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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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서양 고대 철학팀은 이오니아학파 · 소(小)소크라테스학파의 철학자들에 관해 읽었습니다. 1교시 채운샘의 강의로 고대 철학자들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듣고 2시간 정도 조별 토론을 하고 나니 마치 고대 그리스를 마구 헤매다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ㅎㅎ
만물의 근원에 대해 질문한 탈레스를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세계의 다양한 현상 속에서 하나의 근원이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기 때문입니다. 탈레스가 살았던 밀레토스는 지중해에 접해 있으나 섬들이 가까이 있는 탓인지 깨끗하여 물고기는 없고,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땅은 척박하여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싸움도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던 시기에 나의 옆 사람이 죽는 사건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났을 테고, 그런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변화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계속 질문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탈레스 이전의 사람들이 그 원인을 신 혹은 주술에서 찾았다면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통해 ‘관찰과 이성을 사용함으로써 실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여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다른 방식의 사고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탈레스로부터 철학이 시작되었다고 본 또 다른 이유는 이 질문이 사유를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철학은 막연히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얘기한 고쿠분 고이치로의 말도 생각납니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대인들의 고민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 즉 축축한 것, 습기라고 한 것에 대해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의 근원이 특수한 종류의 물질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물에서 불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특성을 갖고 있는 것들은 대립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그것들은 변하고 소멸하니 근원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원은 비규정적이고 이를 아페이론(무한정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제자 아낙시메네스는 근원을 공기라 말했고 이어지는 아낙사고라스는 질료위에 지성을 놓은 최초의 철학자로 불렸으며, 그의 제자이자 소크라테스의 스승인 아르켈라오스는 이오니아에서 아테네로 자연철학을 최초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그는 자연에 관한 연구가 우리와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윤리적 문제에 관한 철학적 탐구를 시작했다는데 그 이유가 무얼까 대해 우리는 길게 토론하였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연에 대한 탐구로는 (지금 우리도 그렇지만)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귀족에서 평민들로 사유하는 층들이 넓어지면서 이렇게 불안한 세상에서 잘 살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지? 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생각도 처한 상황도 다 다른 인간들이 잘 산다는 건 어떻게 가능하지? 만물의 근원을 찾듯 사람들 사이에 내재한 보편성을 찾게 되었을 것이고, 그걸 윤리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등이 우리가 나눈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인간들 사이에 내재한 보편성을 지성이라고 생각했고, 소크라테스는 그 지성을 탐구하는 일에 몰두한 거죠. 그 탐구는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두려움과 불안한 인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죠. 그래서인지 소크라테스가 논쟁적으로 토론에 임한 건 단지 그들의 의견을 논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된 것’을 철저히 배우기 위해서 라고 한 대목을 거의 모든 샘들이 적어오셨어요. 과제할 때는 그저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 정도였는데 후기를 쓰려고 다시 읽으니 토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할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더 자세한 건 본격적으로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들(회상, 변론)을 읽으며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자연철학과 윤리학이 이렇게 구분되어 보이는데 우리가 읽고 있는 주역은 자연의 상을 살피고 인간세상의 일과 대입해 놓고, 그 아래 말을 달아 놓았으니 자연학과 윤리학이 합쳐진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지만 제 머릿속의 한계로 여기까지 정리할께요. 이번 학기 내내 토론하면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어요.
막대한 분량으로 우리를 압도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략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았으니, 이제 플라톤과 만납니다.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를 알려준 소중한 분이죠^^ 다음주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1>의 3권 플라톤을 읽고 오면 됩니다. 읽는 과정은 힘들지만 어렵게 읽고 토론을 거치고 나니 또 읽게 되고, 누군가의 사유를 이해한다는 게 이 정도 힘듦은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암튼 우리의 목표는 정옥샘의 말대로 공부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니 손잡고 즐겁게 가 보아요~~
자연학과 윤리학이 시대적 요청에 의해 구분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흥미롭군요..! 어떤 시대적 조건 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좀 더 정리해주시면 주역과 더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양철학팀 후기를 참고하면, 주역은 오히려 자연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윤리학으로 끌어당겼는데, 그건 또 어떤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일어난 걸까요? 팀들 간의 시너지가 일어나는 느낌이네요.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기 바빠 토론에서는 주역과의 접점을 던져만 놓았었죠 ㅎㅎ 괘의 상(자연의 상)을 보고 군자가 윤리는 내어오는 주역과 분명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주 토론에서 더 나누어 보아요. 컨디션 난조에도 이런 간결한 후기를....감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