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조
저희 조는 건괘의 ‘자강불식’과 곤괘의 ‘후덕재물’에 대한 대상전 풀이와
건괘의 구삼효 효사에 대하여 매우 심도 있고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후기를 맡은 제가 주역팀의 미도달 학생, 즉 부진아인 관계로 그 내용을
제대로,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 우선 양해 바랍니다. 해서 저의 짧고도 야트막한 견해는 쏘옥 빼고, 그분들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
하늘의 건함은 꺽이지 않는 마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상에 어떤 혼란이 오더라도
하늘은 무조건 365일 중 1도를 운행한다. 1도를 넘어서거나 모자란 운행은 하지 않으며,
이렇듯 중(中)을 지키며 매일매일 멈추지 않고 운동하는 것이 하늘의 건장함이요, 그것이 굳센 것이다. 이렇게 하늘의 운동이 ‘변화에 응하여 무궁무진할 뿐’이듯, ‘자강불식’이란 드높은 이상과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변화와 더불어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地勢坤과 厚德載物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흔히 순하다는 것에 대해 뒤따르면서
졸졸 따라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우리가 사는 지형을 생각해보면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땅에서 온갖 사물들이 자라나는 것은 불균질한(울퉁불퉁, 구불구불, 높은 산, 깊은 계곡 등의) 지세에서도 그 지형에 맞게 만물을 키워내는 것, 그것이 바로 ‘순’이다. 이는 수동성이 아니라, 자신과 내적인 성질을 고스란히 발휘하면서도 하늘이 주는 기운에 맞게 키워내는 곤의 후덕함이며 곧 능동성이다. 만물을 자생한다는 의미가 곤괘의 역할이며 수정란에서 성장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토대가 난자에 있음을 알고 순의 덕을 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 하늘은 생겼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왠지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유순함의 힘으로 모든 걸 받아들여 창조하는 곤은 확실히 남는 게 있는 것 같다. 여하튼 ‘건과 곤은 함께 있어야 설명이 된다‘ 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九三, 君子終日乾乾夕惕若厲无咎
특히 건괘의 구삼효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오늘도 건건하게’ 주역공부하면서 입버릇처럼 되뇌게 된 ‘종일건건’에 이번에 유난히 꽂혔다는 어떤 분은 종일건건으로써 나날이 내적역량을 증대시키고 그때그때 마땅한 업들을 닦고 이루어나가는 일, 이는 나아가고 물러남에 대한 이해(知至, 知終)와 더불어 가능한 일이었다며, 많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 일을 하며 삶이 예측대로 흘러갈 수 없음을 깨닫고 허무감을 느꼈다는 어떤 분은 하루하루는 위태롭고 삶은 고통스러운데 (주역)공부가 어떤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차에 건괘의 구삼효가 새롭게 보였다고 했습니다. 구삼효는 위태롭기에 그 끝에 이를때까지 힘써서 할 수 있는 자리이고, 그 힘이 변혁을 이끌어내는 자리다. 일상에서 위태로움이 느껴질때마다 끝까지 밀고 나아가 마음의 중심을 잡고, 변화하고, 그 힘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 강건한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믿고, 공부해보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맥락파악을 못하는 미도달 학생은 후기를 정리하며 나름 결심해 봅니다.
종일건건, 일신우일신하여, 4학기가 끝나는 12월에는 무지라는 허물을 쪼금은 벗어보자고!
은주샘~~ 후기 넘나 좋아요. 너무 주저하시거나 조심스러워 마시고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 힘있게 드러내시면, 공부의 더 큰 비약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끝까지 자강불실하는 걸로요!!!
은주샘 , 초심자에게는 무슨 주문처럼 들릴 수도 있는 건곤의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12월까지 쭉 - 종일건건 하시겠다는 마음에도 아주 흡족합니다. 뚜벅이로 천천히 같이 걸아가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