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본정보>
언더 더 스킨_조나단 글레이저
Under The Skin
2013 _SF/드라마_미국, 영국
식량이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에일리언이 ‘로라’라는 아름다운 지구의 여인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생물체를 찾던 ‘로라’는 트럭을 몰고 스코틀랜드의 거리를 여행하면서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과 접촉하던 로라는 다정한 한 남자를 만나 사랑 받는 여자의 기분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는데...
<채씨네 세줄평>
시누: 마지막에 드러난 스킨 안에서 ‘금성에서 온 여자, 지구 위의 남자?’라는 문구가 떠올라 당황스러웠지만 그것은 표면의 이야기.
외롭지만 여전히 중심성을 상징하는 지구의 남성들과 변방에서 그 중심을 침투하여 무러뜨리는 낯설고 소외된 존재-외계인의 쫓고 쫓기는 활주극.
그러나 그 낯선 존재마저도 스스로 중심이 되어 다른 소수를 억압하는 동일성을 반복하니...
난희: 피부라는 막 아래 하얀 영혼 혹은 조화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산산히 깨졌다. 피부아래 존재는 우리가 줄 이름이 없는, 암흑의 물질성. 문명이 용인하는 빈약한 선택 ㅡ피부로 덮던가, 없애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합으로 다시 출몰할지 우리는 모른다. 문명은 근원적으로 두려움에 기반한 가상이다.
주영: 외모는 그저 거죽일 뿐인데 다들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인지라는 질문이 들게 하는, 외모 지상주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영화였고, 몇몇 장면들은 베이컨 그림이 떠오르기도 했지요. 이질적인 존재인 외계인이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외계인이 자신을 존중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당혹감을 느끼면서 인간과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점 등. 말이 많고 모든 걸 설명하려는 오펜하이머와는 달리 짧은 대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풍부하게 보여주고 알려준 더 영화적인 영화였습니다.^^
수빈: 두 시간짜리 영상미술을 관람한 듯하다. 여러모로 실험적인 예술가의 영화.
. 이 영화는 두 개의 장면으로 기억될 듯 한데, 하나는 아름다운 여성의 껍질에 홀린 듯 뒤를 따르던 남성들이 검은 심연에 빠지는 장면이다. 모든 빛을 흡수할 것 같은 새까만 방에 나체로 선 남자와 여자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걸음걸이, 저벅저벅 빠져드는 무기력함, 장면의 비현실성을 강화하는 음악의 압력까지. 시청각을 동원하여 관객을 낯선 방식으로 몰입시킨다.
. 또 하나의 장면은 뜯어져 흘러내린 인간 여성의 껍질을 들고 바라보는, 아니 그 껍질이 본모습을 바라보는 해괴한 장면이다. 인간을 사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던 껍질이,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힘입어 전이된 자아를 갖게 된 것만 같다. 그러나 껍질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잘 팔리기 위해서는 포장지가 중요하지만, 아무도 포장지만은 원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모순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 영화 외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 외계인이 트럭을 몰며 남자를 사냥하는 장면은 일부 실제 상황이라고 한다. 몰래카메라처럼 말이다. 자신의 외모를 미끼로 이성을 유혹하는, 연기이자 실제인 이중 상황에서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할리우드 대표 섹스심벌로서 그녀가 갈등해오던 내적 모순이 마지막 장면에 투영된 것 같다.
수니: 외부의 반응에 무감각하게 인간을 죽이던 외계인인 변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인간처럼 감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라는 생각이들었어요. 자신을 덮고있는 피부(스킨)가 감각하기 시작하자, 외부의 사물,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달아나는데, 숲속을 헤메며 방황하는 장면이 그것을 보여주는듯했어요. 결국 외계인은 자신을 덧씌운 감각의 표피를 찢어벗겨 버리게 되죠! 인간을 잡아먹는것보다 그 감각이 더 자기자신을 해칠수 있는 존재라는걸 알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는 피부감각아래 자리잡고있는 결국 기계적인 인간? 외계인같은 존재일수도있는데 인간의 피부와 시각이 주는 지각에서쾌락이나 두려움이 발생된다는걸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들었어요^^
반디: · 검은 공간에서 요핸슨(조핸슨?)이 출몰한다. 사죽을 못쓰고 끌려가는 남자들. 피부를 원했으되 도리어 껍질만 남긴채 붉은 액채로 용해된다. 먹고 먹힘.. 인간이 아닌 광물이 되었다. 베이컨의 그림을 영화로 보는 것 같다. ..
· 단조로운 사운드를 왜 들려줄까? 외계인-기계의 심장 소리인가? 기계가 감정을 가지면서 사건이 다르게 발생한다. 쫓는 자에서 쫓기는 자가 되어 도리어 인간의 폭력에 시달린다.
· 피부는 딜레마다. 그 안의 고깃덩어리는 실재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 판타지에서 살고 싶다. 이 판타지를 어찌 할 것인가?
경희: 괴물, 낯선 생명체, 그리고 ‘여(女)-성’은 무엇인가.
성과 소비의 대상으로서의 여성. 덧씌워진 ‘여성’이란 외피를 벗는 순간 낯선 존재, 괴물이 된다. 얼굴의 기형을 가진 이를 바라보던 26살의 청년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을 기억한다.
관객은 영어 중반에 허물처럼 너풀거리는 껍질을 보면서 외피나 형태, 자신의 정체성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영화가 다 끝날 무렵, 공포와 두려움, 폭력에 내몰린 상태에서 비로소 자신에게 덧씌워졌던 ‘여성’이란 외피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들을 겪는지 묻게 된다. 비로소 자신이 입고 있던 여성이라는 외피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게 된 순간, 그녀는 불에 태워져 연기가 된다. 화형대에 올려진 것이다. 사회의 규정이 정한 외피를 벗은 존재는 괴물이 되어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