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고야, 반 고흐 두 고씨 팀과 세잔 팀 두 분 발표를 끝으로 2023 크크랩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 모두 고생하셨고 각자 공부 잘 마무리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작가를 선정해서 팀별로 공부하고 그것을 글로 나누는 공부를 통해 저는,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 선생님들 글 속에서도 많이 배웠네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 이 여세를 몰아 내년 2024 크크랩도 같이 재밌게 공부해 보아요!!
2차로 발표하신 선생님들에 대한 채운 선생님 코멘트 간단히 정리드려요~
<고야팀> + 다른 팀들에게도 해당.
다섯 분이 모두 계몽주의와 청력 상실에 대해 주목했는데 다소 참고 자료들에 갇힌 느낌이다. 정작 설명했어야 하는 ‘계몽주의가 뭔가? 고야가 그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가 없다. 고야가 영향받은 계몽주의는 어떤 계몽주의인지 찾아봤어야 했고, 고야가 출세욕이 강했다는 것도 어떤 의미인지 출세욕은 명예욕인데 너무 납작하고 균질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존 버거가 본 피카소는 균질한 서사로 그를 이해할 수 없음을 보여줬는데 그 균질하지 않음을 어떻게 쓸지가 비평에선 중요하다. 여전히 글을 쓸 때 사건이나 인물을 너무 일관성 속에 묶으려는 경향성이 있는데, 내러티브가 어긋나는 지점, 예외적 상황들에 주목해야 자신의 삶도 타자의 삶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왜 예술에서 형식적인 측면을 주목하지 않는가? 왜 고야에게 유화가 아니라 판화인가? 판화가 줄 수 있는 효과에 주목했어야 한다. 명암을 극대화하면서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한 에칭이라는 매체에 대해, 판화와 유화로 유사 주제를 표현할 때 어떻게 다른지, 그림이 어떤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매체에 대한 분석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
나와 작가 사이에서 내가 그 작가를 만나는 입구(실마리)가 있는데 그게 잘 드러나야 하고, 특히 우리가 서 있는 - 우리 시대의 인간과 연관 지어 지금 여기의 시공간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고야의 현재성이 없다. 우리는 날마다 미디어에서 전쟁을 접하는데 고야의 현재성은 이 지점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고야가 표현한 형상들을 악마나 괴물로 지칭해서 많이 쓰셨는데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면 우리가 다 괴물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어쩌면 서로 죽이는 시대에 고야가 본 인간일 수도 있고 실제로 전쟁 중에 폭격 등으로 일그러진 인간의 형상으로도 볼 수 있지 않나? 이미 내 머릿속에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선험적으로 작동하는 것에 대해, 인간이라는 얼굴이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부분이 빠지면 고야 형상의 기괴함-괴물을 그린 것도 인간을 그린 것도 아닌, 괴물과 인간을 규정하는 것에 폭탄을 던진 그런 기괴함-을 설명하려다가 자신들의 이분법을 더 강화시킨 격이 되었다.
승연 샘:
글 자체의 논리적 전개가 아주 좋다. 논문 초록을 발표하면 이 정도면 무난하다. 그러나 여전히 견고한 이성과 광기, 폭력과 비폭력의 대비되는 구도에서 이쪽과 저쪽으로 나누시면서 선생님은 여기 계시고 고야는 저쪽에 있으면서 저쪽 세계를 보여준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남아있다. 그 경계를 풀어야 한다. 그 경험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너지는 것으로서 공포스러울 수도 있지만 황홀할 수도 있다. 안정된 땅에서 저 세계를 넘보는 것으로는 해체가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렬적인 구성을 피하고 어느 하나를 가지고 깊이 파 들어가 보셔야 한다.
승현 샘:
사진과 영상, 회화의 차이를 설명하셨어야 한다. 누구나 그림이 덜 끔찍하다고 느낀다. 판화는 더구나 흑백인데, 당연히 사진이나 영상보다 덜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매체의 차이들을 보지 않으셨다. 예술가의 진실과 저널리스트의 진실은 무엇일까? 화가는 주관이고 저널리스트는 객관인가? 의견과 판단이 담기지 않은 앵글은 없다. 객관이라는 말도 주관이라는 말도 틀린 것으로 뭐와 만나야 주관도 생기고 그것이 생겨야 객관도 가능한 것이므로 그 이분법으로 나누어 볼 수 없다.
희욱 샘:
올해 들어 가장 글이 달라진 사람 중 하나이다. 뭔가를 보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고 고야 팀에서 유일하게 매체와 표현이 어떤지 분석하고 주제랑 엮으려고 하셨다. 다만, 어휘의 민감함에 신경 쓰셨더라면 좋았겠다. 이성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아니라 이성에 내포된 착종.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전제하는 것처럼 빛과 이성에 내포된 꿈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가? 이성이 잠드는 것과 비판적 이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야의 괴물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일까 아닐까? 빛과 어둠이 왜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성인지? 분석이 앞에서 비교적 잘 되었는데 그걸로 제목에 대한 선생님의 해석을 더 밀고 나갔어야 했다.
