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의 재현과 재생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작품과 텍스트를 새롭게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앎과 습관을 해체하고 탈주로를 만들어라. 그런 게 생성이다.’라고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고요.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더 나아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했지요.
어렵지만 멋진 개념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 기대를 가지고 실행하는 지점에서 여러 질문이 발생합니다. 문맥과 자의적 해석에 대한 질문, 재현과 동일성에 대한 질문, 또다른 배제와 소외에 대한 질문, 지향하는 바를 가진 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차이를 생성하고 타자와 공생하는 것에 대한 질문 등입니다. 이것이 자리 바꾸기나 한계로 보이기도 합니다. 규정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경계 설정, 그저 자리만 바꾸어 비판하는 것이 지닌 문제점을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닌 생성을 들뢰즈가 고민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거대 담론보다는 미시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실패하더라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과정에 깃들어 있는 질문의 방식을 배우는 거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며 과정이지요. 저 또한 수동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제 한계를 밀며 겪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을 만나든 반응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의 중요성, 그 시작점이 내 삶과 맞닿은 지점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2조 선생님들은 늘 꼼꼼하게 준비해 오시기에 많이 배웁니다. 동주 선생님은 앞부분보다 뒷부분을 소홀히 할까봐 이번 주에는 숙제를 뒷부분부터 작성해 오셔서 웃음을 주셨습니다. 이번 주에도 2조에 질문이 풍성했습니다. 융의 집단 무의식과 고대 신화 속 집과 무덤, 정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남성적이고 패권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술이 종교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종교로 돌아왔는가 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 질문을 가지고 종교도 의미가 변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늘 미끄러지는 언어, 그런데 그 언어가 탈각시키는 미세한 감각의 결이나 뉘앙스가 느낌의 핵심일 경우가 많다는 지적. 루시 리퍼드는 따라서 예술의 비언어적 소통 방식을 고찰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선생님도 계셨지요. 그렇다면 행위 예술과 관련하여 우리가 말과 글의 문법을 배우고 시각의 언어를 익히듯 행위의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잘 바뀌지 않는 것이 감각이라는 공감과 자각의 나눔이 있었습니다. 의식에서 반복과 순환과 관련하여 그것이 자체 동일한 반복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시간 사이의 시간'이 무엇인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베르그손의 지속 속에서 말해질 수 있는 시간인지 물었죠.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죽음과 근대 도시 구획에서 밀려난 묘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아직도 오래된 도시의 성당에는 묘지가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곳을 마주치면 반가와하며 들어가 묘비명을 읽곤 합니다. 특히 그 성당이 있는 도시가 크고 번성한 곳일수록, 그리고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일수록, 묘비 앞에 서있는 시간이 더 대비되어 쉼이나 정지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 공존 속에서 제가 보는 것은 죽음 자체보다는 죽은 사람의 '삶'과 기억의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은 이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리고 그가 살았을 때 했던 말이나 좋아하는 글귀, 그의 이름과 나이, 시대를 살펴보았죠. 그런데 어린 아들이 친구가 겪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저도 삶에 들어온 죽음을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겪은 죽음은 사고가 아닌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이해하기 힘들고 일상에서 갑작스런 부재를 일깨우는 것이었지요. 삶과 죽음을 포함하는 삶의 공간, 공동체와 공감으로 인한 체험이 글을 읽으며 떠올랐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가 아니었다면 읽기 힘들었을 책을 마무리하고 곧 2학기도 끝나갑니다. 후기를 겨우 끝냈는데 또 에세이가 남았네요.
성연샘~~ 잘 읽었습니다. 샘의 후기를 늘 챙겨보고 있어요. 다른 세미나에 올리시는 글도 챙겨읽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텍스트에 근거해 이해를 정확히 하려는'샘의 의지이지요. 제가 배워야 될 자세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는 방식은 저마다의 기질을 떠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러 기질들이 빚어가는 방식에 우열이랄 게 없겠지요. 다들 이렇게 한발짝씩 한배를 타고 가는 이미지 ᆢ저의 공부 이미지입니다. 에세이 기대할게요~~^^
저도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전 성연쌤이 참 좋아요🩶 같이 할 수 있어 행운입니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들뢰즈는 문제 설정의 중요성을 말했지요. 물론 우리는 가짜 문제에 집착하여 이것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질문이 우리의 견고한 관념과 습을 깨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계속 의심하고 물어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샘에게 발생한 여러 질문들이 샘을 새로운 길로 안내할 거에요.^^ 샘의 진솔한 후기 감사해요.😊
성연쌤의 고민이 짙게 묻어나는 후기네요.. 쌤의 이런 질문들이 에세이에 진하게 묻어나기를 바랍니다..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더 나아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하신 것처럼 마구 떠다니는 질문들을 글로 잘 구성하여 규문이라는 이 공간에서 크크랩 쌤들과 함께 공유하고 얘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샘께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으신 지점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샘이 탐구하고 싶은 지점들, 더불어 전공자로써 좀 더 구체적인 맥락들을 아시기에 더욱 보이는 지점들과 우리가 여기서 배우는 지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들.. 샘의 생각들을 이번 에세이와 다음 학기 과제 등을 통해 공유해 주시면 우리들 각자의 공부의 지평이 훨씬 넓어질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