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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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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대중-되기를 비전으로 하는 크크랩 시즌 3 활기차게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크크랩 시작할 때는 3년 과정의 대장정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는데요. 공부하는 동안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우린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며 걸어왔네요. 예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비평은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2년 동안 8번의 에세이를 쓰며 예술 비평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채운샘은 할 수 있는 조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시간이 부족하고, 일이 많고, 체력이 안 되고 등등 우리에게는 공부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 많지요. 장애물이 사라지기를, 즉 편안한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곤 하는데, 이런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이런 유토피아 같은 때가 도래하면 우리는 과연 공부에 매진할지 그것도 의문이지요.^^ 각자 처한 상황에서 공부에 대한 마음을 내고 질문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채운샘은 샘들에게 공부의 소회와 금년 공부에 대한 다짐을 물었는데요. 많은 분이 오래된 습관을 고치고, 신체를 단련하여 체력을 높이겠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채운샘은 우리의 실험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다시 상기시켜줬는데요. 크크랩의 크크는 Crisis & Critics의 이니셜이지요. Crisis는 위기, 전환을 뜻하는데, 위기는 곧 전환이 필요함을 나타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과거의 방법으로는 뚫고 나갈 수가 없지요. 위기는 새로운 무엇이 분기하는 분수령,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위기를 맞고 있을까요? 누구는 경제, 어떤 자는 정치를 얘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신체, 특히 감수성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긴 글을 읽고 싶지 않고 읽을 수 없는 신체, 2~3분을 넘기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귀, OTT나 유튜브에서도 기승전결 없이 하이라이트로만 구성된 60초짜리 콘텐츠인 숏폼(Short-form)의 득세는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속하고 있는 매체, 이제 내 신체와 다름없는 스마트폰은 우리의 시공간적 배치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우린 그 속에 빠져들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게 되었고요. 출판사 매출이 급감함은 물론이요, 잡지들도 폐간되고 있습니다. 한편 OTT 서비스 및 유튜브 등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제시하면서 우리의 취향을 하나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관객의 능동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고, 어려운 걸 피하고 글을 원하지 않는 시대에 굳이 왜 우리는 비평을 해야 하는 걸까요? 아무도 읽지 않는 시대의 비평은 일종의 실험이라고 채운샘은 말씀하셨는데요. 우리가 바로 이 실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고요. 담론이 활발하고 많은 비평이 양산되었을 때보다 오히려 아무도 읽지 않고 비평조차도 이제 글이 아닌 유튜브나 영상으로 대체되는 위기의 순간이 더 비평이 무엇인지, 비평이 새롭게 가야 할 길에 대해 모색하기에 적정한 때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시대보다 더 많은, 진짜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오히려 우리의 감수성은 빈곤하고 균질화되었습니다. 더 많은 경험, 자료, 영상을 보면 감수성이 풍부해질 것 같은데, 우린 정말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거스르는 것은 제외하고 배제하지요. 우린 자유롭게 뭔가를 선택한다고 여기지만, 실제 빅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설계된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매번 우리의 취향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네요. 우리의 비평 실험은 균질적 변환, 즉 어떻게 다른 감수성을 만들 것인가와 관련됩니다.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대중의 존재 방식과 비평적 실천을 모색하는 걸 비전으로 하는 크크랩 3년은 우리의 견고한 존재 방식에 균열을 내어 변환하고, 다시 말하면 감수성의 차이를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특히 3년 차에는 예술과 현실에 관한 질문을 품고 새로운 언어를 발명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히기보다는 주로 찍다 보니 찍는 쪽에 더 익숙한데요. 찍는 쪽을 주체라면 찍히는 쪽은 사물인데,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할 때 사물이든 사람이든 대상화하게 됩니다. 찍는 자는 무의식적으로 신의 자리에 놓이게 되고, 쉽게 신인 척을 하게 되고요. 작품이 담은 내용은 진보적이지만, 카메라로 찍는 방식이 폭력적인 경우도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우리는 이 작품을 윤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사유나 분석 없이 그냥 보고 지나치게 되는데, 이런 경험들이 우리의 감수성을 만들어갑니다.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거리, 나와 타자의 거리를 어떻게 사유하는가가 중요하지요. 마지막 마르크시스트로 불리는, 유럽을 대표하는 좌파 감독인 켄 로치(Ken Loach)의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의 노 베어스(No Bears)는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관계, 나는 무엇을 찍고 있는가 등에 대한 사유를 유발합니다. 나의 올드 오크는 난민들에 관한 영화인데, 우리는 난민을 대상화하며, 나는 나, 난민은 난민으로 거리를 두는데요. 난민에 대해 동정하고 안타까워하지만, 실제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많은 이들이 반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의 올드 오크는 관객을 난민의 자리에 두면서, 난민의 삶을 체험하도록 하네요. 관객과 난민의 거리를 좁히는 거죠. 난민뿐만 아니라 사람, 사물, 사건 등 모든 걸 우리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사회적인 잣대, 기준, 심지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일지라도 내가 체험하고 느낀 한계 내에서 작용한 것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타자(The other)는 매우 중요합니다. 타자가 없으면 우리의 경험 세계에 갇히겠죠. 타자를 통해 우린 내 경험으로 환원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자는 한마디로 나의 가능한 세계라고 볼 수 있네요.