미애 샘:
선생님 자신의 경험과 고야의 그림이 매치가 안 된다. 자신의 불안에 대한 이해가 고야의 이해로부터 온 것도 아니다. 내가 불안을 느끼는 지점이 무엇인데 그것이 고야 그림을 보고 어떻게 깨졌는지를 썼어야 한다. 나는 고야를 이렇게 느꼈다는 충분치 않고 내가 만난 고야, 그로부터 배운 지점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야 그림에 등장하는 가면에 대해, 단순히 내면/외면 구도는 너무 납작하다. 정말 내면이 숨겨져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내면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경희 샘:
추측성 문장을 고치셔야 한다. 오히려 문장을 단언하는 연습을 해 보셔야 한다. 고야 그림의 키워드로 ‘해체’를 말씀하셨는데 그것에 대해 설명하셔야 한다. 그림 분석에서 설득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구원하고 있는 성 프란시스코 데 보르하’ 작품에서 성직자는 무력하고 경직되어 보이기도 하고 광원은 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체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의 장면을 더 자세히 분석하셨어야 한다.
———
<반고흐 팀> + 다른 팀들에게도 해당.
-글을 더 예민하게 써야 한다. 조사 그녀가 갔다 / 그녀는 갔다 (다름)
-조사가 중문일 경우 주어가 겹칠 때, 의미가 헷갈리지 않게 써야 한다.
-접속어는 적재적소에 쓰고, ‘그렇다면’ 남발하지 말 것.
-지시어 “그 ~~“ 문장에서 헷갈릴 수 있으니 분명하게 쓸 것.
-’~할까?’라고 할 때 따옴표 제대로 쓰거나 따옴표 없이 풀어서 쓰거나 할 것.
- 큰따옴표는 인용할 때, 작은따옴표는 강조할 때
- 괄호 사용할 때 용법 주의: 괄호로 묶는 내용은 대개 없어도 되는 것.
반 고흐 그림은 그 어떤 그림들보다도 신체적, 수행이 요구되었다. 반 고흐가 그림은 그러한 신체성 속에서 영적인 것을 얘기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반 고흐 작업 과정을 간과하고 주제 얘기만 많이들 하셔서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고 현실에서 떠 버린 경향이 있다. (자신의 주제가 결여됨) 영원, 무한이라는 용어가 반고흐 일기에 많이 나오는데 이런 관념을 작가의 그림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야 한다.
동주 샘:
연대기로 쓰지 마시고 구체적으로 몇몇 그림을 정해서 정밀하게 분석하셔야 한다. 하나의 챕터를 일관되게 구성하시고, 생각을 수렴하셔야 한다. 무엇을 영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써주셔야 한다. 범신론적 관점은 자칫, 영적인 것을 내 일상에서 구성할 수 없으면 계속 현실을 초라하게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비루한 삶은 밖에서 계시가 오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 아닌 곳에 자꾸 의지하게 된다. 지금 여기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안 보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영원한 것이 있다고 할 때 언어도단에 빠진다. 불타면 회화는 없어지는데, 회화가 영원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선생님께서 해석해 주셔야 한다.
순이 샘:
감정 느낌 정서 등 용어에 대해 혼동이 있으셨다. 정서(affect)라는 것은 한 지점에서 우리를 흔들면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이행의 힘 -무엇을 봤을 때 지금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행위로부터 다른 곳으로 촉발하는-이다. 한 편의 음악이나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우리는 주제나 소재에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정서'라고 쓰시려면 개념을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쓰셔야 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 신념이 왜 나온 것인지, 정서가 스타일이 된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모호하다. 스타일은 일관성이고 제스처는 일회성인데 스타일이 제스처라고 쓰신 것은 어떤 뜻일까?
지은 샘:
'지은 선생님이 반 고흐를 어떻게 만났지?' '선생님이 '씨 뿌리는 사람'을 보면서 마음에 어떤 게 일어났지?' 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셔야 한다. 평론은 자기 입구가 있어야 한다. 영향 관계를 쓰신 부분도 다소 틈이 없는데, 예를들면, 푸코는 스피노자 언급을 거의 안했는데 푸코에 대한 스피노자의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헤겔이 언급한 스피노자는 범신론적 스피노자인데 스피노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반 고흐에게 우키요에나 밀레의 영향 관계를 좀 더 세심하고 심도 있게 봐야 한다.
스텔라 샘:
위로라는 건 뭘까? 내가 위로받는다고 다 위로는 아닌 것처럼. 예술에서의 위로란 무엇인가? 마티스 예술은 안락의자와 같아야 한다. 그때 그 의미는 뭘까? 어떤 경로로 예술은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위로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어떤 맥락에서 반 고흐의 그림이 위로를 준다고 할 수 있을지 선생님께서 설득하셔야 한다. 글의 부분 부분들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 사전을 통해 용어 정의하는 방식은 피하실 것. ‘현대인’과 같은 일반적인 말을 쓰시지 마시고 선생님 자신에게 예술이 뭔지, 선생님께서 반 고흐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받으신 지점을 동료들에게 마구마구 감염시키겠다는 의지로 글을 쓰셔야 감동이 실린다.
