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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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1차 발표를 마쳤습니다. 박수 짝짝짝!!! 베이컨팀, 세잔팀, 칸딘스키팀 모두 7~8p분량의 작가론을 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흉작(?)일 수도 있지만, 잘 몰랐던 화가에 관하여 비평을 했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이미지의 홍수와 콘텐츠 과잉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를 굉장히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접속한 후 “좋아”, “멋져” 같이 언어는 굉장히 빈곤한데요. 이번 비평 작업 과정을 겪으면서,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생적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비평은 시대의 한계와 함께 나의 한계에 직면하여 사유하고 분석하는 작업이고요. 비평은 논문과 다른데, 논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Monograph를 상기해보면, 논문은 단색처럼 하나의 목소리로 통일되어야 하고, 나의 색채는 제거되어야 합니다. 비평은 하나의 톤일 수가 없고, 자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작가를 통해 내 질문에 대한 답에 이르러야 하고, 패치워크를 만들 듯이 내가 자료, 의견 등을 하나로 꿰어야 하지요. 즉 비평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작가를 이용해야 하는 거지, 작가에 대해 설명하거나 숭앙하면서 작가에게 갇히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평을 통해 우린 작가를 넘어가야 하는데, 대체로 그의 작업, 특징에 대해 해설하거나 그를 높이 우러러보는 데에 그칩니다. 저도 이번에 작품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너무 탁월한 칸딘스키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의 추상화를 변호하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 영화 또는 미술 사진에 관하여 비평하는 경우 작가 또는 작품에 갇히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 같네요.
# 베이컨팀
가장 먼저 매를 맞은 베이컨팀입니다. 에세이 발표시 처음 발표하는 팀은 항상 가장 많은 코멘트를 듣게 되지요. 모두가 공통으로 하는 문제점을 대표로 지적받기도 하는데요. 베이컨팀 샘들은 모두 인상적인 작품에서 글을 시작했고, 베이컨의 언어에 갇히고 휘둘리기보다는 각자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해 길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희윤 : 초반보다 많이 발전했음. 베이컨의 작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고, 에세이 7장을 다 완성한 점은 인정함. 그러나 자신의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 질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질문의 대면을 계속 회피하고 있음. 예술은 내게 벌어진 사건을 통해서 만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함.
• 반디 : 소년 같은 단상을 배운 지식으로 덮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단점을 드러내는 게 미덕일 수 있음. 진솔한 글쓰기가 필요함. 날 것은 가공되지 않는 걸 의미하는 것인가? 날 것이면서 관조적, 정적인 것 등 모순되는 표현들이 보임. 이런 지점은 반드시 논리와 해석으로 설득해야 함.
• 지안 : 소제목 1, 2, 3이 모두 동일한 얘기를 하는 걸로 보임. 잭슨 폴록과 베이컨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작업 과정 차이 등을 통해 그들이 어떤 지점에서 다른 것인지 발견할 수 있었고, ‘화가’에 대한 정의 도출까지 가능했을 걸로 생각됨. 카오스까지 창조한 폴록에게 화가는 또 다른 신인 반면, 카오스에서 시작한 베이컨에게 화가는 그림의 일정 부분이며, 변형하는 조작자일 뿐이다.
• 난희 : 베이컨 팀에서 가장 비평에 가까운 글임. 키워드와 관련된 제목이 더 나았을 것으로 보임. 인용한 그림마다 주제가 각자 달라서 하나로 꿰어지지 않으며, 진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음. 베이컨의 그림은 왜 시각적인 것에서 벗어나며, 시각으로 환원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연희 : 리얼리티가 무엇인지 제목에 나타나야 함. 인용은 화룡점정으로 사용해야 하며, 너무 많이 작가의 말을 가져오면 액세서리 때문에 옷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함. 실재 등 개념적 용어는 규정하여 쓸 것. 직접 예술 활동을 하는 연희샘은 비명, 외침, 고함을 실제 그린다면 어떻게 다를 것인지 등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음.
<Francis Bacon, Study after Vela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Francis Bacon, 조지 다이어를 기념하는 삼면화, 1971>
<Francis Bacon, Painting, 1978>
# 칸딘스키팀
칸딘스키는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점·선·면> 등 책을 포함하여 많은 글을 남긴 화가입니다. 그래서 칸딘스키팀은 작품에서 시작하기보다는 그의 개념과 이론에서 출발하였고, 결국 그의 언어를 설명하며, 급기야는 숭앙하는 비평 아닌 비평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고 느낀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칸딘스키팀의 글은 체험이 없이 칸딘스키왈~~ 스타일의 글을 써버렸습니다. 화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론을 펼친 만큼 그의 작품을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확실히 작가의 작품이 아닌 언어를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에 머물 위험이 있네요. 칸딘스키팀은 또한 지금 우리 시대에 관한 질문과 고민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채운샘은 보링거의 추상 충동(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작동하여, 이를 내가 아닌 다른 것으로 형상화하려는 충동)과 감정이입 충동(소유물, 좋아하는 것, 신 등을 나와 동일시 하려는 마음)을 설명하시면서 어렵고 추상적인 걸 견디지 못하는 지금은 어떤 시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시대는 물질이 극도로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소유물이나 권력, 돈과 나를 동일시하려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하고, 우린 비가시적이거나 해석이 필요한 것들은 더욱 멀리하고 있지요. 즉 지금은 물질문명이 과잉이라 영혼 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정신성을 추구한다는 논리에 맞지 않네요. 아~~ 그리고 2학기 때 읽었던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칸딘스키에 대한 작가론을 쓰면서 아무도 푸코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고요. 분명 푸코는 칸딘스키가 유사와 확언의 유대를 끊어버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칸딘스키는 교회라는 대상, 다리라는 대상, 혹은 활을 든 기병 –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물들’이라고 말했던 그 선들과 그 색채들을 더욱더 고집스럽게 확인함으로써 유사와 재현 관계를 동시에 지워버린다.”(<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43p)
• 인영 : 타인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생각할 것. 비평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독백에 가까움. 교육자로서의 예술가를 주제로 했으면, 칸딘스키가 예술을 교육자로서 뭘 어떻게 가르치려고 했는지를 봤어야 하는데,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음. 전회, 구도 등 개념을 더 섬세하게 사용해야 함.
