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4개의 괘를 소화하느라 버거운 2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괘들이 아닌지라 더 압박이 크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보내주신 후기 읽어보니 모든 조들이 충분히 논의를 못한 채로 마무리하신 듯합니다. 역시나 시간이 부족하네요(ㅜㅜ). 미진한 부분들은 서로에게 물어가며, 또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채워가야 할 것 같네요. 어차피 한두번으로 끝날 공부가 아니니만큼 다시 찾을 각오하고,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고요(^^). 그럼, 보내주신 순서대로~~~!!!
<황리조>
이번 주의 坎離巽兌 중 巽괘와 兌괘는 시간이 부족하여 토론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얘기를 나눈 감괘와 리괘에 대해 나눈 얘기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감괘는 밖은 유순해 보이지만 내부에서 중심을 잡고 많은 어려움에 부딪힘에도 쉼없이 흘러가는 물이 가진 에너지와 상징성이 드러난 괘였습니다. 물이 계속 연이어 이르는 것을 습(習)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움(학습)의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공통과제로 감괘를 써오신 샘들도 모두 배우고 가르침에 대한 어려움(험함)으로 공통과제를 써 오셨습니다. 감괘의 대상전은 덕을 향상시키고 계속 배움을 익혀 가는 것으로 말합니다.(常德行, 習敎事) 지금은 다소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상습(常習)이라는 단어도 그 기원이 감괘임을 알고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감괘에서 말하는 구덩이에 빠지는 험난함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공부하는 과정에 빗대어 보면 계속 동일한 질문만 던지고 있거나 다른 언어를 찾지 못하여 나아가지 못하는 것, 어려움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는 도를 잃은 것을 얘기했습니다.
감괘 해석에서 참신한 내용으로 習을 공영달이 편습(便習)이라고 해석한 것을 다시 해석하여 미연샘께서 과제를 써 오셨습니다. 편습이란 험함을 어려움으로 삼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도라고 합니다. 이는 현재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험함을 어려움으로 삼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편안하게 행’하는 도로써 자신을 구조하는 로고스를 근육 속에 넣을 수 있는 신체의 훈련을 푸코의 문장과 엮어서 얘기했습니다. 자신의 몸, 즉 근육에 자기 구원의 도를 넣어놓고 어려움에 맞딱뜨릴 때 언제든, 자동적으로, 거의 습관처럼 꺼낼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것을 便習에 견주어 말씀하셨습니다. 편습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 대상전의 덕행(역량)을 키워가고 그것을 익히는 것을 상습적으로 하는 과정을 밟는 것일 수 있겠죠. 또 다른 논의로 물이 흘러가면서 웅덩이에 빠지게 마련인데(늘 험함이 있죠) 그 웅덩이를 빠져 나오는 것은 뒤이어 오는 물, 우리의 삶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조차도 자신의 미더움이 발휘되도록 하는 지독한 성실함이 필요함을 얘기했습니다.
이어서 리(離)괘를 얘기했습니다. 감괘가 물이 계속 흘러가면서 험함을 겪는 것과 달리, 리괘는 타올랐다가 이지러졌다가 다른 불이 다시 타오르는 계승의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존재가 붙어있다는 것, 불이 타려면 불쏘시개와 더불어 땔감이 필요함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늘 다른 존재에 의존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조건입니다. 그 덕분에 또 네트워크의 존재로서 문명을 만들고 계속 전승되게 합니다. 그 상이 리괘로 해석해 낸 것으로 보았습니다. 개체의 삶이든 문명이든 변화하는 시기는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하나의 마디를 넘어가는 40-50대로 볼 수도 있고, 시대적 전환기 일수도 있으며 하루에서의 밤낮의 교대일 수도 있고 생물의 분기하는 지점일 수도 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상괘와 하괘를 잇는 구삼과 구사는 전환기에서 이전의 것을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야 할 것과 새로운 것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의 윤리가 이 효들에 담겨 있다고 보았습니다. 구삼효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저무는 때에 노인의 한탄이 아니라 노래하듯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하는 공부가 전환기를 어떻게 소화하여 받아들이고 또 넘어갈 때의 완충 작용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의 고민들과 맞닿아 있다고 얘기하며 계속 주역 공부가 필요함을 공유했습니다.
