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에세이 후기입니다.
올해는 1,3학기는 함께 글쓰기를 해서 코멘트를 받았는데요. 이 공통작업이 참 어려웠습니다. 문제제기부터 글 쓰는 과정에서도 조 선생님들의 생각이 다 달랐기 때문이에요. 저희 조는 주제를 정했으나 다시 바꾸는 일이 2번 정도 있었을 정도로 각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정리된 글로 쓰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채운쌤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해주셨어요. 다른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엮어낼 수 있을까 이게 진짜 역량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요. 그런 점에서 정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데는 정치가 작동하는 건데 다 다른 욕망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 다름을 짓밟지 않고서 모아낸다는 게 이게 뭘까? 이게 진짜 상상력을 동원해야 되는 문제거든요.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점에서 같이 쓰는 게 어렵다고요.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 글을 써야 하고요. 그래서 이번 학기 세 개 조의 글은 이 생각 저 생각 튀는 생각이나 갈등의 지점을 덮어버리는 두루뭉술해져 버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차라리 그냥 그런 논의의 균열들을 다 드러내는 방식으로 정리를 한다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또 공통으로 들었던 피드백 중 세조 모두 문제 지점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언어가 와야 한다고요.
저희조는 교사들이 있어 올 여름부터 뜨거웠던 학교 문제로 글을 썼습니다. 저는 글을 함께 글을 쓰면서 학교에 대해 필요하고,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이 학교에서 뭘 해보겠다고 마무리가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지점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어요.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 욕망 대학을 좋은 대학을 가야 인간이 인간 노릇하고 살 수 있다고 하는 이 욕망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는 안 바뀐다고요. 지금 학교에서 생기는 문제가 학부모가 교사에게 민원을 넣고, 거기서 보호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 지점은 학부모를 대상화해서 보는 거라고요. 교사들도 학부모가 되고, 지금 그 교사의 권리 투쟁을 하는 그 사람들이 결혼해서 학부모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더 큰 시야에서 봐야 된다고 하셨어요. 학교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된다고요. 그러니까 거기서 담론을 촉발하고 이 세대 간에 단절되어 있는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좀 얘기를 하고 뭐가 다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끌어다가 앉혀서 우리 얘기해보자고 하고. 뭔가 이제 그런 거를 누가 써야 된다고 하셨어요. 이런 문제들을 하나도 보지 않고 교사들을 피해자처럼 만들고 있다고요. 교사들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절규하는 목소리에 공감하는지도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이 근대가 만들어낸 세 가지의 환상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하나는 정치에 대한 환상인데 정치를 정당으로 하려고 하는 이 환상이고, 배움을 학교에서 해야 된다고 하는 이 환상, 그리고 애를 올바르게 키우는 거는 부모라고 하는 이 환상이라고요. 철학이란 레디컬하게 질문하는 것이라는 말을 공부하는 장에서는 여러 번 하죠. 그래서 글을 쓸 때 레디컬한 지점에서 근본적인 지점에서 질문을 구성해 내야 되고 그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의 균열들이 나와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제 그걸 가지고 저희조에서 공부하는 에피쿠로스를 본다는 게 뭘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나는 그 시스템을 계속 재생산하는 데 작동하고 있는가 나의 행위가 고장 내는 데 작동하고 있는가도 고민해야 한다고요.
문제화가 시작이자, 문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4학기도 힘내서 마무리 잘 해보아요.
에세이 후기가 다소 편파적인 것 같군요! ㅋㅋ 어찌하여 고대 서양조 코멘트만 정리하셨는지...! 물론 세 조가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긴 했죠. 팀별로 글을 쓴다는 건 항상 풀리지 않는 고민입니다~ @_@ 균열을 드러내는 식으로 글을 쓴다는 것도 사실 쉽지 않죠. 무작정 융화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건 글로 성립하지 않고, 해석이 나뉘는 지점까지 토론을 밀고 나가려면 서로가 그만큼 생각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밀고 와야 할 텐데, 대체로 적당히 어느 선에서 서로가 타협하고 마니까요. 결국 글에 앞서 우리가 이야기들을 어떻게 나누고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4학기 에세이는 좀 더 서로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결과로 만들어 보죠!
저는 에세이에 비균질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좋았겠다는 코멘트가 매우 임팩트 있게 다가왔어요. 서로의 입장에서 한 주제를 끝까지 밀어 써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 그래서 드러난 것 자체로 판단하게 해주는 것도 집단 글쓰기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기승전결의 완결을 갖지 않아도 집단 글쓰기이기에 가능한 구성이지 않을까 싶네요. 쉽지 않은 에세이였는데, 4학기에 좀 더 풀어보죠. 애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