<세잔 팀>
지민 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보신걸까? 예술가의 작품 분석에 있어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연관시키려면 정신 분석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것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에티카의 기하학적 질서와 무의식의 탐구는 양립 불가능한 것 아닐까? 전제가 설득력을 갖는지 먼저 잘 살피시고 글을 전개 하셔야 한다. 그림 분석은 선생님의 눈으로 본 선생님 언어로 하셔야 글에 녹아든다. 선생님께서 세잔 그림에서 키워드로 삼으신 ‘양극성’이 어떤 뜻이고 왜 문제가 되었는지에 대해 쓰셔야 한다. 글에 있어서 산만한 부분들을 차분히 정리해 주셔야 한다.
루이 샘: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쓰셔야 한다. 문장에 있어서 산만함, 중문 등을 주의하셔야 한다. 선생님께서 세잔으로부터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석하셨는지를 쓰셔야 한다. 세잔의 누드를 주목하셨고 언급하신 작품들이 다 중요한 것들로 잘 고르셨는데, 세잔이 전통적인 누드화의 코드를 어떻게 깨고 있는지, 또한 세잔 자신의 그림에서 초기 누드에서 후반부로 갈 수록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세밀히 분석하셔야 한다. 그것으로 세잔이 어떻게 보는 방식을 실험했는지 쓰셔야 한다.
우와~~~ 토요일의 배움과 충만함이 날아가기 전에 빠르게 정리해주셔서 다시 그 감흥이 되살아났습니다.^^ 가장 정보가 없었고 그림도 크게 끌리지 않았던 고야, 실제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이었고 그의 삶이 궁금했던 반고흐, 글로 배워 위대함을 알았지만 작품으로는 잘 모르겠던 세잔에 대해 샘들의 글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그들에 대해 새로운 흥미가 생겼습니다. 화가에 대해 작가론을 쓴다고 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지만, 흉작(?)이더라도 우린 해냈습니다. 박수 짝짝짝!!! 채운샘이 알려주신 코멘트들 다시 잘 새겨서 내년에 만나는 이미지들을 분석할 때 적용하여 다시 한 걸음 나아가 보아요.😉 일목요연하게, 정성스럽게 정리한 후기 감사합니다.😊
신우
2023-12-26 20:28
아! 올해의 크크랩 마지막 후기가 있었네요! ^^; 전 개인적으로 고야란 인간의 삶이 궁금했는데 마지막 발표를 들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은 알 수가 있어서 또 공부가 되었습니다! 역시 고흐에 대해서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세잔을 다른 시각에서 조사하셔서 에세이를 쓰신 지민샘과 루이샘 덕분에 또 배움이 있었지요! 글쓰기와 관계없이 긴 발표와 합평 시간을 잘 겪어낸 모두들 수고많으셨습니다! ^^ 그리고 1년간 반장으로서 애쓰시고 마지막까지 이리 자세하면서도 깔끔한 후기를 남겨주신 지안샘에게도 감사드려요! Happy new year 입니다~
우와~~~ 토요일의 배움과 충만함이 날아가기 전에 빠르게 정리해주셔서 다시 그 감흥이 되살아났습니다.^^ 가장 정보가 없었고 그림도 크게 끌리지 않았던 고야, 실제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이었고 그의 삶이 궁금했던 반고흐, 글로 배워 위대함을 알았지만 작품으로는 잘 모르겠던 세잔에 대해 샘들의 글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그들에 대해 새로운 흥미가 생겼습니다. 화가에 대해 작가론을 쓴다고 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지만, 흉작(?)이더라도 우린 해냈습니다. 박수 짝짝짝!!! 채운샘이 알려주신 코멘트들 다시 잘 새겨서 내년에 만나는 이미지들을 분석할 때 적용하여 다시 한 걸음 나아가 보아요.😉 일목요연하게, 정성스럽게 정리한 후기 감사합니다.😊
아! 올해의 크크랩 마지막 후기가 있었네요! ^^; 전 개인적으로 고야란 인간의 삶이 궁금했는데 마지막 발표를 들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은 알 수가 있어서 또 공부가 되었습니다! 역시 고흐에 대해서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세잔을 다른 시각에서 조사하셔서 에세이를 쓰신 지민샘과 루이샘 덕분에 또 배움이 있었지요! 글쓰기와 관계없이 긴 발표와 합평 시간을 잘 겪어낸 모두들 수고많으셨습니다! ^^ 그리고 1년간 반장으로서 애쓰시고 마지막까지 이리 자세하면서도 깔끔한 후기를 남겨주신 지안샘에게도 감사드려요! Happy new year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