채운샘 강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봄은 보지 않음을 함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카메라에 뭔가를 담으면 담지 못한 것이 있고, Frame 안은 Frame 밖을 배제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뭘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지요. 이번에 공부하게 될 사진, 영화는 봄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유를 촉발할 것 같습니다. 갑진년 크크랩은 3교시로 진행되어 일단 시간적으로도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할 거 같네요.^^ 1교시에는 공통 텍스트를 가지고 세미나를 합니다. 텍스트를 읽고 조별로 1명이 발제하고 각자 써온 글을 바탕으로 토론합니다. 1학기 텍스트는 자크 랑시에르의 <프롤레타리아의 밤>이고요. 이 책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시간을 부정하는 노동자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자본의 시간을 살고 있는데, 랑시에르는 노동자가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창조하는지를 얘기하지요. 항상 시간이 부족해 못하는 일이 많은 우리에게 이 책은 따끔하면서도 부담스러운 텍스트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전 7~8시간은 자야 하는데, 책에 나오는 노동자들처럼 밤을 사는 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낮의 시간이라도 창조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겠죠. 2교시에는 1교시 토론과 관련된 채운샘의 피드백과 텍스트 강의가 있고요. 3교시에는 미술사진팀, 영화팀의 팀별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홀수주에는 세미나를 하고 짝수주에는 집단 비평을 해야 하는데, 하기 전에 벌써 부담감이 밀려오네요. 1학기에는 매체별 언어를 연마하며, 조별로 구체적인 이미지 및 컷을 분석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능동성이 필요하며, 1학기 마지막 주에는 이미지 분석 연습의 결과인 팀별 비평 발표가 있습니다. 갑진년 청룡의 기운을 품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보아요. 화이팅!!!
<프롤레타리아의 밤> <쇼트> <사진의 이해>
# 1학기 1주차(2.17) 수업에 대해 공지합니다.
1) 오전에는 1조, 2조, 3조로 나눠 토론합니다.
• 1조(주영) : 연희, 경희, 신우, 산푸른, 정우, 수빈, 나연
• 2조(지안) : 해민, 혜령, 난희, 승연, 엘리, 제현
• 3조(희욱) : 인영, 동주, 지민, 순이, 반디, 승현
2) 오후 비평은 미술사진팀과 영화팀 나눠서 진행합니다.
• 미술사진 A조(연희) : 동주, 해민, 희욱, 혜령
• 미술사진 B조(경희) : 인영, 반디, 지민, 산푸른
• 영화 A조(수빈) : 지안, 순이, 정우, 신우, 나연
• 영화 B조(제현) : 주영, 난희, 엘리, 승연, 승현
3) 간식/후기/정리 일정
• 1주(2.17) : 주영, 지안, 인영
• 2주(2.24) : 연희, 해민
• 3주(3.2) : 희욱, 경희
• 4주(3.9) : 혜령, 동주
• 5주(3.16) : 신우, 난희
• 6주(3.23) : 지민, 산푸른
• 7주(3.30) : 수빈, 순이
• 8주(4.6) : 정우, 엘리
• 9주(4.13) : 반디, 승연
• 10주(4.20), 제현, 승현, 나연
4) 오전에 읽을 랑시에르의 <프롤레타리아의 밤>은 1장 지옥의 문(45p)까지 읽어옵니다. 공통과제는 조에서 1명은 내용 핵심 요약을 발제하고, 나머지 분들은 같이 얘기하고 싶은 문제를 정리하여 이와 관련된 자기 생각을 써오는 것입니다. 일단 첫 주 발제는 각 조의 조장이 합니다. 과제는 항상 그렇듯이 금요일 오후 8시까지 올려주세요.^^
5) 미술사진팀은 <사진의 이해>(저자 : 김대욱, 박경배, 현혜연, 허현주, ‘22년 1월 출간, 출판사 : 같은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교보에서는 한국정보시스템솔루션으로 뜨네요. ㅎㅎ) 1부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영화팀은 엠마뉴엘 시에티의 <쇼트>(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를 끝까지 읽어옵니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주 토요일(2.17)에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만나요.^^
한 해의 시작과 끝이 해당 공부의 오티와 에세이로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크크랩 오티를 하고 나니 비로소 입춘과 함께 갑진년이 시작되었음을 깨닫네요 ^^ 개인적으로 더없이 다이나믹할 올해를 맞이하며 무슨 일이든 잘 겪어내고 삶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껴보자고 다짐합니다 🙂 숏폼에 길들여지는 바뀌는 신체를 생각하다 맨 처음 영화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충격이 갑자기 떠올랐는데요. 뭔가 이 새로운 감각의 조상님격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재밌을 거 같단 생각도 드네요(글쓰기 부담만 아니면 재미가 두배가 될거 같..^^;;) 주영샘께서도 써주셨듯 채운샘 강의 중에 조건이 다 갖춰져야만 무엇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우리의 감각적 경험이 만들어지는 순간 늘 괄호쳐지는 무수한 카오스를 동시에 수반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올해의 화두로서 새겨야 할 거 같네요 ^^ 정성 가득한 공지 감사드립니다 🙏😍
미래의 대중-되기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저는 적어도 과거의 대중으로 남지 말자로 물론 어렵겠지만 한걸음 한걸음 다시 떼어보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규문을 향하는 마음가짐, 몸짓으로 크크랩 쌤들과 함께 어려운 관문을 하나하나 넘어가보아요~~ 새롭게 시작하는 팀비평 과정도 화이팅 입니다!! 따땃해지면 실사 핑계로 나들이도 거거거~~~
지상의 마지막 맑시스트 감독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 봤습니다. 그 연세에 그처럼 순결하게 맑시즘을 구현하다니 ᆢ저는 일종의 켄 로치식 영성(신중하게 써야한다!!)을 느꼈습니다.
올 한해도 헤메고 취하고 줍고 버리고 헐거워지기ᆢ숙제 잘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