<정옥조>
저희 조는 중수감괘와 중풍손괘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수감괘의 괘사는 습감習坎으로 시작하는데 習에는 중첩과 편습, 즉 험함이 거듭되면 쓰임(用)을 이루게 되고, 편습하여야 험한 곳을 행할 때 통할 수 있음의 뜻이 있습니다. 땅에 산천과 구릉이라는 험함이 있어 물건이 보존될 수 있는 것처럼 험함을 통해 본성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 능해진다고 하니 험함을 피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험함을 피할 게 아니라 써야한다고 이해하게 되면 거듭해서 이르는 물을 성실하게 겪어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러다보면 익숙히 익히게 됩니다. 坎의 주효가 강중을 품고 있기에 물은 아무리 험한 지형이라도 거침없이 흐를 수 있듯이 능동적인 이해가 험난함을 넘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화리괘에서는 밝음보다 붙음을 먼저 얘기하는 이유에 대해 해와 달이 붙어있고, 초목이 땅에 붙어있듯 만물과 인간이 붙어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붙어있기에 변화도 함께 겪음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리괘의 밝음은 문명을 상징하는데 이 문명은 이롭게 사용하여야 형통함으로 괘사의 순서 離, 利貞, 亨 이 확실히 이해되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고 어디든 무차별적으로 들어가는(入) 바람을 상징하는 손괘는 겸손과 유순의 의미가 있습니다. 위에서 공손히 명령을 내리고 아래에서 공손히 따르니 이보다 더 명령이 잘 이행될 수 있을까 싶지만 괘사는 小亨이라고 합니다. 柔가 안에 있어서 명령을 공손히 따를 뿐 헌가체부(옳은 일은 행하도록 건의하고, 옳지 못한 일은 하지 못하도록 직간함)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형통하지 못하다고 공영달은 소를 달았습니다. 이에 공손함의 미덕은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바람이 불면 내가 낮추게도 되지만 상대를 낮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단전의 柔皆順乎剛에 비춰보면 누구를 낮추게 만들기보다는 스스로 낮추고 공손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아래가 모두 공손하여 어기지 않고 서로에게 應함은 군주가 선창하면 신하가 화답하여 교령이 행해지는 것으로 보듯 정치적인 것으로 보면 좀 더 이해가 쉽게 됩니다.
중첩된 괘들에서는 그 괘가 상징하는 성질들을 보라는데 아직 잘 안보이기는 하지만^^; 토른을 하고 나니 바람과, 불과 물에 대한 상상이 더 풍성해 진듯합니다.
<규창조>
괘를 읽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도 중첩된 괘들이 나왔는데요. 팔괘의 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화리괘를 통해서는 ‘문명’을, 중수감괘를 통해서는 ‘험함’을, 중풍손괘를 통해서는 ‘공손함’을, 중택태괘를 통해서는 ‘기쁨’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물론 이것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 다 다루지는 못했고, 공통과제와 토론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건 감괘-험함이었습니다.
저희에게 ‘험함(險)’이란 극복해야 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이해되지만, 주역에서는 하나의 덕(德)으로 삼습니다. 감괘 단전에서 ‘험’을 없애기보다 설치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유용함을 도모하는 정치를 보여주죠. 토론에서는 공영달의 해석을 따라 ‘험’을 역량을 발명하는 조건으로 얘기했습니다. ‘험’은 구덩이고 물이 차오르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지만, 구덩이에 빠져 있는 동안 물과 다른 관계 맺기를 배울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주역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거의 매시간 반복되고 있는 논쟁지점인데요. ㅋ 제 식대로 정리하자면, 주역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주역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지침서로 읽힙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계사전을 통해서는 형이상학적인 사유가 전개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구체와 추상을 동시에 내포하는 게 주역의 매력인 것 같으면서도 저희가 주역을 읽는 데 직면하는 어려움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저희 토론은 매주 침을 튀기면서 논의 중입니다. @_@
이번 주는 <서괘전> 순서상 11,12번째 괘에 해당하는 지천태와 천지비 괘를 읽습니다. 이미 읽고 계시겠지만 정이천이나 왕부지 같은 선학들께서 괘변의 기준으로 삼으셨던 만큼 전체 괘들 중에서도 각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기도 하고, 또 효사들에 새길 만한 것들이 아주 많은 괘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주는 2개만 공부하면 되는 터라 좀 여유가 있지 않으실까 싶네요. 참, 다음 주에는 조별 발표가 있는 날이라, 주역 공부는 한 주 쉬어가겠습니다. 글고보니, 그 다음주는 방학이라 또 한 주 쉬네요(ㅋ). 와우, 이 시간들을 이용해 그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들을 복습해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일요일에 뵈어요!!!
♣ 간식 : 정옥, 현주샘.
♣ 후기 : 정랑샘
괘 읽기가 참 쉽지 않죠?!. 특히 올해는 비교하며 읽기를 시도하고 있어 괘 자체에 대한 이해와 해석 사이에서 모든 조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별 발표가 코 앞에 닥쳐서 그렇긴 하지만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