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주역 읽기 서양 고대 철학팀 후기
서양 고대 철학팀은 1학기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공부를 할 예정인데요. 이번 시간부터 3주에 걸쳐 소크라테스 전후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 먼저 알아보려고 합니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1>을 통해 그리스 고대 사상의 기초를 보려고 하는데요. 저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네요. 2~3세기경의 소아시아 출신 인물일 거라 추정하는데, 그가 쓴 낯선 이름들이 즐비한 이 책은 가장 오래된 인물 열전 같은 사상사 책이라고 합니다. 고대 역사서를 읽다 보면 연설, 편지 등이 자주 인용되는데, 이 책에서도 누구와 나눈 대화, 다른 사람들의 평판, 편지, 시, 묘비명 등이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어 매우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나누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볼께요.
바다와 철학
고대 그리스를 구성하는 것은 정치적 독립체로 이루어진 폴리스, 작은 도시 국가들이죠. 1교시 채운샘 강의에서 그리스를 둘러싼 지리적 조건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지요. (<철학하는 일요일> 후기를 참조하세요) 이 폴리스들은 정치적으로는 독립된 작은 국가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독립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죠. 정치적으로는 독립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은 늘 분쟁의 원인으로 작동했고 이 안에서 질서와 자유를 구가하는 것이 지도자들의 중요한 과제였지요. 어쩔 수 없이 이들은 바다로 나가야 했고, 이동해야 했고, 그 과정에 이질적인 것들과 마주칠 수 밖에 없었죠.
바다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모험정신과 더불어 항해술을 위한 천문학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땅 위의 제한된 지역에서 발달한 다른 문명과는 달리 바다는 매 순간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는 많죠. 우리나라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리스는 무엇이 특별할까요? 거대한 호수와 같은 지중해는 다른 대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요한 바다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잔잔한 지중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항해 기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고. 특히 지중해 중에서도 에게해는 크고 작은 수 많은 섬들과 해협, 만(灣)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특히 항해술을 익히고 이동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었습니다.
바다에 나서면 주위로 펼쳐지는 것은 끝없는 물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망망한 바다 한 가운데서 항해자들은 항로를 설정하기 위해 하늘을 관측해야 했을 겁니다. 조금 더 추상해서 말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상황에서 가시적인 것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바다의 ‘비가시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찾기 위하여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시적인 상황이 가시성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했던 것이죠. 그것이 우선 별이었고, 이후 물질, 원자 등으로 확대되며 현실과 추상을 오가는 철학적 사유를 훈련했습니다. 이 때문에 천문학과 수학이 발달할 수 있었구요. 최초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탈레스도 천문학에 능통했고 일식과 월식을 계산해 낼 만큼 수학에도 능통했다고 하지요.
바다에서 항해자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하나로 이어진 물줄기를 따라 이미 정해진 길을 가면 되는 강과 달리 바다는 사방으로 트여있는 한 없이 넓은 공간입니다. 아무런 섬과 섬이 가까워도 구분과 만들어진 형태가 없는 바다를 횡단해야 하죠. 바다는 아무리 잔잔하더라도 무질서와 혼돈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이 한 가운데서 인간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바다라는 환경 속에서 길을 찾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이 철학으로 나타난 것이네요.
법, 자유로운 삶을 위한 전제
법은 자유를 보증하는 것. 소크라테스 이전의 7현인으로 추앙받는 사상가들의 공통점은 법을 제정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적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던 이들에게 자유는 공동의 법 아래 단결하여 사는 것이었고, 반대로 무법 상태는 자유의 상실을 의미했습니다. 인간의 권리도 법을 지키는 가운데 행사할 수 있는 것이며,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었죠. 해서 법령을 만든 지도자들은 중요한 현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부채탕감법을 만든 솔론은 아테네 민주정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모두의 추앙을 받고 있지요. 솔론이 친척인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쿠테타로 참주가 되는 것을 전력을 다해 막고자 했던 것도 법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었고, 이를 침묵으로 묵인하는 자들을 비겁자라고 비판하였죠. 이는 위법의 문제를 넘어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법이 자유와 철학과 같은 선상에서 논해진다는 것이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독특한 지점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자유란 개념이 ‘비합법’이나 ‘통념’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과 연관되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지점에 있는 것 같아서죠. 이후 소크라테스를 읽으며 준법에 관한 것, 자유와 정의에 대한 얘기들을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현인은 B.C.7~6C의 인물들이죠. 이들에겐 도덕적인 덕성을 함양하는 것과, 인간으로서 도덕적 규칙을 실천하며 사는 것으로 덕의 실천(아르케)은 매우 중요한 삶의 덕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역의 사유도 공동체 안에서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하고 있지요. 앞으로 두 문명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오셨는데, 첫 시간이라 그런지 토론하시는데 몸을 좀 사리셨어요. 샘들~ 첫 시간으로 워밍업은 끝났어요,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 막 던져 보자구요. 어차피 정답은 없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우선 우리의 목표이죠.ㅋㅋ
다음 주(2/19)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1> 2권 이오니아 학파(137p ~ 252p) 읽고 메모해 오시면 됩니다. 질문 중심으로 메모해 오시면 더 좋겠고 토론에 지분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마음으로 입을 풀고 오시면 됩니다.
일요일에 뵈어요~~
규문 게시판이 주역 관련 후기나 공지로 어지로운 고로, 티 안나게 정리해서 올리라는 주최측의 제안에 따라 댓글로 가볍게 덧붙여 놓습니다. ㅋ
이번 주, 저희 동양철학 팀에서는 풍우란의 <중국철학사> 3,4 장을 읽었습니다. 바야흐로 <주역>이 텍스트화되어가던 시기라 할 수 있는 공자 이전 시대의 종교 및 철학 사상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공자와 유가 사상의 특징 및 주요 개념어들을 검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고대 사유에서 '하늘(天)'에 대한 관념은 드라마틱한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데, 풍우란은 이를 무려 '물질지천, 주재지천, 운명지천, 자연지천, 의리지천'의 다섯으로 분류해서 살피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의미 경계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시간적으로도 단계별로 구획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대 중국인들의 사유에서 '하늘'이 특권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역'에 나타난 '하늘'의 의미나 용법이 이것들 중 어떤 것들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고대인들은 인간과 우주의 상호연관 관계를 믿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술수-천문, 역법, 오행, 시초점과 거북점, 잡점, 관상학-의 체계들을 발달시켰던 만큼, 이것들과의 영향관계에 대한 고찰 없이 역경의 사상이나 상징들 또한 입체적으로 이해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본주의의 계승자 및 완성자로 평가받는 공자의 등장으로 인해 중국 사상 및 지성사에 얼마나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를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비교해 살펴보고, 앞으로 <중용>을 읽으면서 만나게 될 '和', '仁', '直', '忠', '恕', '克己復禮' 등의 개념들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것들이 <주역>은 물론이고 현대철학과도 접속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다음 시간에는 <중국 고대사상의 세계> 1,2장을 읽으면서, <중용>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해 오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