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랩의 ‘2년째 마무리 프로젝트’ : ‘작가론’ 쓰기를 위한 지령 4가지!!
올해 크크랩의 마무리가 될 대망의 작가론을 앞두고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요? 이번주는 본격적으로 작가론을 쓰기 앞서 개요를 써와서 조별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저희 고야조는 지금 행복한 허니문을 보내고 있을 미애쌤를 제외하고 모였는데요. 모두들 아직도 안개속을 헤매이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토론은 나름 활발모호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승연쌤의 몇 가지 화두는 배움, 기록, 친구, 자유, 얼굴없는 군중 등인데요. 배우기를 놓지 않은 고야를 보면서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이나 전쟁을 기록하는 것으로서 고야의 예술작품은 어떤 의미일지 써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야 일생의 그림의 전개단계를 통해 회화의 필요성을 피력하려 했으나,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판화 부분에서는(색깔의 부재와 빛과 어둠의 효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도 발견된다고 의견 주셨습니다. 경희쌤은 인간의 문명은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그 문명이 고야라는 인간의 욕망의 어떤 지점을 거세하고 규격화하려는 시대적 제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 탄생하는 작품에서 발견하는 예술작품의 시대적 보편성에 대해 써나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예술은 어떻게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보편적 감각으로 그것을 만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강렬한 만남을 선사하는지 말이지요. 덧붙여 고야 작품에서 드러나는 ‘근대성'을 찾아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승현쌤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선입견과 스페인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고야의 그림에서 어떻게 그것이 드러나는지와 고야가 그렸던 초상화와 판화집 전쟁의 참화을 통해 고야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스페인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허무의 관계, 이것이 어떻게 전쟁과 연결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계몽주의자의 교류, 민중과의 관계가 어떻게 그림에서 드러나는지 살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대체적으로 고야조의 개요는 이렇게 전개되었는데 이번 채운쌤의 피드백에서 우리가 써온 개요의 모래성은 사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각자의 피드백은 주영쌤께서 곱게 잘 정리해주셨기에 반복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가야 하는지 제게 와닿은 몇가지 지령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키워드를 찾아라!!
가장 먼저 해야할 작업으로써 개요를 정할때는 그 작가를 대표할 만한 키워드를 잡아내는게 가장 기본적인 미션입니다. 예를 들어, 정우쌤은 세잔만이 가지고 있는 ‘색채의 논리’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하셨고, 주영쌤은 칸딘스키 추상화에서 ‘영성'을 중심으로 작가론을 써보고 싶다고 하셨듯이, 그 작가만이 가지는 독특한 지점을 발견하는 과제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작가의 작품과 사상과 경험의 증거들을 모으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체 글의 맥락을 매끄럽게 논리적으로 잡아가는게 관건입니다. 저도 키워드 잡는 작업을 놓쳤는데요. 고야의 풍자,비판적 의식에 주목했다면 고야의 풍자는 이거다! 고야는 이런 화가야! 라는 머릿속에 탁 떠오르는 구심점을 캐치해 내는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2. 자신의 편견과 싸워라!!
그림을 볼 때 기존의 생각의 습관대로 작품을 보면 새로운 해석을 얻을 수 없습니다. 베이컨의 작품을 보고 고통과 폭력을 떠올리거나, 고야의 전쟁의 참화 그림을 보고 전쟁을 향한 인간의 광기를 떠올린다면 깊이 있는 해석을 전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과 폭력이 무엇인지, 전쟁이 인간의 광기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맞는지, 그것을 그려낸 그림에서 어떤 힌트를 주고 있는지 근원적으로 파고들어야 작가론의 전개를 시작부터 잘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은 사회적 규정성을 해체하는 작업이 기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어쨌건 그림작품으로부터 시작해라!!
