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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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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지만, 다음 주까지 에세이 초고를 완성해야 합니다. 갈 길이 먼데, 오늘 채운샘의 코멘트를 들으니 대공사(?)를 해야 할 것 같고, 지금 뒤집자니 그동안 고민하고 썼던 내용을 버리기가 아깝네요. 2주 동안 자료도 읽고 토론도 하면서 에세이 방향을 정했지만, 비언어적인 것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하니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공부가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작가론에 관한 것이므로 일단 작품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제가 요즘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한 칸(딘스키)선생님께서는 감상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체험하고 감상해야 하는지 등에 관하여 친절하게 많은 글을 남기셨는데요. 저는 칸샘의 작품보다는 <예술의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 <청기사>, <예술과 느낌> 등 글에 집중하면서 에세이를 쓰다 보니, 그의 이론에 갇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출발하여 그가 얘기한 지점을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저의 해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칸샘왈~~ 이렇게 말씀하셨다.’라는 식으로 전개되어 버렸습니다. 작가론을 쓸 때, 그들이 남긴 글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림을 먼저 체험하고 분석해야 하는데요. 우리도 언행일치가 안 되지만, 화가들도 그의 그림, 글이 생각보다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화가가 인식하지 못한 무의식이 그림에 반영되기도 하는데, 이런 지점들을 포착하여 설득력 있게 쓰는 것도 작가론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네요. 길을 찾기 어렵고 어디로 향할지 모를 때에는 다시 작품으로 들어가 봅시다!!!
1) 고야
휵 : “理性의 異性을 깨우다.”이라는 제목은 흥미로움.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이성이 잠들면 안 된다는 얘기 또는 이성의 다른 면으로서 괴물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인지, 어떤 의견인가? 어느 지점을 출발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 제목과 목차의 일관성 유지 필요함.
승현 : 광기와 유령은 왜 환영이어야 하는가? 광기에 대한 내 전제를 먼저 봐야하고, 광기에 대한 다른 해석이 제목으로 드러나야 함.
2) 세잔
제현 : 사유 없이 철학자의 논의를 그냥 가져오면 안 되며, 내가 만난 것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철학자가 이를 개념화했을 때 인용하기. 철학자의 의견에서 시작하면 안 됨. 세잔이 인상주의와 다른 지점 등을 출발점으로 삼기.
지민 : 어떤 양극성이 있었는지, 세잔은 양극성을 어떻게 넘어갔는가를 볼 것. 세잔은 왜 <수욕도>를 그렸고, 이런 주제를 어떻게 다르게 구현했는지 봐야 함. 예컨대 동시대 작가인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등 다른 화가들 작품도 비교해 보기. 주장이 아니라 그림으로 설득해야 함.
루이 : 누드를 주제로 하려면 누드에 세작의 핵심적인 무엇이 있어야 함.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서 신체, 누드여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것.
정우 : 모든 화가에게는 고유한 색의 용법이 있는데, 왜 세잔에게서 색을 보려고 하는가? 우리의 색에 대한 전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함. 색채는 공간적이지 않은데, 빛의 시간적 리듬에 따라 달라지며 이것은 세잔이 포착한 것과 관련됨.
신우 : 앞 넋두리, 마지막 부분 아부로 구성된 방식으로 작가론 쓰지 않기.