• 주영 : 추상화는 언어를 제거하려고 했는데, 추상화를 재현적으로 해석함. 재현적인 회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재현적으로 보거나 해석하는 게 문제임. 글을 매끈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며 미궁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음. 이런 과정을 통해 사유 및 글의 깊이가 생긴다.
• 산푸른 : 형태와 색채에 대해 시대별로 과도하게 언급했음. 면과 선에 관하여 건축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는가? 산푸른샘 자신의 자리에서 질문을 하여 도출한 주제를 통해 칸딘스키와 대화해야 함. 내적 필연성 등 개념에 대해서는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풀어줘야 함.
• 혜령 : 그렇다면 등 접속어를 잘 쓰기. 르네상스 회화와 바로크 회화를 기존 조성의 음악으로 칸딘스키 회화를 칸딘스키 무조 음악으로 대비한 것은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를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춤. 파편적인 생각을 하나로 꿰어야 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발견하는 데서 끝나는 습관을 고쳐야 할 것.
<Wassily Kandinsky, Blue Mountain, 1908>
<Wassily Kandinsky, Improvision 19, 1911>
<Wassily Kandinsky, At rest, 1942>
# 세잔팀
사과 한 개를 그리는 데에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세잔, 저는 세잔의 이런 신중함과 깊이, 인내심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생애에서는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세잔팀 발표는 규문에서 보기 힘든 구성으로, 남성으로만 이루어졌는데요. 보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실험했던 세잔은 많은 화가와 철학자에게 깊은 인상과 영감을 주었지요. 저는 세잔의 작품보다는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먼저 접해서 그런지, 사물의 진동이라던가 색채의 대비를 통해 드러나는 윤곽 등을 주입식으로 학습(?)했습니다. 사과가 있어서 사과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색들이 사과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과 함께 사과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하게 만든다고 채운샘은 말씀하셨는데요 세잔은 구도자, 철학자같은 자세로 생각하고 실험하면서 그렸고, 그 질문과 노력이 통했는지 그림으로 존재에 관한 사유를 도출하게 합니다. 전 여전히 글로 배운 세잔이어서 이제 다시 직접 감상하며 진동과 색채의 마법을 느껴보고 싶네요. 그래도 세잔팀 샘들의 글과 인용한 작품 덕분에 좀 더 세잔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 정우 : 다 다르다는 것과 본질은 모순되며, 변하는 것이 본질이라면 굳이 본질을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세잔이 본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도 자신의 언어로 이를 해석해서 설득해야 함. 세잔에 대해 정리한 글이며, 글에서 본인의 생각이 보이지 않음.
• 신우 : 제목은 세잔의 비밀이고 추리 형식을 가져왔으나, 글에 긴장감이 없고 해석과 추리가 부족함. <분해의 철학>의 분해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는 부패와 관련된 것임. 세잔 그림에 적용하려면 맥락을 더 가져와서 설명했어야 함. 해석의 과정이 없이 결론만 내린 부분이 많음.
• 제현 : 금년 쓴 글 중에서 가장 잘 된 글임. 세잔에게 색은 무엇인지 더 밀고 나가지 못한 점이 아쉬움. 입장을 취하는 일과 보는 태도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함. 산을 보면서 주체와 객체의 거리가 사라지는 것과 산의 입장이 되는 것은 다른 차원임.
<Paul Cézanne, Modern Olympia, 1873~1874>
<Paul Cézanne, Still Life with Apples and a Pot of Primroses, 1890>
<Paul Cézanne, Mont Sainte-Victoire, 1887>
# 4학기 에세이 2차 발표에 대해 공지합니다.
1) 에세이 9시부터 발표합니다. 결석은 금물, 그리고 지각하시면 단톡방에 공지한 바와 같이 벌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 고흐야팀, 세잔팀 두 분 에세이 수정 가능하니, 남은 시간 더 정성을 다하시기를요.^^ 홧팅!!!
3) 간식은 각자 드시고 싶은 것 가져오시면 됩니다.
토요일 강추위가 예상되는데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주영샘 글을 읽다보니 에세이 시간이 이미지로 떠오르는 생생함을 느낍미다. 채운샘의 코멘트도 잘 정리해주셔셔 수면 밑의 실타래가 막 당겨지는 것 같습니다 . 지안샘과 함께 주영샘 한해 동안 너무 고생하시고 함께 햇던것 미리 미리 감사드리며 .. 꾸벅 ^^
저는 코가 석자라 이만 물러갑니다~
다시 읽어도 그날의 뜨거움이 떠오르는 간결하며 매끈한 정리입니다!
한해 동안 항상 공부한 내용 정리하시고 뒷풀이 참여하시느라 더 수고 많으셨어요! ^^
박수 보내드립니다!
정말 지난 발표 시간이 생생하게 복기됩니다 ㅎㅎ 작가론이 자신의 질문에서 자신의 관점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깁니다. 개인별 코멘트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부지런하게 최대한 빠르게 글로 펼쳐내고 초고를 일찍 쓴 다음 여러번 퇴고할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매번) 느낍니다.. ㅎㅎ 에세이 마무리 하고 피곤하셨을텐데 빠르게 정성스런 공지 써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