭 헤쳐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는 나아감의 두 괘인 화지진(火地晉, ䷢), 지풍승(地風升, ䷭)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2학기 에세이 준비 토론도 있고, 채운선생님 강의도 있어서 괘들은 각 조에서 핵심들을 간략히 얘기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서 이번주 두 괘 정리는 혜원샘이 올리신 후기로 대신 하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말씀하셨듯이 에세이를 쓰는 것은 공통과제와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괘를 끌어안고 시간을 들여 고민하면서 써오는 매주의 공통과제에서 힘을 받아 나온다는 점 잊지 마시고 이번주 괘들도 재밌게 읽어와 주세요.
대신 이번에는 글쓰기의 처음과 끝, 사실 거의 모든 것이랄 수 있는 '
어떻게 문제를 구조화하는가'에 관해 채운샘 강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절실히 물어라 × 구체적으로 생각해라
공부하다 보면 공부한 내용이 참 멋지고 좋긴 한데 구체적인 나의 삶의 문제를 생각해보거나 해결하는 것에는 연동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데요. 그러다 보니 내가 공부하는 것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고, 삶의 내용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고 또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공부가 시대에 맞지 않나? 혹은 다만 공부를 위한 공부, 쌓기만 하는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가 아닌가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하는 공부하는 내용에 문제가 있어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가 공부하는 주역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아 좋다’고 하고선 수업이 끝나면 책을 딱! 닫고 ‘공부 끝!’이라고 하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지요. 실은 이런 개념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작동되도록 붙이는 후속 작업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만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요 지점에서 딱! 멈춰서는 ‘공부가 되네 안 되네,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네 등등’ 말이 많다는 거죠.
채운 샘은 우리가 공부한 것을 실생활에 작동시키기 위한 훈련의 시작으로
절문(切問) × 근사(近思)의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지금 내가 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느끼고 있는지 구체적인 지점을 질문의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구체적인 문제가 부대끼고, 어떤 감정이 이는지를 솔직하게 직면하는 지점을 분명히 해야만 거기에서 나와 다른 방식으로도 나의 지점을 볼 수 있는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내가 그동안 세상을 이해해온 방식을 내가 배운 개념의 틀로 비교하면서 질문하고 질문하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지점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원래 그런 것도 객관적이도 않고, 다만 나의 좁은 시야에서 본 상당히 치우친 견해일 뿐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절실히 질문하게 되면 문제라고 여기는 지점들을 ‘이래서 나빠 혹은 좋아’ 식으로 단순한 인과를 통해 습관적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에서 벗어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이해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은 문제를 나만의 관점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다른 관계들과의 조건이나 때 속에 자신을 놓고 이런 조건과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신중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문제를 구조화하는 작업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바로 공부를 삶에 작동시키는 가장 단순하지만 솔직하고 (하지만 귀찮은)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공부한 좋은 개념들은 진짜 관념이 되고 현실과 겉돌게 된다고 느낍니다. 진짜 황금을 쌓아두기만 해서 똥을 만드는 안일한 태도라 할 수 있지요.
2. 뭐라도 뚫어라!
이렇게 나의 문제를 다른 관계들과의 조건이나 때(時)을 고려하면서 행동지침을 구하는 과정인 문제화의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문제나 집착하고 실체화하는 지점이 보이게 됩니다. 그럼 그게 뭐든 정면으로 마주해서
뚫어! 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안일하게 관계가 잘 안 된다, 소통이 안 된다, 인정욕망이 문제다는 식으로는 문제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아 뚫리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혹은 상대방이 문제가 있어서 내가 그렇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변화나 문제를 설정할 수 없지요. 대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뭐가 부족하고 부대끼는지를 솔직하게 직면해서 문제를 계속 뜷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소통이 안 된다고 할 때도 오히려 내가 지금껏 믿고 있던 잘 소통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근본적으로 자기 고정관념을 뒤집는 방식으로 질문을 계속 밀어붙여서 질문을 제기해서 문제를 돌파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묻고 묻고 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이런 조건 속에서 이런 때, 이런 자리에서 삶을 살고 있다는 이해가 그 때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러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나를 가장 잘 존재하게 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내가 가진 문제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집착에는 어떤 두려움이 핵심에 있는가를 보고 문제를 구조화하는 작업이 글쓰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잘 구조화해서 문제화하고(=>서론/문제제기), 그 질문 속에서 나의 근거를 괘를 가져와 붙여 글을 쓰는(=>본론) 과정을 거치면 그럼 요걸 해봐야 겠다는 그때 적절한 행동지침/해(solution)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결론)하셨습니다.
채운샘께서는 자신의 절실한 문제들을 요리조리 다양한 조건들에서 잘 관계짓고 구조화만 시키면 해는 저절로 둥실 떠오른다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빨리 글을 해치우고 싶은 성급함에 문제 제기도 안 되는데 미리 설정해 둔 결론을 향해가는 글을 쓰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화의 씨앗을 적절한 토양과 햇빛과 물과 바람과의 관계 속에 심어야지 이게 안 되면 싹으로 떠오르지 않고 땅 속에서 썩어버린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질문을 물고 늘어져서 문제를 뚫는 작업은 질문한 당사자가 온 마음과 몸을 써서 몸소 파고들어야만 할 수밖에 없고 또 지난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계속 훈련하면 글을 쓰는 근력을 붙게 되고, 이제 진짜 공부가 삶에서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저도 에세이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문제제기는 되지 않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답답한 마음에 채운샘의 걱정과 자비심 가득한 당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샘께서도 우리의 개요를 보시고 얘네들 안 되겠다 싶으셨나 봅니다.ㅋㅋㅋ 마음은 급하지만 뭐 잘 안된다고 월급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여유롭게 마음먹고 과정을 건너뛰지 말고 즐기면서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머리 쥐어뜯고 있습니다. 글쓰기야 힘들긴 하지만 요거 끝내야 또 방학도 하고 MT도 갈 수 있으니 다들 파이팅 하자고요!!
이번 주에는 죽이든 밥이든 초고 완성해서 와서 또 신나게 얘기해 봐요!
자기가 두려우니까 숨겨 놓는 건데, 그걸 보아야 하는 게 에세이이니, 글쓰기는 원초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뭐라도 뚫으라는 제목처럼 한 가지라도 속시원해지는 글을 쓰고 싶네요. 영주샘, 후기 깔끔합니다~
강의 내용을 잘 정리했네요. 문제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읽으며 글을 쓰려고 시도는 해 봅니다만^^ 절문(切問) × 근사(近思)
에세이 궁리하시느라 속이 타는 와중에도 쌈박한 정리에다 학인들 격려까지~~^^ 역시 낙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