3) 베이컨
베이컨 팀은 신체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데요.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어떻게 보는 걸까요? 채운샘은 내 몸을 떠올려 보라고 질문하셨는데, 타인의 몸은 이미지로 연상되는 반면, 내 몸은 그야말로 통증, 불편함, 정서 등으로 인식되지요. 채운샘은 생기 세미나에서 읽고 있는 <분해의 철학>에 나오는 <구상도>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구상도>는 야외에 놓여진 시신이 썩어가는 경과를 9단계로 나눠 그린 불교회화인데요. 시체의 변천을 9개의 장면으로 나눠 그리는 것으로, 사후 얼마 되지 않아 피와 살이 썩고, 아홉 번째는 뿔뿔이 흩어진 백골 또는 매장된 모습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구상도>는 아름답거나 소유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는 법으로 활용됩니다. <구상도> 1단계에서 9단계까지 어떤 것을 ‘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영이 깃들지 않은 시신은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미래의 범죄들>에서는 장기 하나가 더 생기면서 음식을 스스로 삼킬 수가 없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장기가 더 추가되면서 장기들과의 관계는 물론, 음식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바뀝니다. 기계들에 의존해서 음식을 섭취하는 자에게 신체는 어디까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베이컨의 회화는 무엇을 내 신체라고 보고, 나의 신체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질문합니다. 우리는 신체를 연장적으로 생각하며 표피적인 신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신체를 피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실제 우리 몸에는 균, 세포, 진액, 배설물 등 지저분한 것으로 가득한데, 우린 신체에서 이들을 떠올리지 않지요. 베이컨의 그림을 보면 배경은 평평한 반면, 개체를 울퉁불퉁하게 떠오른 것으로 묘사됩니다. 우리는 카오스를 무질서하고 이것, 저것 뒤섞여 혼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카오스는 다양한 질서를 잉태한 평면으로 미분화상태며 상하좌우가 없기에 오히려 매끈하고 평평합니다. 발생하는 개체 이전의 차원은 평평하고 번뇌가 없습니다. 들뢰즈의 내재성의 평면, 도가의 도, 불교의 적멸이 이와 같은 상태를 얘기합니다. 개체성을 지니면서 번뇌가 발생하고 뭔가 분화되어 발생하면서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릅니다. 이런 관점은 베이컨의 회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단림황후구상도(檀林皇后九相圖)>
베이컨 회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이 사건과 우발성입니다. 잭슨 폴록 등 추상 표현주의 화가와 행위 예술가들도 작업에서 우연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베이컨은 이들의 작업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면밀하게 봐야 하는데요. 먼저 우연과 우발성의 개념 차이에 대해서 구분해야 합니다. 우린 우연과 우발성, 사건과 사고를 대충 적용하며 말하고 글을 쓰지요. 이 개념들은 철학자, 작가들의 사용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의미화되기도 합니다. 우연은 무엇인지 모르게 일어나는 것이라면, 우발성은 어떤 요소가 1개라도 빠지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서 깃발이 우발성과 사건을 잘 보여줍니다. 채플린이 트럭에서 떨어진 빨간 깃발을 트럭에 주려고 달리다가 그 순간 모퉁이에서 나타난 시위대에 떠밀려서 본인도 모르게 시위대의 주동자가 되어버립니다. 여기에서 시위대가 없었다면, 깃발을 줍지 않았다면, 깃발이 다른 색깔이었다면 이 사건이 구성되지 못하는 측면에서 우발적이지요. 채운샘은 회화에서 아주 우연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우연만 있으면 스타일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폴록이 물감을 뿌리더라도, 이와 관련한 모든 배치가 우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건은 의도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면서 완전한 우연도 아니며, 일어난 것이 무엇과 연결되는지 계열화가 필요합니다. 사고(accident)와 다르게 사건(event)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해석이 필요하지요. 우리가 자연스럽게 말하는 교통사고, 살인사건을 상기하면 이해가 잘 되는데요. 뒤차가 내 차를 살짝 박은 것에 대해 교통 사건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같은 교통사고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발생하여 해석이 필요한 경우에 사건으로 전환됩니다. 화가를 만나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우리에게 사건이 되어야 하겠죠?
난희 : 덫의 이중성과 관련하여 썼는데, 덫은 신체 변형 및 왜곡의 장치들인가? 나는 베이컨과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 살펴보고, 물질성으로서의 신체, 힘과의 관계 속에서의 신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 배경과 신체의 관계에 대한 사유가 에세이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됨.
반디 : 날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왜 날 것이어야 하는가? 무엇과 싸우기 위해 날 것이 필요한가?
지안 : 추상표현주의도 우연을 많이 적용했는데 베이컨의 우연은 이들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사건을 말하기 위해 회화 과정에 개입하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더 살펴볼 것.
연희 : 작가가 사건인가? 이런 관점에서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얘기해야 함. 모든 화가는 사건임. 베이컨 그림을 사건으로 본다면 일상적이지 않은 것과 의미화 지점이 있어야 함.
희윤 : 베이컨팀 팀원들과 함께 얘기하며 주제부터 잡기.
4) 칸딘스키
형태와 색채는 대립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고전주의의 경우 형태를 중시하여 색채를 형태에 가두려고 했지요. 예컨대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형체, 덩어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반면 티치아노는 색채의 뉘앙스를 중시했지요. 다비드, 앵그르는 형태를 강조했다면, 들라크루아는 색채를 통해 번지고 흘러내리는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이후 등장한 세잔, 반고흐, 인상주의는 형태와 색채의 대립을 무화시켰고요. 형태는 무엇을 가둔다면, 색채는 다층적인 뉘앙스로 볼 수 있는데, 모든 화가들은 형태와 색채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형태는 명료하고 단단한 만큼 더 의미화할 것이 별로 없고, 대체로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같은 그림에서 형태를 중시하지요. 색채는 다층적이므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추상에서는 형태와 색채는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요? 칸딘스키 팀에서 형태와 색채에 관하여 글을 쓸 때 잘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혜령 : 회화와 음악의 관계를 보려면 구성(Composition)을 중심으로 집중하고 191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볼 것. 칸딘스키의 말년 작품은 다양하여 하나의 특징으로 환원 불가능함.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 12음 기법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며, 그의 음악은 칸딘스키의 구성을 이해하는데 관건임. 칸딘스키가 끌린 음악은 낭만주의가 아님.