사실 작가론을 준비하면서 증거를 모으는 과정이 그림보다는 그 작가와 그림을 설명하는 책속의 해석에 의지하게 됩니다. 계속 그림을 봐야한다고 말씀하지만, 보면 뭘 아나 하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글을 찾아 보자라는 마음이 사실 컸습니다. 작가론은 언어로 풀어내야 하는 건 맞지만 화가는 작품으로써 우리에게 보여줄 뿐, 책은 그 책을 쓴 작가의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내가 발견하는 작가의 어떤 것(키워드)을 알아나가는 작업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증거들 속에서 내 언어로 풀어낸다면 그것이 나의 작가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크크랩만의 고유한 기쁨을 느끼자!!
크크랩만의 고유한 기쁨? 기쁨속에서 작가론을 쓰고 있는가? 우리는 잘 압니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크크랩만의 고유한 기쁨을… 기쁨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기쁨은 그저 과정이지요. 이 작가들은 왜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을까요? 여러가지로 열악한 환경에서 반고흐가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 나아가며 고독의 슬픔속에서 헤매였을까요? 난잡한 궁정세계와 잔혹한 전쟁, 끝도 모를 욕망과 권력속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고야도 어두운 판화를, 검은 그림을 그 어떤 기쁨도 없이 고통속에서 그려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엔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은 그저 원하던 것을 얻어내면 기뻐하는 1차원적인 기쁨이 아니겠지요. 고통이라 명명할 수 없는 뜨거운 치열함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 그래서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작가론을 쓴다는게 저의 역량으로는 너무 무모하게 느껴지고 나의 부족한 지식과 능력으로 가능할까 의심되지만 그 과정이 즐겁다면 결과물이 뭔 걱정이겠습니까?(여전히 걱정입니다만…) 그저 분량을 채우고 데드라인을 지킨다면 기본은 한 것이겠지요? 물론 그것만으로 우리는 만족할 수 없겠지요. 그림을 통한 작가와의 소통, 지난 학기때 우리는 무지하게 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지금 그 관계에 대해 몸소 실천해 볼 수 있게 하는 작가론 쓰기로 작가의 고뇌를 느끼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영혼의 거울을 비칠 수 있다면, 그것을 크크랩 식구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그림을 보는 행위, 그림을 해석하는 행위가 곧 기쁨의 행위임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와~~ 에세이 작성시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콕 짚어주셨네요. 👍저는 개념을 좋아하는 편(그렇다고 잘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이라 그런지 그림에서 시작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특히 자신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칸딘스키의 경우 개념으로부터 출발하기 쉽지요. 쇤베르크님 왈 텍스트로 음악을 판단하는 건 탄수화물의 특성을 근거로 단백질을 판단하는 것처럼 믿기 어렵다는데, 비평을 하려면 텍스트가 아닌 그림에서 출발해야겠죠? 글 쓰는 건 매번 어려운데 뭔 소린 줄 머르겠는 그림에서 시작해야하니 비평이 더 힘겹지만, 샘이 말씀하신 것처럼 크크랩 식구들과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의 행위이기에 또 힘차게 한걸음 나아가봅니다. 샘의 공부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에세이에 대한 일목요연한 지령까지 명료하게 담긴 후기 감사해요.😉
와아 희욱샘! 우리의 이번 학기 작가론 에세이 미션 지령을 아주 제대로 정리해 주셨네요! 휵샘의 정리대로만 간다면 에세이 만사형통입니다….만 저 비롯 아직 많은 샘들께서 꿰어지지 않는 자료들 파편 더미에 허우적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3주 동안 뭐가 됐든 진행하면서 서로서로 알찬 피드백 주고 받으며 오답들 정리하면 또 길이 보이겠지요 ^^ 뭐가 안되어도 적어도 4번. 크크랩만의 고유한 기쁨! 이것은 또 우리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이여서 일단 하나는 달성입니다 ㅎㅎㅎ 고야 고흐 고씨네 샘들 빵빵한 출석률만큼 풍성하고 재밌는 토론 하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응원 드립니다! 화이팅 (심지어 남아서 화집 보는 고야팀 두 분 샘들 발견!) 후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