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1991)
Van gogh
모리스 피알라 감독
영화는 1890년 5월 빈센트 반 고흐(Van Gogh: Jacques Dutronc 분)가 휴양을 위해 오베르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Theo: Bernard Le Coq 분)가 매달 대주는 적은 생활비로 하루에 방세가 3프랑 50 밖에 안 되는 초라한 카페 이층의 다락방에서 지내는 동안 오베르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미친 듯이 그려나간다. 오베르에서 가깝게 지내던 의사 가셰 씨(Gachet: 제랄드 세티 분)의 어린 딸 마그리트(Marguerite: 알렉산드리아 런던 분)는 소녀적인 순수함과 맹목적인 사랑으로 그를 열렬히 사모한다. 그녀와의 밀회를 하는 중에도 그녀의 건강하고 티없는 세계는 빈센트의 바닥을 모르는 깊은 영혼의 갈증과 허무를 채워주기에는 미흡했다. 한편으로 그는 창녀 캐티(Cathy: 엘자 질베스테인 분)와의 관능적인 관계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고독과 좌절을 나눔으로 해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 또한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던 가난은 불편함 외에도 자신이 동생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자책감을 준다. 동시에 동생에게 구걸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굴욕감 등 이중으로 그를 괴롭히고 서서히 파괴해간다. 고흐의 그림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즈음 그의 영혼은 이미 너무도 고갈되고 황폐해져서, 그는 자신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한계점에 이른 듯 느낀다. 게다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한다고 믿었던 동생이 다른 모든 화상들처럼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듯한 배신감은 정신적으로 그는 더욱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그에게 구원의 여신상처럼 비췄던 아름답고 열정적인 제수 조안나(Jo: 콜린느 보우든 분) 역시 남편 테오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빈센트를 자신의 가정에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해 그에게 등을 돌린다. 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왔던 마그리트도 시간이 감에 따라 빈센트의 광기와 정신의 황폐함에 절망한다. 예술의 애호가로 자처하고 빈센트의 후원자처럼 그를 환대해주던 가셰 박사 조차 빈센트와 딸 마그리트의 관계를 안 뒤로 그와 절연하자, 그에게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진다. 고흐의 그림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 그의 영혼은 이미 너무도 메마르고 황폐해져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리곤 끝내 권총 자살을 시도하고 그 상처로 인해 하루 동안 고통받다가 오베르의 싸구려 하숙집에서 37세로 생을 마감한다. 세상에 발을 못 붙였던 그의 자리는 워낙 없었으므로 또 다시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돌아가지만, 그의 강렬한 예술혼은 그를 사랑했던 마그리트의 가슴에, 그리고 후세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
<채씨네 감상평>
난희: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반 고흐>는 그간 반 고흐의 주변을 채색했던 모든 색을 지워버린 듯 했다.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테오의 세상 없을 '헌신'과 그에 보답하여 천재성을 꽃 피운 고흐의 관계, 그 형제애는 전해지는 것만큼 '아름다운'것이었을까. 화상 테오와 화가 고흐의 관계가 전제되지 않은 무중력 상태의 '형제애' 같은 것은 낭만이다. 모든 끈끈한 관계, 그 내용은 애증의 교차. 자르지도 잇지도 못하며 끌려가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의 연속. 고흐의 죽음에는 자살과 타살이 범벅되어 있다. "삶에는 의미가 없다. 단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 뿐"(프랜시스 베이컨)
지안: 그림 그리기를 정말 사랑한 어떤 한 화가의 삶을 보았다. 많은 위대한 인물이나 사건들은 언제나 사소한 겉옷을 입고 우리 곁에 있다.
경희: 시대와 어긋난 불운을 겪는 이의 선량함을 떠올린다. 음식, 거처, 옷차림, 우정(애)과 사랑. 심지어 병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바람이 소박하며 담담하다. 광기라는 수식어를 앗아가고 고흐를 통해 삶에서 선량함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든 영화.
주영: 반 고흐 형제에 대한 상을 지워버린 영화!!! 구도자 또는 그림에 미친 형과 그를 무한히 품고 도와주는 동생으로 덧씌운 상들~~ 그러나 그들도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싸우고 분노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예술은 특이하고 뛰어난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주변 환경, 삶에서 나오는 것임을 본 영화였어요^^
수니: 영화가 고흐의 편지내용 사뭇 다른지점이 있지만, 고흐를 연기한 배우는 고흐의 기질, 사색적이고 까칠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줄 아는 따뜻한 면을(영화에서는 시골청년의 자화상을 공짜로 그려준거나, 어린아이에게 빵을 얻어먹는 장면)보여 준것 같아요~
저는 이 영화에서 고흐가 춤추며 노는 장면을 왜그리 길게 찍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림에 대한 고흐의 열정을 춤을 추는 것으로 보여주려 했나 이런생각을 해보았어요
ㅋ 이런저런 고흐에 대한 궁금증과 사랑을 에세이에서 풀수있을지 모르겠네요^^
수빈:
전기 영화는 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반 고흐의 어떤 순간들을 아주 긴 시퀀스 몇 개로 툭툭 끊어 넘긴다. 손쉽게 꿰어지는 일대기나, 특정한 이미지 대신 남겨진 몇몇 장면들로 파편적으로나마 그의 삶을 함께 해본다. 우리가 삶을 돌이켜 봤을때 떠오르는 기억들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