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양고대철학팀에서는 '소크라테스 변명'의 나머지 부분을 다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전에 오늘 오전 수업에서 채운샘께서 이 글에 관해 잠깐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먼저 이 글의 제목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변론'으로 번역된 경우도 있고 '변명'으로 번역된 경우도 있는데요.
변명이라는 단어가 왠지 자신의 잘못을 구차하게 해명하는 듯해서 저에게 탐탁치 않게 다가왔었는데요.
여기에서 '변명'이란 말 그대로 자신을 대변하는 것. 말로 자신을 밝히는 것이라는 의미로 설명을 해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또 소크라테스에 관해 쓴 글이 여러 편 있는데 쓴 사람의 시선에 따라 매우 상이한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은 당시에 함께 소크라테스의 연설을 들었던 사람이 많았기에 가능한 그 내용을 그대로 적으려고 했을 것이고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실제 모습을 많이 유추해볼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 글에서 만난 소크라테스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토론에서는 먼저 소크라테스가 스스로를 '등에'로 표현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딸에게 잔소리하는 자신의 모습이.. 물론 소크라테스와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마치 등에처럼 느껴지고^^ 등에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지쳐서 잔소리를 그만두게 된다구요.
이 부분이 우리와 소크라테스의 차이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딸에게 하는 잔소리에는 사적인 욕심이 들어있기에 딸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지쳐 잔소리를 그만두게 되지만, 소크라테스가 사람을 꾸짖고 설득하는 행위는 신에게서 받은 소명이기에 상대방이 듣지 않더라도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습니다.
한편 우리에게는 등에로 살아가는 것보다 등에를 알아보는 눈과 등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등에는 나를 계속 깨어있게 하려고 하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등에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겠죠.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가수 임영웅을 너무 좋아해서 콘서트를 쫓아다니며 행복해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의 행복과 내가 공부하면서 얻는 행복이 다를까 하는 거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운동선수는 올림피아 경기에서 우승함으로써 우리를 행복해 보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소크라테스 자신은 우리를 실제로 그런 사람이게 만들어 준다고요. 가수를 좋아해서 얻는 행복은 우리를 행복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피하는 일보다 사악(비천함)을 피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일이 신의 소명이라고 말했지만 결코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사람들의 질시와 모멸이 힘든 게 아니라 날마다 덕을 행하고 고귀하게 사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가수를 좋아하고 거기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행복해 보이게 만들 뿐입니다.
반면 공부를 통해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와 수행을 통해 얻는 기쁨이 우리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게 아닐까요.
이외에도 샘들이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소화하지 못해서 다 담지 못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읽을 차례입니다. 이 글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 우리가 어떻게 접속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임영웅을 좇아다니는 것과 공부하는 것 사이에 느껴지는 행복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과연 차이가 있는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진솔함이 아주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ㅋㅋ;; 아마 소 선생님이 무엇이 좋고 나쁜지 확 잘라서 얘기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후기에 쓰신 것처럼 아이돌을 좇아서 느껴지는 행복과 공부함으로써 느껴지는 행복에 대한 비교 같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 같네요. 소크라테스의 사유에 조금씩 젖고 계시는군요. ^^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후기네요 좋아하는 것을 좇는 것이 쾌감이고 행복해 보이게 만드는 것일 수는 있지만 행복 자체일 수는 없다는 것ㅎㅎ
이렇게 임영웅과 등에가 남나요?? ㅋㅋ 세계와 사물에 대한 통찰이, 천리를 따르는 삶의 태도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가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이해해 보려고 했던 거 같지요?!. 세상의 질시와 죽음마저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공자의 지천명을 떠올리게도 하구요. 그러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사악을 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윤리적 측면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사소하고 감각적인 것에 항상 굴복하게 되니까요. 행복헤 보이는 것 말고,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남은 시간에 더 탐구해보도록 하지요. ㅋ 샘의 후기 덕분에 세미나에서 오고 간 이야기가 복기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