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후기는 베이컨 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마성의 감각을 펼쳐내는 베이컨 앞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피와 고기, 동성애, 술, 도박을 사랑했던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진한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는 감각이라도 깨우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 그러기에는 건전한? 크크랩 도반들은 책을 붙들고 뭔가라도 건져내기 위해 열띤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이컨도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리스 고전과 현대시까지 사랑하고 그림의 원천으로 삼았으니 그의 기행은 어쩌면 지성으로 무장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을 나누었나?
저희 팀에서는 덫의 이중성, 살의 리얼리즘, 우연의 사건, 날것의 감각, 폭력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토론했습니다. 키워드만 놓고 보자면 역시 대부분 신체를 관통하는 것들입니다. 도대체 몸 또는 살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저희를 헷갈리게 하는 걸까요? 몸에 대한 환상 또는 이미지가 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개인의 욕망에 포위되고 관념화되어버린 신체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베이컨에게 중요한 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몸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변형되고 사라집니다. 그의 낙관적 허무주의는 일체 관념을 배제하고 피와 고기나 신경계의 작용으로 삶을 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임상적인 태도를 취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실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것이 최후의 즐거움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허무주의자지만 인생 자체로만 보면 감각이 끓어 넘치는 삶을 즐겼으니 부럽기도 합니다.
각자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난희샘의 글에서는 신체에 덫을 씌워 순간을 포착하고 해체하는 과정에 주목하였습니다. 덫이 가지는 이중성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신체라는 물질성에 잡혀있지만 해체속에 있는 생물이고 파편의 신체는 변기나 세면대 또는 공간과 연결됩니다. 이런 신체의 해체가 부정이 아니라 긍정으로 나아갈 때 베이컨의 리얼리즘에 도달하는 것, 자아의 깊은 곳에 이르는 것으로 가는 것이겠지요.
연희샘은 리얼리즘과 살의 이중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돋보였는데 삶과 죽음의 문제의식이 살덩어리가 가지는 모순적인 성격과도 관련이 있지 않았나 이야기했습니다. 살이란 리얼한 것이면서도 썩어문드러져 가는 존재입니다. 이걸 키워드로 가져가면 어떨까 했었는데 이후에 어떻게 리얼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안샘은 사건으로서 회화를 바라보고자 하였습니다. 우연과 비판 능력이 함께 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회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인물과 신체라는 구체적 대상에 주목했지요. 초상화를 그릴 때 외관을 인위적으로 변형했을 때 오히려 인물이 가지는 성질을 잘 드러낸다는 측면이 있는데요. 이미지 스스로 말을 하게 하는 것이 사건의 가지는 힘일까요. 어떤 것을 사건으로 담을 수 있을지 흥미로웠습니다
희윤샘은 베이컨의 다르게 보는 방식에서 폭력성과 삶의 잔혹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상의 왜곡과 변형이 이루어지고 이미지로 드러났을 때 보여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의 경우엔 날것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연과 비판감각으로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아직 풀어가야 하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 팀 모두 그림에서 느껴지는 부분과 이것을 어떻게 키워드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떠오르는 개념 안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개념이 발생했는지를 되묻고 스스로 개념의 지평선을 확장하는 작업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2주 동안 더 고민하고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있지만 크크랩 분들 마지막 에세이까지 모두 파이팅 하시길 바랄께요!!
베이컨 팀에서도 덫, 살, 사건, 잔혹성, 날 것 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얘기를 나눴네요.^^ 샘들의 키워드가 에세이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저는 베이컨의 그림을 보면 신체의 다양한 힘들이 느껴졌었는데요. 힘이란 것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인데, 이것을 화면에 잘 형상화했던 것 같아요. 쏠리고 지워진 얼굴, 기형적으로 느껴지는 신체들을 통해 머리 위에 행사되는 힘, 늘어뜨리는 힘 등을 체험할 수 있었네요. 제가 탐구하고 있는 칸딘스키는 정신성을 강조하는데, 신체성과 대립되는 지점이라기보다는, 결국 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 베이컨 조의 토론 내용을 잘 정리해주셔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후기 감사해요.😉
이번주에 중간과제도 있고 여러모로 분주하셨을텐데 토론 내용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각자 나름대로 주목하시는 부분들이 다르지만 베이컨의 경우는 또 그 여러 면들이 다 이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샘이 말씀해 주셨듯 모두 신체를 관통한다는 측면 같기도 하고요. 지난주 채씨네에서 본 <미래의 범죄들>이 신체에 대해 새롭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해준 것 같아요. 못 보신 희윤샘 연희샘께 추천드립니다^^ 후기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