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2장~11장
중용의 중은 가운데가 아니다. ‘發而皆中節’의 중절로 ‘節’이라는 상황성이 중시된다. 곧 중용이란 양단의 중앙이 아니라 모든 극단의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해 보고 그 숙성된 상황변수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결단이라는 뜻이며, 이는 모든 中은 時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庸에는 일상성과 항상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庸은 ‘범용’과 ‘항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중용은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적 삶 속에서의 일이며, 매 상황 속에서 부닥치는 감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용은 우리 삶 속에서의 실천이 강조된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중용을 실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중용의 핵심은 能久, 즉 지속할 수 있음에 있다. 그러나 중용을 지속하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중용을 택하여 지키려고 노력해도 불과 만 1개월을 지켜내지 못하는구나”라는 공자님의 한탄에서도 알 수 있다.
공자님의 탄식은 이어진다. “아~ 진실로 도가 행하여지질 않는구나!” (道其不行矣夫) 공자의 이러한 탄식은 우환의식의 발로다. 우환이란 무엇인가? 우환이란 반드시 대인의 우환으로서 대의와 관련된 것이다. 대의란 나의 존재가치를 인간세의 보편적 가치로서 실천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철학의 과제는 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있고, 인간의 과제는 나의 부면을 드러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면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 그것은 성인이 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은 끊임없이 우환을 생의 저변에 깔고 살 수밖에 없으며, 우환을 지니는 인간은 戒愼의 경건한 태도를 본연으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천지 생명에 대한 외경을 배우는 것이며 그 일체 생명의 일부로서의 자기 생명의 겸손을 체득하는 것이며, 그 겸손을 통하여 천인합일의 聖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 “성인의 길”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는 남이 알아주는 것과 무관하게 나의 내면적 도덕성을 홀로 지키는 것이다. 결국 『중용』이 계속 밀고 가는 聖의 테마는 모두 “愼獨”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오로지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을 등지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아니 한다 할지라도 후회함이 없다. 이것은 오직 聖者만이 능할 뿐이다.”
다음 시간은 『중용, 인간의 맛』 12장부터 19장까지 공부합니다.
"감성적 판단". 아마도 이건 도올쌤의 해석 같군요!? 재밌는 말이네요. 성인이란 존재의 위대함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대단한 앎을 소유하거나 뛰어난 신체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은 데 있지 않고, 십중팔구 화가 나고 슬프고 자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거로군요. 스피노자의 현자도 그러합니다. ㅋㅋ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인데, 아예 "발이개중절"에서 "절"을 절괘와 연관지어서 해석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계절이 완성되는 것처럼 그 상황에 딱딱 맞게 감정이 표현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갑자기 그건 곧 상황이 바뀌면 감정을 지속하지 않는 안회의 "불천노 불이과"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ㅋㅋㅋ 흥미진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