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9주차를 지났습니다. 올해의 괘 읽기도 그 끝을 향해 가는 듯싶습니다. 에세이 준비 때문에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졌을까 싶었는데, 보내주신 정리들을 보니 이 와중에도 실속있게 괘들을 읽어내신 듯해 역시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괘를 읽는 재미를 놓칠 수야 없는 법이지요^^. 게다가 지수사 괘에다 택뢰수 괘라니요. ‘이끌고 따름’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일상적 삶과 그 윤리적 의미를 생각해 보면 대충 되었을 리가 없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괘 해석들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ㅋ). 읽어가시면서 자기만의 해석들을 덧붙여 보심 좋을 듯합니다.
1.지수사 괘. 곤괘가 위에 감괘가 아래에 있어, 험한 상황과 순종의 미덕이 결합되어 군대(무리)의 운용이라는 의미가 형성되었다. 땅(곤)에서 농사를 짓던 백성들이 농한기를 틈타 위험한 전쟁(감)에 투입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 두 소성괘의 결합이 師괘를 이루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데가 있다. 어느 괘라 말할 것 없이 많은 괘의 효사들에 전쟁 상황이 등장하는데, 지수사 괘는 그것들의 베이스가 되는 원칙을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먼저 위대한 장수의 존재의 중요성. 어떤 군대든 수직적인 하이어라키를 통한 단호한 명령체계가 요구되는데, 그게 확립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당나라 군대가 되어 수레 가득 시체들로 채워지는 흉한 꼴을 확인하게 될 것. 이때 그 위계의 정점에 있는 자는 분명 상황 변화에 노련하게 대응하면서도 무리들을 중정의 덕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있는 존재, 즉 丈人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상전에서는 ‘용민휵중(容民育衆)’할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 백성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전쟁의 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무리들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것. 이런 장수는 나아가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불리해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설 수 있는 자이다(六四). 괘의 유일한 양효인 구이 효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이같은 구이와 정응을 이루는 육오 군주의 신뢰는 능력 있는 장수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된다. 훌륭한 장수를 진심으로 서포트할 수 있기 위해서는 허중(虛中)의 덕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 만큼 그는 앞서서 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자국의 영토에 적이 나타났을 때 부득이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보인다(六五, 田有禽 利執言 無咎). 한편, 전쟁이라는 대사에서 지도자의 존재가 중요한 만큼, 무리들을 엮는 엄격한 규율과 원칙이 초장부터 바로잡혀 있어야 한다(초육 師出以律 否藏凶). 그렇지 않으면 전쟁의 성패에 상관없이 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 한번 기율이 무너지게 되면 운좋게 승리했더라도 이후를 보장하는 건 만만치 않을 테니까. 지수사 괘는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대미를 장식한다. 전쟁이 끝난 후의 논공행상은 마땅히 공에 따라 크고 작은 상벌은 내리되, 전후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소인을 기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소인물용 이 단호한 한마디는 그야말로 이 괘의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다.
택뢰수 괘. 기쁨을 의미하는 상괘 태와 움직임을 의미하는 하괘 진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괘다. 양효가 아래에 음효가 위에 있는 형상이라, 강건함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유약한 것 아래에 스스로를 낮추어
따르는 것으로도, 또한 안에서는 덕성으로 움직이고 바깥으로 기쁨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으니
따르게 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지수사 괘에 나타나는 따름과 순종이 위대한 장수의 카리스마에 대한 무리들의 이끌림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면, 택뢰수 괘는 따른다는 것 자체의 미덕, 즉 그 능동성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그 많은 것들. 가까이는 벗이나 스승일 수도 보편적인 사회적, 윤리적 가치일 수도 있겠고, 더 크게는 종교적 대상이나 자연의 이법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단전'에서는 따름을 隋時, 즉 때에 따르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적정한 때(물론 이를 법칙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가 있으니 그것을 따르는 일보다 더 큰 따름은 없다고, 따름의 가장 큰 뜻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상전' 또한 이를 이어받아, 낮에는 태양의 운동에 따라 열심히 활동하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기쁨으로 안식을 취하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사는 삶에 대해 말한다. 효사들에선, '따름'을 관계성의 맥락에서 접근하면서 사욕이나 사적 관계에 기대 누군가를 따르거나 얽매이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 초구의 경우엔 정응이 없어서 한 곳에 매이지 않고 때에 따라 '마음에 주장하는 것(人心所主)'을 바꿀 수 있어서 정하여 길하다고 한다. 아랫자리에 있지만 올곧음을 유지하고 있으니만큼, 하나의 관점이나 한 자리에 머물지 말고 문밖으로 나가 두루 따르고 사귀다 보면 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누군가나 무언가를 따른다는 것은 또한 누군가를 잃게 되는 일을 수반한다는 사실(係丈夫 失小子, 失丈夫 係小子). 눈앞의 이익이나 가까운 관계에 눈이 멀어 대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되고, 늘 올바름과 믿음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떳떳한 도리나 공정함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름의 도란 모름지기 마음의 정성이 善을 따르는 것에 있는 바, 길함은 오직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구오 효사의 말씀이다(九五 孚于佳 吉).
- 두 괘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국가나 사회를 통솔할 때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지, 또 군주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괘입니다. 이 두 괘를 통해 소통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두 괘의 괘사에 나온 貞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사괘의 괘사는 군중을 이끄는 방식은 올바르게 해야 하니 장인이라야 길하다.(師 貞 丈人吉 无咎) 수괘는 뒤따름은 크게 형통하고 올바름이 이로워야 허물이 없다.(隨 元亨 利貞 无咎)입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올바름(貞)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요?