산푸른 : 부제는 필요 없고, 주제 1개에 걸기. 형태와 색채의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것. 칸딘스키의 형태는 어떻게 구현되었고, 무엇을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했는가? 이를 기반으로 울림, 공명을 얘기해야 설득력이 있음. 결론이 서론에 나오면 안 됨.
인영 : 소제목에 담긴 내용이 추상회화론에 관한 것으로 칸딘스키만의 키워드가 안 보임.
주영 : 칸딘스키가 얘기한 형식과 내용이 무엇인지 해석할 것. 칸딘스키의 그림에서 이들이 어떻게 파악되고 있는지 칸딘스키의 말이 아니라 내 해석이 필요하며, 작품에서 출발해야 함. 개념들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함.
<Wassily Kandinsky, Last Watercolor, 1944>
<Wassily Kandinsky, Twilight, 1943>
<Wassily Kandinsky, Green Figure, 1939>
5) 반고흐
다른 별에서 보면 이 세계는 어떻게 드러날까요? 반고흐는 나무, 구름, 사람 등 모든 것을 다르게 보려고 하는 시도를 했지요. 본다는 건 어떻게 수행이 될 수 있을까요? 반고흐는 해바라기, 사이프러스 나무, 탕기 영감, 지노 부인, 자화상 등 동일한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렸는데요. 그에게 사물과 사람 등 모든 것에 대한 위계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볼 때 이 시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주제를 왜 그리고 싶었을까, 별은 왜 그렸을까 등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림이 그냥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지요.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보고 얘기할 때 그림이 내게 다가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었는데, 예술가의 글과 작품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품에서 출발해야지 말과 글에서 시작하면 안 되고요. 우리가 작품과 글을 같이 보다 보니, 아무래도 언어가 더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언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네요.
순이 : 수선은 키워드가 될 수 없음. 정서가 어떻게 스타일과 관련되며, 그림에서 정서는 무엇인가? 스타일이 왜 정서의 문제인지 생각해 볼 것.
동주 : 제목에 쓰인 집착은 긍정하기 어렵다. 어떤 수행도 집착을 버리는 것을 기본으로 함. 내가 반고흐에서 뭘 볼 것인지 정수만 남기고 다 지우기.
수빈 : 반고흐의 회화는 주관적 시간과 공간을 보여준 건가? 우리가 결코 사물을 객관적 상황대로, 그렇다고 주관적으로 만나지 않는 것처럼, 그림도 주관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음.
<Vincent Van Gogh, L'Arlesienne (Madame Ginoux), 1888>
<Vincent Van Gogh, L'Arlesienne Madame Ginoux with Book, 1890>
# 4학기 8주차(12.2) 수업에 대해 공지합니다.
1) 에세이 초고를 완성하여 금요일 저녁 8시까지 올려주세요.
2) 8주차 간식/후기/정리는 주영, 지은샘, 루이샘이 담당입니다.
추위가 다시 몰려오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토요일에 만나요.^^
정말 요즘 문자로 되지 않은 것들을 언어로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자료가 많으면 많은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글을 쓰는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ㅎㅎ 저는 에세이를 쓸 때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생업이 아닌 이유가 있다...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임을 깨닫습니다. 세상에서 글 쓰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입니다 ㅋㅋ 제겐 ^^ 주영샘께서 정말 잘 말씀해 주셨듯, 화가의 인터뷰라던가.. 자료들을 보다보면 또 그 말들과 의미들이 너무나 멋져서 작품은 하나도 보지 않은 채 그 말들로 글을 구성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는 그 내용들을 보고 그림을 보면 실은 그림을 보는 더 많은 길을 알게된 셈이지만, 워낙 미천이 없는 상황에선 또 그 설명에 그림을 환원하면서 그 이외의 방식으로 보는 법을 잃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해서.. 이모저모 혼란스러운 상황에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 벌써 다음주가 발표일이 되었네요 ^________^ 글을 써야 하는 것과 별개로 베이컨 그림은 참으로 멋집니다.. 보면 볼 수록.. 그런데 방법이 없네 이 느낌을 전달할... ㅋㅋㅋ 바쁘신 와중에도 명쾌한 칼 공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