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인 에세이 발표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장장 12시간에 걸쳐 4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신입샘들 위주로 먼저 진행되었는데 1조 발표 후 2조인 저는 점심 먹다가 앞으로 나가 발표를 하였습니다. 잠깐의 쉬는 시간 외에 종일 달린 것이지요.
지난 1학기 팀글쓰기 때는 미안한 맘은 있었지만 뭘 할지 모르기에 대충 묻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 학기 개인 에세이를 쓰자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책 읽고 세미나 하는 것은 그래도 따라 하려 노력하겠는데, 글쓰기는 참 어렵습니다. 글쓰기는 수렴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을 모아 하나로 꿰는 작업이 늘 어렵다. 그만큼 내가 그 문제를 정리 못하고 있기에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에세이를 써야 하기에 다시 되돌아보게 된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괘와 연관지어 글쓰기를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인용문을 가져왔으면 거기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나의 말로 해석해 나가야 하는데, 성질이 급한 나는 후딱 해치우는 데 급급해 깊이 파고드는 게 약합니다. 또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에 글을 써야 하는데, 내가 쓴 스토리에 텍스트 내용을 끼워 넣자니 뭔가 안 맞는 것도 같았습니다.(이 방법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괘와 연결지어 글쓰는 노하우가 있으면 좀 공유해 주세요^^)
그래도 조원들 덕분에 마무리하여 글을 올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그동안 내가 가졌던 생각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지점까지 오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내가 가졌던 생각에 의문을 품으니 나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에세이 발표를 들을 때 어려움은, 반 이상은 내용을 한번 듣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 글을 보고 질문을 하는 것도 어렵고, 코멘트를 잘 하는 사람도 부럽고 신기했습니다. 어떤 글이 잘된 글인지조차 구분이 안 됩니다. 갈 길이 멀다. 그냥 욕심부리지 말고 그 공간에 함께 하다 보면 조금씩 눈과 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간의 속도가 너무 빠르네요. 2학기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방학기간 재충전하시고 행복한 모습으로 또 뵙기 바랍니다.
채운샘 강평 정리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공자님이 나는 호학자라고 했지, 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고 한 적은 없다. “위기지학은 자기 자신을 위해 학문을 하는 것으로, 이는 학문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인격을 수양하여 자신의 도덕적 완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위기지학과 대비되는 개념은 위인지학이다. 위인지학은 자신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공부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때 학문의 목적은 사회적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얻기 위한 것 등이 된다.”[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는 욕망에 따라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끌리는 쪽으로 간다. 순수한 충동에만 끌리는 사람이 있고 이해관계를 따져가지고 계산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수준에서 내가 택한 욕망이냐에 따라서 욕망의 결과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스피노자가 얘기하듯 지성과 이성이라는 능력을 통해 정말 뭐가 나한테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하면 결과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하지 않으며, 욕망에 따른다고 하는 그 과정을 어떻게 겪어내는가의 차이만 있다.
니체는 삶의 평가기준이 선악에 있지 않고 고귀하냐 비천하냐의 차이에 있다고 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스스로 긍정이 되면 자기를 비하하지 않을 수 있다. 공부를 하다 무기력이 오는 것은 공부를 진통제로 사용하거나 삶의 문제를 해소해 주는 걸로 기대하기 때문일 수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 살아가도록 해 주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공부의 수준은 글로 안 나타나고 자기가 정확히 뭘 모르는지 알려고 쓰는 것이다.
텍스트가 우리한테 흔적을 남기려면 텍스트를 가지고 머리가 빠개질 때까지 자기 언어로 해석을 해야 된다. 공부를 하는 건 남들이 안 보이는 걸 볼 수 있어야 되고 안 들리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영역을 더 많은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인과 속에서 보는 훈련을 해야 자기 세계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에세이 후기를 다음 날 올리시는 신공......이 빠른 속도를 어떻게 저랑 좀 믹싱 할 수는 없을까요?? ㅎㅎ 코멘트 내용도 잘 정리해 주셨지만, 조원들의 코멘트를 수용하고 매번 바뀌는 글을 써주셔서 저희 모두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주셨지요. 샘의 4학기 에세이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