사(師)괘는 다섯 음와 하나의 양으로 구성된 괘로, 양효인 구이가 장인丈人이 되어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시절입니다. 丈人이란 군대라면 지모가 뛰어난 장군으로 볼 수 있죠. 지위가 낮은 사람인만큼 구이가 군대를 통솔하려면 군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해서 구이효사에 “王三錫命”이 나옵니다. 단전에서는 군대를 출동시켜야 하는 이 상황은 천하에 해독을 끼칠(毒天下) 수 있으며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백성이 (왕과 구이효를) 따라야(民從之) 허물이 없다고 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대상전에서 말하는 땅 가운데 물이 있는(地中有水) 모양입니다. 물이 땅과 잘 조화를 이루듯이 군주와 장인은 백성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어우러지도록 해야 합니다. 외부의 적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 율(律)을 세우는 일입니다. 사람들을 통솔할 때 일관된 원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구이는 권력 있는 자의 눈치를 보거나 사사로움에 이끌리지 않고 룰을 공정하게 적용해야 장인됨을 발휘하는 것으로, 백성들도 따를 것입니다. 또한 군주는 장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오랑캐가 들어오면 구이가 군대를 이끌도록 명분을 만들어 주고(利執言) 여러 사람이 자기 의견을 내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군주와 장인의 바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隨)괘에서의 바름(貞)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수(隨)는 따름이니 여기서 정(貞)이란 때(時)를 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괘상을 보면 연못 가운데 우레가 있는 모습으로 우레가 연못속에 치면 물결의 움직임을 바꾸고 연못 속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이 그에 따라 격렬하게 요동치겠죠? 효사들을 보면 대체로 음효들이 양효에 계(係)되어 있다고 나오는데 이는 운동성에 따르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대상전에서는 어둠이 내릴 때 군자가 침실에 들어가 편안히 쉬는(嚮晦入宴息) 것이며, 이것이 때를 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때를 따름을 말할 때 왜 해가 떠오를 때 부지런히 일하라고 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어둠이 올 때 쉬는 것으로 말했을까요? 연관되는 것이 구오효의 선을 믿는 것이니 길하다.(孚于嘉 吉)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여기서 가嘉)는 선(善)을 말합니다. 선을 믿는 것은 육이의 중정에 따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육이는 민중의 소리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군주가 민중의 의견에 따른 통치를 하는 것으로 보았지요. 이때의 민중은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대상전에서 어둠이 질 때(嚮晦)의 때의 따름으로 유추해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구오의 따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이가 리더가 되어 군대를 통솔할 때와 소리없는 민중의 소리를 따라야 할 때의 貞이 각각 다름을 얘기해 보았습니다.
- 지수사의 師괘는 땅 가운데 물이 있는 것 무리·군사, 스승를 의미한다. 백성을 외적으로부터 보호하여 군대를 운용하려면 율이 있어야 하고 아래 사람들이 그 명령을 따라주어야 한다. 군대를 통솔하는 사람은 여러 복잡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과 덕을 지닌 장인이어야 백성들이 따를 수 있기에 무리를 통일시키려면 반드시 바름으로 해야 하며 공공의 입장에서 사사로운 정에 따르지 않고 군률에 따라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사랑만으로 키워서는 안되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주고 마땅한 벌칙을 주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기를 살린다고 잘못한 아이를 두둔한다면, 어려서는 부모 말을 따라 복종하겠지만, 커서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기에 따름에도 정(바름)이 중요하다. 하지만 용민휵중처럼 아랫사람의 잘못에 대해 여러 가지 정황을 헤아려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지혜와 아량도 필요하다.
택뢰수는 雷의 剛이 澤의 柔 아래에서 낮추며 움직이고 위에서 택이 기뻐하며 서로 따르기에 크게 형통함을 얻었다. 정이천은 “군자의 도는 때를 따라 동하여 마땅함을 따르고 변화에 적응해서 일정한 법칙으로 삼을 수 없으니, 도에 조예가 깊어 기미를 알아 저울질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여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찬양하기를 ”때에 따르는 뜻이 크다“라고 했다.
지수사괘의 따름에는 군대의 군률과 덕을 갖춘 장인이 중요한 반면, 택뢰수는 때에 맞는 따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뼉도 서로 맞아야 소리가 나듯이 따름에도 때를 잘 타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때를 감지할 수 있는 기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아래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때를 민감하게 파악하여 위에서 같이 기뻐하며 따를 수 있어야 하겠다. 1교시 철학시간 채운샘 강의 중 공자는 불우했지만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하셨는데, 막연히 생각했던 불행과 불우의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능력과 덕을 겸비한 공자가 때를 만나지 못해 불우했지만, 그는 평생 누구보다 호학하며 왕이 받아들이건 아니건 외부 조건을 탓하지 않고 천하를 주유하며 스스로의 삶을 살아나갔고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끈이 닿아있는 것이다.
모든 조가 분주한 한 주를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조도 온으로 오프로 만나면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 글로 정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어떤 결과물을 갖고 나타나실지 기대가 되기도, 또 무슨 소릴 들을지 환히 그려지기도 하네요(ㅜㅜ). 조별 에세이라 일정이 많이 얼그러질 거 같지 않으니, 간식은 계획대로 희수, 문빈 두 분께서 준비해 오심 되겠습니다. 한 학기 잘 마무리하고, 4학기로 넘어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준비 잘 하고 에세이의 시간을 맞이하는 걸로요. 모레 뵈어여!!!
에세이가 코 앞입니다..ㅜㅜ 마음이 바쁘네요 ㅋ
에세이 날 점심은 김밥 주문해서 간단히 먹는 걸로요. 발표 이후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