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예기>를 발췌독 하면서 나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기>는 어떻게 앉고, 서고, 걷고, 먹고, 자야 하는지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정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모' 하면 생김새만 떠올리지만 사실 말과 행동도 나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지요. <예기>는 '나'라는 존재가 나의 의지와 생각대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언제나 관계 속에서 변형되는 존재임을 말해줍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나, 친구와 함께 있을 때의 나,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모두 다르게 변형되는 나는 그 상황마다 어떻게 존재하면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텍스트가 <예기>이지요.
그런데 관계를 생각하는 건 단순히 나를 둘러싼 사람들만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예기>를 읽고, 우리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었던 인간과 동물의 차이, 내가 늘 대하는 음식의 종류와 가짓수, 사생활과 공적 생활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왜 예를 지키지 않으면 '금수와 같다'라고 하는지, 참외 하나 깎는 것마저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저 집에 들고 나는 것 뿐인데도 왜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지 <예기>는 하나하나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번 학기에서 외모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나에 관한 연구>, <원숭이 다이어트>, <헝거>, <동의보감>, <예기>... 여기다 영화 <벌새>와 <톰보이>도 보았습니다. 동서양을 넘나들고 시대를 뛰어넘으며 '나'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지요. 이 텍스트들에서는 '외모'를 규격으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키, 몸무게, 눈과 코와 입의 모양, 머리카락 길이, 피부색 등등은 단지 몇몇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너무나 복잡하게 구성된 '나'를 보여주지요.
이번 학기 마무리는, 읽은 텍스트들을 활용해 우리가 '외모'라고 생각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의 '외모'를 생각해보는 글을 써 보겠습니다. 분량은 A4 두 페이지입니다.
시간은 미리 공지드린 대로 오후 2시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