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이름만 듣고 막연히 알았던 철학자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많은 철학자와 성인들의 이름과 책 제목은 들었지만 그때 들었던 철학자들이 지은 저서들은 읽은 기억이 별로 없네요. 이번 학기 서양고대철학 세미나를 같이 하면서 서양철학이 시작된 시기와 고대 서양식 사유를 이끌어 낸 철학자들을 거쳐 소크라테스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1교시 채운샘의 강의가 마침 고대서양철학의 기원부터 얘길해 주셔서 우리 세미나팀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플라톤에 대해 수업한 후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2주간 읽고 그다음엔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읽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는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게 느껴졌고, 이데아 사상은 시대를 거치며 정치종교적 필요에 의해 좀 왜곡돼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 대해선 크리톤 등 다른 제자들도 글을 남겼는데, 오늘은 플라톤 입장에서 바라본 소크라테스에 대해 얘기 나누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삶에 관해 토론한 최초의 철학자’로서 많은 그리스 사람들에게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 주기 위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끝까지 대화하면서, 참된 지혜를 찾는데 온 힘을 다 기울였습니다. 대화 상대들에게서 참된 것을 철저히 배우기 위해서 논쟁적으로 대화에 임하기도 했지요. 소크라테스는 그가 지혜롭지 않다고 여겨질 때, 그가 지혜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유능한 언변술과 대화로 상대방의 무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지혜로운 자를 자처하고 나선 자들에게 분노와 적의를 일으켜 그들의 비방과 시기를 받게 되었고 끝내는 고발로 사형까지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으며 신을 믿지 않는다며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고발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땅 아래의 일들과 하늘의 일들을 탐구하고 더 약한 논변을 더 강하게 만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바로 이것들을 가르침으로써 불의를 행하고 있고 주제넘은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멜레토스와 아뉘토스, 뤼콘이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내용입니다. 그들은 다수의 후발주자들과 오랜 시간동안 고발을 진행한 후 결석 재판을 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정의로운 말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만 살펴보고 그것에만 주의를 기울여 달라. 바로 이것이 재판관의 덕이고, 연설가의 덕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 일은 신의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게 두고, 나는 법에 복종하여 항변을 해야겠습니다.”라는 말에서 ‘신의 마음에 드는 방향’과 ‘법에 복종하는 마음’이 일치되는 데서 감동을 느꼈다고도 합니다. 이 구절은 공자의 ‘종심소욕불유구’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길흉을 벗어나 생을 긍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구요.
소크라테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스럽고 두려웠지만, 내면에서 들리는 신의 목소리에 따라 자신은 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죽음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지만, 부정의한 어떤 일도 불경건한 어떤 일도 저지르지 않는 것 이것에 대해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도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저들은 죽음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모른다고 하며 그것이 저들보다 더 지혜로운 점이라고 얘기합니다.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알 때 정의를 행할 수 있고 이것이 민주정이 실현될 수 있는 길입니다. 대중이 무지할 때 민주정은 그 기능을 발휘 못하고 가혹한 법이 되기도 합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물을 때 그는 지혜나 영혼을 돌보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의 일이기도 하지요.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도 주역을 만든 성인처럼 우환의식을 알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주역에서 말하는 신의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양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동양의 原始反終이란 말과 연결지어 볼 수 있을까요?
역자 해설에서는 소크라테스를 당대의 관점에서도 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당시의 상황에서 내가 일반시민이었다면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판결 선택을 내리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상은 모든 조원들의 토론내용을 곁들여 적은 후기입니다. 한주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두서 없는 얘기를 이렇게 빨리 정리해서 올려주시다니... 초효답지 않으십니다. 긴장해야겠네요.ㅋㅋㅋㅋ 소크라테스를 만나니 이제 할 말이 좀 생긴 거 같죠? '신의 일' '영혼을 돌보는 일'의 중요함, 진실과 정의에 대한 것들 ,삶과 죽음에 대하여 등등. 저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이 많아졌어요.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를 물음으로써 죽음도 삶의 연장으로 만들어버린 소크라테스인데요, 감히 그 태도가 무엇인지 가슴이 아릿해지는 기분으로 읽고 있어요. 담주 세미나가 기다려지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